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표 자천타천 하마평

벌써부터 총성 없는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총성 없는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지난해 당선된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민주당에 원내대표 선거의 의미는 사뭇 무겁게 다가온다. 각 계파는 각자 밀고 있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벌써부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간다. 정당의 원내대표 임기는 1년으로, 지난해 3월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오는 5월 초까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예정이다. 원내대표란 국회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을 일컫는 말로, 기존에는 원내 총무라 불리기도 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권한이 계속 강해지고 있는 당의 요직이다. 

3인3색 
본격 대결

원내대표는 중앙당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시키고, 원내 중심으로 정당을 돌아가게 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지도부에도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돼있어 여러 모로 중진 의원들이 탐내는 자리다. 보통은 3~4선의 중진 의원들이 당선되는 것이 관례며, 선출 당시 가장 힘 있는 계파에서 배출되곤 한다.

당초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시점인 5월에 원내대표 선거를 치러 공석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으로 끝나고, 이들의 원내대표 선거가 내달로 정해지자 민주당도 선거를 앞당길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원내대표 선거를)다음 달로 앞당기자는 주문이 있었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다음 달에 선거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시 정당의 헤게모니가 어딨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데,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명(친 이재명)계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며 승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 친명계의 좌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박 원내대표의 정치적 뿌리는 동교동계를 기반으로 한 친문(친 문재인)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친문이 계파 갈등을 겪으며 둘로 갈라졌을 당시 박 원내대표는 끝까지 중립을 지켜 친문계의 색을 잃었다.

이후 그는 박원순계로 오랫동안 인식돼왔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후에는 어느 계파에도 확실한 색을 띠지 않았다. ‘외딴섬’이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같은 당 이재명 대표였다.

한 취재원에 따르면 여의도에 인맥이 없다시피했던 이 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캠프에 영입하고 싶어 했고, 그는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확실한 이 대표의 오른팔이 됐다. 

대선 캠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직을 맡은 박 원내대표는 이후 이 대표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정면에서 막아내며 그의 심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하며 낙선했지만, 이 대표는 대선 운동에서 활약한 이들을 잊지 않았다.

전면으로 나서기 싫어하는 박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든 것도 이 대표의 뜻이 컸다. 친명계에서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마땅히 밀만한 후보가 없었다. 3선 이상의 중진이 맡는 자리에 어울리는 친명계 의원은 몇 없었고, 박 원내대표가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이 대표는 여러 친명계 의원을 보내 원내대표가 되어달라고 설득했다. 선거 방식도 콘클라베 방식이어서 박 원내대표로서는 그들의 설득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심 바로미터 평가, 주류 계파가 배출
범친명계 홍익표 내세워 “무난이 무기”

콘클라베 방식은 교황선거에서 차용한 것으로 선거 후보등록 없이 무기명·무차별 투표를 원칙으로 한다. 선거가 시작되면 의원들은 본인이 찍고 싶은 의원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고, 여기서 특정 후보가 과반을 하지 못하면 1, 2등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를 치른다.

박 원내대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등을 차지해 결선투표로 향했고, 친문계에서 내세운 박광온 의원과 마지막 승부를 치렀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때의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뽑을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방식을 도입한 이유로 ‘선거운동 과열 방지’를 들었다. 도입 당시 또한 민주당이 계파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탓이다. 후보 등록 후 후보들 간 비방전을 치르기보다 후보군 없이 선거하자는 게 도입 취지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사그라들지 않는 계파 갈등 속에서 미리 입후보를 받는 데 지도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체포동의안 표결로 촉발된 ‘비명계의 반란’이 심상치 않았는데, 원내대표 선거는 그런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후보군이 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몇몇 의원은 본인이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동료 의원들에게 피력하고 있고, 당 외부서도 이런저런 해석들을 곁들이며 원내대표 하마평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나온 원내대표 후보군은 6명가량이다. 직접 본인이 뜻을 밝힌 의원은 3선의 박광온 의원, 친정세균계의 좌장인 3선 이원욱 의원, 그리고 친명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선의 홍익표 의원 등이다.

그 외에도 4선의 안규백 의원, 3선의 윤관석 의원, 재선의 김두관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올라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원내대표 선거를 염두해 두고 물밑에서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해진 
후보군

우선 친명계가 홍 의원을 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당초 친문계로 정치권에 입성했던 홍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신망이 매우 두터운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19대 총선서 절친으로 알려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역구에 출마했다.

결국 홍 의원의 여의도 입성 첫 도전은 임 전 실장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도전했던 꼴이 된 것이다.

이렇듯 홍 의원은 다소 ‘쉬운(?) 방법’으로 국회에 들어왔지만, 당내서 ‘정책통’으로 통할 만큼 누구보다 일을 많이한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자마자 원내대변인을 역임한 뒤,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연이어 선정됐다. 


초선 시절에 발의한 ‘국민 휴일에 관한 법률’은 아직도 회자되는 우수 법률로 인정받고 있고, 그 외에도 굵직한 노동과 유통법 등 대표발의 법률안만 40건이 넘었다. 홍 의원이 공동발의 법률을 모두 합치면 200건이 훌쩍 넘는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홍 의원은 이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민주연구원장 등 민주당의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그의 평판이 더욱 좋아진 계기는 지난해 초에 있었다. 홍 의원은 그동안 친구에게 물려받은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 대신 국민의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을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지역은 현재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역대 어떤 민주당 의원도 깃발을 꼽지 못했던 지역이다.

험지 출마 배경을 두고 홍 의원 측은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의 모든 구성원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 안팎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에 물고가 됐으면 한다. 지난해 재보궐선거부터 서울 지역에서 내리 졌는데, 그 배경을 살피면 강남과 서초 지역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뒤졌다”고 설명했다.

즉, 민주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본인이 몸소 실천하겠다는 것이었다. 홍 의원은 임 전 실장의 소개로 정치권에 입성한 것에 비해 계파색을 많이 띠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 친문도, 친명계도 아닌 중도로 인식돼온 그를 이번에 친명계는 원내대표 자리에 앉히려 하는 모양새다.

친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그쪽(친명계)이 이번에 많이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다. 강한 친명색을 띠는 후보를 밀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고 당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홍 의원은 당내에 ‘적’이 없는 인물로 유명하다. 친명계가 밀 수 있는 카드로선 최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골이냐
진골이냐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 친명계가 비교적 적이 없고, 계파색이 옅은 후보를 찾아낸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친명계가 그분(홍 의원)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홍 의원이 막무가내로 친명계에 반기를 들 인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상대적으로 ‘문제 될만한’ 가능성이 적은 인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친명계가 걱정하는 것은 강한 계파색을 띠고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계파 인물의 당선이다. 현재 후보군 중 유력시되고 있는 이원욱 의원 같은 인물이다.

이 의원은 오랜 시간 동안 친명계를 견제해온 비명계의 대표주자다. 본래 정세균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는 그는 지난 대선서부터 이 대표를 맹렬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에는 당 계파와는 상관없이 대권 후보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전통이 존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전에 어떤 갈등관계가 있던지 신경쓰지 않고, 대선후보의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왔다.

그런 오랜 민주당의 전통을 깬 인물이 바로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정해지자 우선 선대위 조직본부장에 이름을 올렸으나 몇 주 후에 개편된 선대위에는 합류하지 않고 방관했다.

그는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에 출마하자 강하게 반대했으며, 지방선거 후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개인 SNS에 올려 비꼬았다.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대패했지만, 이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후에도 사사건건 이 대표를 비판해온 이 의원은 현재까지도 친명계서 주시하고 있는 비명계의 주요 스피커다. 그런 이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부터 나왔다. 그의 도전을 지도부 내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명계 이원욱 도전 눈에 띄어…그대로 분당?
친문계 박광온 재수 선언…불편한 동행 갈까?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분당(分黨)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이원욱 의원은 사실 이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원내대표에 당선돼 지도부 회의에 들어간다면 날이면 날마다 총성 소리가 들릴 것이고 이 의원도 그런 역할을 하러 가는 줄 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의 당선은 당의 주도권이 친명계에서 비명계로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이 의원 본인의 뜻만이 아니라 비명계와 중도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으로 갈라질 채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이대로 가면 분당”이라는 주장이 수차례 나온 민주당으로선 이 의원의 당선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의 당선으로 친명계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에 견제 장치가 들어간다는 의미는 좋게 평가받고 있다.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민주당은 본래 여러 목소리를 듣는 일에 익숙한 정당이다. (이 의원이 당선된다면)최근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일거에 잘라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희망섞인 관측을 내놨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친문계 박광온 의원에 대한 기대도 존재한다. 비명계에선 이미 박 의원과 이 의원, 투톱체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득표력을 입증받은 그가 결선투표에 갈지도 모른다고 해석한다.

박 의원은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김종민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이낙연계 의원으로 손꼽힌다. 2014년 재보궐선거 당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해 국회로 입성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당 대표 시절엔 비서실장을 지내 그를 지근거리서 도왔다.

또 이낙연 전 총리의 당 대표 재임 시절엔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국회상임위원장과 사무총장직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했다.

친문계 의원들은 아직도 ‘성골 친문계’인 그가 원내대표에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교적 분당 가능성이 적고 계파색을 확실하게 낼 수 있으며, 이 대표와의 전략적 연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이)이 전 대표의 귀국이 약 3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친문계의 세력 규합을 도모할 수 있지 않느냐”며 “민주당은 유사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계속해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귀국은 우리에게 좋은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그가 말하는 유사시는 이 대표의 낙마를 뜻하는 것으로 친문계 의원들은 총선 전에 이 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최측근들의 극단적 선택과 검찰의 강한 기소 의지, 또 비명계 의원들의 반란 등은 현재 친문계에게 나쁘지 않은 조짐으로 읽힌다.

유사시
대비도

박 의원이 당선돼 지도부에 들어간면 그들이 말하는 ‘유사시’를 위한 대비도 치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안규백·윤관석·김두관 의원은 각자의 색깔을 자신하며 본인이 원내대표의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 친명계의 파란이 비명계의 반란으로 다시 잠잠해질지, 혹은 내년 총선까지 친명계 일색의 지도부가 이어질지 내달 중순쯤 정해질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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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