음악이 있는 여행 ③통영국제음악당과 윤이상기념관

클래식 선율 흐르는 봄 바다의 낭만

경남 통영의 봄 바다는 상냥하고 온화하다. 호수처럼 잔잔한 수면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점점이 흩어진 푸른 섬 사이를 여객선과 유람선이 오간다. 차창을 열고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코앞에 바다를 마주하고 걸으면 날아갈 듯 상쾌하다. 봄날 통영 여행이 즐거운 건 바다 때문만은 아니다. 작은 항구도시가 지닌 방대한 문화 예술 자원, 그중에서도 음악이 한몫한다.

두 다리와 해저터널로 통영 시내와 이어진 미륵도는 섬 아닌 섬이다. 통영케이블카로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고 달아공원 해넘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여정이다. 조금 색다르게 여행하려는 이들은 공연을 관람하거나, 미술관과 책방을 찾기도 한다. 미륵도에 눈부신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이 펼쳐지는 공연장이 있다. 2014년 개관한 클래식 전용 통영국제음악당이다.

통영국제음악당은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계단을 올라 출입구 앞에 서면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품에 안긴다. 공연을 관람하지 않아도 가볼 만한 풍경이다. 음악당을 등지고 서면 아담한 도남항이 눈에 들어온다. 한산도와 비진도 등을 오가는 유람선이 출발하는 통영유람선터미널, 요트 정박장, 숙박 시설이 모여 있다.

통영국제음악당

외관은 갈매기 두 마리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형상이다. 한 마리는 주 공연장인 콘서트홀(1309석), 다른 한 마리는 다목적 홀인 블랙박스(254석)다. 콘서트홀은 5층 규모다. 전문 연주자와 클래식 애호가들이 엄지를 세울 만큼 탁월한 음향을 자랑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몬트리올심포니오케스트라 등 내로라하는 연주자와 연주 단체가 다녀갔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김대진, 첼리스트 양성원은 이곳에서 음반을 녹음했다. 창으로 다도해가 보이는 대기실이 국내외 연주자 사이에서 늘 화제라고 한다.


블랙박스는 이동식 수납 객석이다. 객석을 밀어 넣으면 무대와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연극이나 재즈, 대중음악 공연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여행 일정과 공연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면? 콘서트홀 로비는 늘 개방한다. 볕이 잘 드는 로비에 앉아 ‘바다 멍’을 즐기노라면 몽글몽글한 감성이 샘솟는다. 전망 좋은 브런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리는 봄가을에 음악당은 전국구 명소가 된다. 그 밖에 연중 크고 작은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관람료가 비교적 합리적이고 무료 공연도 잦아, 통영은 물론 인근 도시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홈페이지 무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기획 공연에 한해 10% 할인해준다.

올해로 21회를 맞은 2023 통영국제음악제는 오는 31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 달 9일까지 이어진다.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2022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첼리스트 한재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등이 관객과 만난다. 예매처는 통영국제음악재단 홈페이지(www.timf.org)와 인터파크티켓(https://ticket.interpark.com)이다.

음악제와 콩쿠르가 열리면 전국구 명소로
작곡가 윤이상의 삶·음악이 있는 기념관도 마련

통영은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도시다.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와 유치환, 화가 전혁림 등이 나고 자랐다. 화가 이중섭이 1950년대 초 통영에서 활동했고, 시인 백석과 정지용은 통영을 여행하며 받은 영감과 인상을 시와 산문으로 남겼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작곡가 윤이상이다.

예술 외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지고 인정받은 현대음악의 거목이다. 통영국제음악당,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모두 윤이상과 그의 음악을 기리는 공간이고 음악제다.

음악당 뒤편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윤이상 추모지가 있다. 사후 23년이 지난 2018년, 독일 베를린에서 돌아온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윤이상은 프랑스 유학 후 독일에서 활동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67년 동베를린공작단사건으로 복역하다가 1969년 석방돼 독일로 돌아갔고, 1995년 그곳에서 타계했다.


윤이상기념관은 작곡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곳이다. 통영 시내 생가 터 부근에 2010년 조성했다. 공원, 전시관, 실내 공연장, 베를린하우스 등으로 이뤄진다. 사진과 친필 악보, 독일 정부가 수여한 훈장, 생전에 연주하던 첼로, 늘 간직한 작은 태극기, 옷과 중절모 등 유품을 볼 수 있다.

베를린의 자택 윤이상하우스를 본떠 지은 베를린하우스는 안내하는 직원과 함께 2층부터 관람한다. 피아노, 가구, 카펫, 음반, 책, 전화기와 스탠드까지 베를린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옮겨 와 응접실과 서재를 재현했다. 1층은 음악 관련 도서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주요 작품을 들어볼 수 있는 도서관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윤이상기념관에서 1㎞ 남짓 떨어진 서피랑공원도 가볼 만하다. ‘서쪽에 있는 벼랑’이라서 서피랑이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피랑과 마주 본다.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주제로 꾸민 99계단을 지나 공원에서 가장 높은 서포루에 오르면 강구안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밟으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계단은 윤이상이 떠오른다. 아랫동네에 윤이상이 학교 다니던 골목도 있다.

전혁림미술관

미륵산 가는 길, 벚꽃이 만발한 봉수골에 전혁림미술관과 봄날의책방이 이웃한다. 전혁림미술관은 아들인 화가 전영근이 운영한다. 전혁림은 통영 바다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색채의 마술사’ ‘바다의 화가’라는 별명처럼 강렬한 푸른색을 즐겨 썼다.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로비에 그의 작품 ‘새 만달라(New Mandala)’가 설치됐고, 시내와 미륵도를 잇는 충무교 교각에도 ‘운하교’ 모사화가 있다.

봄날의책방은 통영의 자연과 문화 예술 콘텐츠를 책으로 만드는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다. 통영 출신 작가의 작품,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 남해의봄날이 펴낸 책과 아트 상품 등을 전시·판매한다. 예쁜 건물에 이끌려 홀린 듯 들어갔다가 한참 머물게 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윤이상기념관→전혁림미술관→봄날의책방→통영국제음악당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윤이상기념관→서피랑공원→통영국제음악당→달아공원
-둘째 날: 전혁림미술관→봄날의책방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통영국제음악재단 www.timf.org
-U투어(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utour.web
-봄날의책방 http://bomnalbooks.com

문의 전화
-통영국제음악재단 055)650-0400
-통영시청 관광과 055)650-0510
-전혁림미술관 055)645-7349
-봄날의책방 070-7795-0531

대중교통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5회(07:00~  23: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3회(07:20~23:3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1번·121번·128번 등 일반 버스 이용, 도남동 정류장 하차, 통영국제음악당까지 도보 약 590m.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1번·141번·200번 등 일반 버스 이용, 만복아파트 정류장 하차, 윤이상기념관까지 도보 약 21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통영종합버스터미널 1688-0017

자가운전
-통영국제음악당: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IC→통영·한려해상국립공원 방면→창원·고성 방면 우회전→여황로 방면 좌회전→통영국제음악당·도남관광지 방면 좌회전→통영국제음악당
-윤이상기념관: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IC→통영·한려해상국립공원 방면→창원·고성 방면 우회전→중앙로→미륵도관광특구·유람선터미널·통영대교 방면 우회전→윤이상기념관


숙박 정보
-바다향기호텔: 광도면 죽림해안로, 055)644-0300, https://seascent36.modoo.at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 통영: 통영시 도남로, 055)725-0000, http://stanfordtongyeong.com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 통영시 큰발개1길, 055)643-8000, www.kumhoresort.co.kr/resort/?khr=a1000
-통영거북선호텔: 통영시 미수해안로, 055)646-0710, www.geobuk seonhotel.com
-포르투나호텔: 통영시 미수해안로, 055)643-7000, www.bestfortuna.com

식당 정보
-만성복집(졸복국·참복국): 통영시 새터길, 055)645-2140
-산양식당(소머리곰탕·비빔밥): 통영시 강구안길, 055)645-2152
-한산섬식당(도다리쑥국·볼락매운탕): 통영시 정동4길, 055)642-8021
-라인도이치(필스너·바이젠·IPA·피자·리소토): 통영시 미우지해안로, 055)643-7758, www.reindeutsch.com
-통영문참치 통영점(생참치덮밥·참치회):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 646-2462, https://tymoontuna.modoo.at

주변 볼거리
2023통영국제음악제: 2023년 3월31일~4월9일, 통영국제음악당, www.timf.org
통영 세병관, 통영케이블카, 동피랑벽화마을, 통영 충렬사, 박경리기념관, 통영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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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