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표 자천타천 하마평

벌써부터 총성 없는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총성 없는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지난해 당선된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민주당에 원내대표 선거의 의미는 사뭇 무겁게 다가온다. 각 계파는 각자 밀고 있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벌써부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간다. 정당의 원내대표 임기는 1년으로, 지난해 3월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오는 5월 초까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예정이다. 원내대표란 국회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을 일컫는 말로, 기존에는 원내 총무라 불리기도 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권한이 계속 강해지고 있는 당의 요직이다. 

3인3색 
본격 대결

원내대표는 중앙당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시키고, 원내 중심으로 정당을 돌아가게 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지도부에도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돼있어 여러 모로 중진 의원들이 탐내는 자리다. 보통은 3~4선의 중진 의원들이 당선되는 것이 관례며, 선출 당시 가장 힘 있는 계파에서 배출되곤 한다.

당초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시점인 5월에 원내대표 선거를 치러 공석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으로 끝나고, 이들의 원내대표 선거가 내달로 정해지자 민주당도 선거를 앞당길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원내대표 선거를)다음 달로 앞당기자는 주문이 있었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다음 달에 선거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시 정당의 헤게모니가 어딨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데,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명(친 이재명)계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며 승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 친명계의 좌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박 원내대표의 정치적 뿌리는 동교동계를 기반으로 한 친문(친 문재인)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친문이 계파 갈등을 겪으며 둘로 갈라졌을 당시 박 원내대표는 끝까지 중립을 지켜 친문계의 색을 잃었다.

이후 그는 박원순계로 오랫동안 인식돼왔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후에는 어느 계파에도 확실한 색을 띠지 않았다. ‘외딴섬’이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같은 당 이재명 대표였다.

한 취재원에 따르면 여의도에 인맥이 없다시피했던 이 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캠프에 영입하고 싶어 했고, 그는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확실한 이 대표의 오른팔이 됐다. 

대선 캠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직을 맡은 박 원내대표는 이후 이 대표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정면에서 막아내며 그의 심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하며 낙선했지만, 이 대표는 대선 운동에서 활약한 이들을 잊지 않았다.

전면으로 나서기 싫어하는 박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든 것도 이 대표의 뜻이 컸다. 친명계에서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마땅히 밀만한 후보가 없었다. 3선 이상의 중진이 맡는 자리에 어울리는 친명계 의원은 몇 없었고, 박 원내대표가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이 대표는 여러 친명계 의원을 보내 원내대표가 되어달라고 설득했다. 선거 방식도 콘클라베 방식이어서 박 원내대표로서는 그들의 설득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심 바로미터 평가, 주류 계파가 배출
범친명계 홍익표 내세워 “무난이 무기”

콘클라베 방식은 교황선거에서 차용한 것으로 선거 후보등록 없이 무기명·무차별 투표를 원칙으로 한다. 선거가 시작되면 의원들은 본인이 찍고 싶은 의원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고, 여기서 특정 후보가 과반을 하지 못하면 1, 2등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를 치른다.

박 원내대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등을 차지해 결선투표로 향했고, 친문계에서 내세운 박광온 의원과 마지막 승부를 치렀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때의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뽑을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방식을 도입한 이유로 ‘선거운동 과열 방지’를 들었다. 도입 당시 또한 민주당이 계파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탓이다. 후보 등록 후 후보들 간 비방전을 치르기보다 후보군 없이 선거하자는 게 도입 취지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사그라들지 않는 계파 갈등 속에서 미리 입후보를 받는 데 지도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체포동의안 표결로 촉발된 ‘비명계의 반란’이 심상치 않았는데, 원내대표 선거는 그런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후보군이 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몇몇 의원은 본인이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동료 의원들에게 피력하고 있고, 당 외부서도 이런저런 해석들을 곁들이며 원내대표 하마평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나온 원내대표 후보군은 6명가량이다. 직접 본인이 뜻을 밝힌 의원은 3선의 박광온 의원, 친정세균계의 좌장인 3선 이원욱 의원, 그리고 친명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선의 홍익표 의원 등이다.

그 외에도 4선의 안규백 의원, 3선의 윤관석 의원, 재선의 김두관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올라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원내대표 선거를 염두해 두고 물밑에서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해진 
후보군

우선 친명계가 홍 의원을 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당초 친문계로 정치권에 입성했던 홍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신망이 매우 두터운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19대 총선서 절친으로 알려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역구에 출마했다.

결국 홍 의원의 여의도 입성 첫 도전은 임 전 실장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도전했던 꼴이 된 것이다.

이렇듯 홍 의원은 다소 ‘쉬운(?) 방법’으로 국회에 들어왔지만, 당내서 ‘정책통’으로 통할 만큼 누구보다 일을 많이한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자마자 원내대변인을 역임한 뒤,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연이어 선정됐다. 


초선 시절에 발의한 ‘국민 휴일에 관한 법률’은 아직도 회자되는 우수 법률로 인정받고 있고, 그 외에도 굵직한 노동과 유통법 등 대표발의 법률안만 40건이 넘었다. 홍 의원이 공동발의 법률을 모두 합치면 200건이 훌쩍 넘는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홍 의원은 이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민주연구원장 등 민주당의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그의 평판이 더욱 좋아진 계기는 지난해 초에 있었다. 홍 의원은 그동안 친구에게 물려받은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 대신 국민의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을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지역은 현재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역대 어떤 민주당 의원도 깃발을 꼽지 못했던 지역이다.

험지 출마 배경을 두고 홍 의원 측은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의 모든 구성원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 안팎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에 물고가 됐으면 한다. 지난해 재보궐선거부터 서울 지역에서 내리 졌는데, 그 배경을 살피면 강남과 서초 지역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뒤졌다”고 설명했다.

즉, 민주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본인이 몸소 실천하겠다는 것이었다. 홍 의원은 임 전 실장의 소개로 정치권에 입성한 것에 비해 계파색을 많이 띠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 친문도, 친명계도 아닌 중도로 인식돼온 그를 이번에 친명계는 원내대표 자리에 앉히려 하는 모양새다.

친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그쪽(친명계)이 이번에 많이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다. 강한 친명색을 띠는 후보를 밀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고 당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홍 의원은 당내에 ‘적’이 없는 인물로 유명하다. 친명계가 밀 수 있는 카드로선 최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골이냐
진골이냐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 친명계가 비교적 적이 없고, 계파색이 옅은 후보를 찾아낸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친명계가 그분(홍 의원)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홍 의원이 막무가내로 친명계에 반기를 들 인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상대적으로 ‘문제 될만한’ 가능성이 적은 인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친명계가 걱정하는 것은 강한 계파색을 띠고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계파 인물의 당선이다. 현재 후보군 중 유력시되고 있는 이원욱 의원 같은 인물이다.

이 의원은 오랜 시간 동안 친명계를 견제해온 비명계의 대표주자다. 본래 정세균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는 그는 지난 대선서부터 이 대표를 맹렬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에는 당 계파와는 상관없이 대권 후보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전통이 존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전에 어떤 갈등관계가 있던지 신경쓰지 않고, 대선후보의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왔다.

그런 오랜 민주당의 전통을 깬 인물이 바로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정해지자 우선 선대위 조직본부장에 이름을 올렸으나 몇 주 후에 개편된 선대위에는 합류하지 않고 방관했다.

그는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에 출마하자 강하게 반대했으며, 지방선거 후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개인 SNS에 올려 비꼬았다.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대패했지만, 이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후에도 사사건건 이 대표를 비판해온 이 의원은 현재까지도 친명계서 주시하고 있는 비명계의 주요 스피커다. 그런 이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부터 나왔다. 그의 도전을 지도부 내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명계 이원욱 도전 눈에 띄어…그대로 분당?
친문계 박광온 재수 선언…불편한 동행 갈까?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분당(分黨)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이원욱 의원은 사실 이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원내대표에 당선돼 지도부 회의에 들어간다면 날이면 날마다 총성 소리가 들릴 것이고 이 의원도 그런 역할을 하러 가는 줄 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의 당선은 당의 주도권이 친명계에서 비명계로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이 의원 본인의 뜻만이 아니라 비명계와 중도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으로 갈라질 채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이대로 가면 분당”이라는 주장이 수차례 나온 민주당으로선 이 의원의 당선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의 당선으로 친명계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에 견제 장치가 들어간다는 의미는 좋게 평가받고 있다.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민주당은 본래 여러 목소리를 듣는 일에 익숙한 정당이다. (이 의원이 당선된다면)최근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일거에 잘라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희망섞인 관측을 내놨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친문계 박광온 의원에 대한 기대도 존재한다. 비명계에선 이미 박 의원과 이 의원, 투톱체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득표력을 입증받은 그가 결선투표에 갈지도 모른다고 해석한다.

박 의원은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김종민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이낙연계 의원으로 손꼽힌다. 2014년 재보궐선거 당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해 국회로 입성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당 대표 시절엔 비서실장을 지내 그를 지근거리서 도왔다.

또 이낙연 전 총리의 당 대표 재임 시절엔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국회상임위원장과 사무총장직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했다.

친문계 의원들은 아직도 ‘성골 친문계’인 그가 원내대표에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교적 분당 가능성이 적고 계파색을 확실하게 낼 수 있으며, 이 대표와의 전략적 연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이)이 전 대표의 귀국이 약 3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친문계의 세력 규합을 도모할 수 있지 않느냐”며 “민주당은 유사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계속해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귀국은 우리에게 좋은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그가 말하는 유사시는 이 대표의 낙마를 뜻하는 것으로 친문계 의원들은 총선 전에 이 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최측근들의 극단적 선택과 검찰의 강한 기소 의지, 또 비명계 의원들의 반란 등은 현재 친문계에게 나쁘지 않은 조짐으로 읽힌다.

유사시
대비도

박 의원이 당선돼 지도부에 들어간면 그들이 말하는 ‘유사시’를 위한 대비도 치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안규백·윤관석·김두관 의원은 각자의 색깔을 자신하며 본인이 원내대표의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 친명계의 파란이 비명계의 반란으로 다시 잠잠해질지, 혹은 내년 총선까지 친명계 일색의 지도부가 이어질지 내달 중순쯤 정해질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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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