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르포> ‘10초에 110원’ 고액 재택 알바 뭐길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14 09:47:00
  • 호수 1418호
  • 댓글 0개

“시간당 5만5000원 벌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고물가 시대다. 용돈이나 학비를 벌기 위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틈을 타 통화 앱 아르바이트가 기승이다. 수상한 점은 오직 여성들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은행계좌와 휴대폰만 있으면 10대도 통화 앱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학생이 한 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 평균 332시간을 꼬박 아르바이트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교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4년제 대학 673만3500원, 전문대학 597만4100원으로 조사됐다. 한 학기 등록금은 4년제 대학 337만원, 전문대는 299만원이다.

332시간을 써야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르바이트 시급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시간당 ▲과외 1만7800원 ▲피팅모델 1만7361원 정도다. 그러나 이 일을 해도, 4년제 대학생은 200시간 정도 일해야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급구’

결국 필요한 것은 시급이 높은 아르바이트다. 이런 틈을 노린 불법 아르바이트가 생겼는데, 바로 ‘통화 앱 아르바이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간당 5만5000원, 당일 계좌 입금. 알바하실 여성분 선착순 급구해요!”라는 제목의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성만’ 가능한 아르바이트라는 점이 수상해 글을 클릭해봤다. 이 게시글에는 제목보다 수상한 내용이 적혀있었지만, 금액이 ‘혹’하는 내용이었다.


“10초당 110원씩 돈이 쌓이는 통화 앱입니다. 1시간이면 앱 내 이벤트 포함해 5만5000원을 벌 수 있는 고수익 꿀알바입니다!”

전화 통화 아르바이트여서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좋았고, 시급도 높아서 과외보다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앱에 들어가면 유저들과 대화하는 일이었다.

설명에는 “음성 통화, 영상 통화 다 가능합니다. 하고 싶은 거로 선택해서 하면 됩니다. 심심하거나 편할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통화를 하면 된다. 돈을 내야하는 앱이거나, 가입비가 있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초기비용이 드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몸캠 불법 사기도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처음에 시급이 너무 높아서 의심했다. 그런데 돈이 급하게 필요하거나, 집에서 할 일 없을 때 부업으로 하면 좋다. 앱은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정식으로 등록돼있는 앱”이라며 “돈은 매일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본인 계좌로 자동 지급된다. 부업 개념으로 하고 싶을 때만 해도 되고 24시간 가능하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으면 탈퇴 처리도 해드린다”고 덧붙였다.

‘여성’만 벌 수 있는 ‘통화 앱’
‘고수익 꿀알바’로 소개한 뒤…

조건만 보면 훌륭한 아르바이트다. 아르바이트 장소에 따로 갈 필요 없으니 직장인도 퇴근 후 할 수 있었다. 학생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아르바이트는 없었다. 친절하게도 아르바이트 문의를 하면 후기를 보내주겠다고도 했다.

지난 2일 오후 12시20분, 게시물에 공개된 카카오톡으로 문의했다. 답변은 3시간 뒤에 왔다. 아르바이트를 설명하는 A씨는 다짜고짜 “핸드폰 기종이 아이폰인지 안드로이드인지 궁금하다”며 영상을 하나 보냈다.


해당 영상은 영상 채팅 장면을 녹음한 전형적인 영상통화였는데 이름, 나이, 통화 시간 등이 적혀있었다. 화면의 시계는 10초가 지난 시점이었고, 돈 모양으로 110원이라고 기재돼있었다. 이런 식으로 돈이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핸드폰 기종이 안드로이드라고 하자 A씨는 “잘됐다. 안드로이드는 아이폰보다 돈을 2배 더 벌 수 있다. 원래는 1시간에 3만6000원 벌 수 있는데, 안드로이드는 7만2000원”이라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는 간단했다. 앱에 들어가 실제 유저와 랜덤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영상통화를 할 수도 있었지만, 영상이 불편하면 음성통화도 상관없었다. 그는 자신이 소개해서 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만 500명이 넘었다고도 했다.

후기도 보여줬는데, 하루 만에 12만원, 11만3100원, 10만8000원, 6만3000원 등 수입 금액은 다양했다.

A씨는 “이제 알아서 아쉽다. 미리 알았으면 돈을 더 쉽게 벌 수 있었을 텐데” “한 사람과 오래 대화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지인 소개를 하면 소개비도 받을 수 있는 것이냐” 등의 대화가 오갔다. 제일 돈을 많이 번 사람은 하루에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벌었다. 통화를 오래하면 돈을 버는 구조인 셈이다.

“몸캠 불법 사기 절대 아냐” 유혹
익명성으로 성매매 알선도 이뤄져

수상한 점은 앱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름 ▲은행 ▲계좌번호 ▲핸드폰 번호를 알려줘야 앱 이름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찝찝한 마음에 여기서 연락을 끊었다. 

A씨에게 다시 연락이 온 것은 3일 뒤였다.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이 24시간 동안 돈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며 가입을 유도했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연락왔다. 일련의 개인정보를 밝히자, A씨는 앱 이름을 공개했다. 이 앱은 남성 회원이 이용하려면 캐시를 충전해야 전화할 수 있지만, 여성 회원은 돈을 버는 시스템이었다. 

A씨는 “앱에 남성 사용자도 있기 때문에 ‘정산하기’ ‘환급하기’ 같은 건 없다. 앱 개발자가 여성 사용자 계좌로 직접 돈을 보내니 오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대화해보니 해당 앱으로 설령 돈을 벌 수 있다 하더라도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은행 계좌번호와 핸드폰만 있으면 앱에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10대들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남성 B씨는 종종 해당 앱을 이용했다. 통화를 하다 보면, 개인 연락처를 물어보기도 쉽고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새벽, B씨는 앱으로 통화하다가 자신을 20대 유부녀라고 소개한 여성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대화하면서 친해져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그때부터는 핸드폰 번호로 직접 통화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의 신상이나 생활 패턴이 파악됐다. 유부녀라서 가정주부인 줄 알았는데 일정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됐다. 물론 B씨도 직장에 출근했을 땐 전화 통화가 힘들었지만, 문자나 카카오톡 연락도 안 되는 게 이상했다.

어떤 때는 아예 연락이 되지 않기도 했다. 알고 봤더니 B씨와 통화했던 여성은 고등학생이었다. 학교 수업 시간이거나 부모와 함께 있을 때는 연락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대화만?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상에서 랜덤으로 대화 상대를 만나 대화하는 것은 개인정보 입력 절차가 없어 익명성이 보장된다. 그런데 이런 익명성 때문에 앱 내에서 성폭력뿐 아니라 청소년 이용자를 노린 성매매 알선까지 이뤄지고 있다.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