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성지순례 ④삼척 맹방해변과 부남해변

마침내, 음악과 영화의 성지된 두 곳

강원도 삼척에는 한류 팬이 가고 싶은 명소가 두 군데 있다. ‘버터’와 ‘마침내’의 바닷가다. ‘버터’의 바닷가는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 재킷을 촬영한 맹방해변이다. 멤버 제이홉이 촬영 중에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한 그곳이다. ‘마침내’의 바닷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 바위산을 촬영한 부남해변이다. ‘마침내’는 이 작품을 대표하는 마성의 대사다. 맹방해변은 햇빛이 찬란할 때가 좋고, 부남해변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즈음이 낫다. 맹방해변은 방탄소년단의 멜로디처럼 달고, 부남해변은 〈헤어질 결심〉처럼 마음에 아려 쓰다.

맹방해변은 동해서 손꼽는 해변이다. 보통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에 명사십리라는 수식이 붙는데, 맹방해변은 오래전부터 명사십리라고 불렸다. 이젠 ‘방탄소년단의 해변’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2021년 3월 맹방해변에서 재킷을 촬영한 앨범 ‘버터’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총 10주 동안 정상을 지켰다.

한류 명소

맹방해변 역시 한류 명소로 거듭났다. 20 21년 7월 앨범 속 촬영 콘셉트를 재현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재킷에 등장한 소품을 재정비해 여행자를 맞고 있다. 주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베드, 비치 발리볼 네트와 보드 등이 재킷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다.

그곳에서 앨범 사진 속 방탄소년단처럼 인증사진을 찍는 이는 ‘아미(BTS 공식 팬클럽)’뿐만 아니다. 남녀 불문, 나이 불문이다. 선베드가 내륙을 향한다고 인증사진만 찍고 떠나선 곤란하다. 뒤쪽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처럼 청량하다.

유튜브 채널 ‘방탄TV’에는 그날의 스케치 영상이 생생하다. 2022 카타르월드컵 주제곡 ‘드리머스(Dreamers)’를 부른 멤버 정국은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못 온” 아쉬움을 달래고, “바닷소리가 참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다”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맹방해변의 겨울 바닷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하지만 이내 ‘버터’가 귓가에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다. ‘버터처럼 부드럽게(smooth like butter)’ 하는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모래밭을 걷다 보면 맹방의 황홀한 바다 빛이 순식간에 ‘당신의 마음속으로 몰래 침입(breakin’ into your heart like that)’하는 듯하다.

2021년 삼척 바다의 주인공이 맹방해변이라면, 2022년은 부남해변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비밀스러운 해변은 이전부터 마니아가 적잖았다. 한 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해안과 남쪽 바위산이 영화적이다. 지난해 6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 뒤, 마침내 이곳은 그 너비로 가늠할 수 없는 해준(박해일 분)과 서래(탕웨이 분)의 사랑이 깃든 장소가 됐다.

부남해변은 맹방해변 남쪽으로 6~7㎞ 거리에 위치한다. 국도7호선(동해대로)을 벗어나 부남2리 마을 길로 들어선다. 주차장에서 해변으로 가는 입구는 대숲 계단을 지나 꽤 극적이다. 계단 끝에서 정면 모래밭 건너편에 바위산이 보인다. 바위산 안쪽은 영화와 달리 당집이 하나 있고, 바위 사이로 사나운 파도뿐이다. 

삼척 바다의 주인공 맹방해변·부남해변
유황 든 온천수 사용하는 족욕체험장도

그 속으로 걸어가는 서래와 그녀를 쫓는 해준의 모습이 겹친다. 서래가 소중하게 간직한 <산해경>도 떠오른다. 산인 듯 바다인 듯싶은 그림과 탕웨이가 직접 썼다는 한글이 인상적이었는데, 부남해변의 바위산은 이를 재현한 것 같다.

그러므로 부남해변에서는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마침내, 서래와 해준이 되어 지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걷는다.

바위산 곁의 모래밭 또한 작은 바위가 길을 막아 시적이다. 그 사이로 해변을 거닐다 바다에 시선을 던지면 애잔한 사랑이 밀물처럼 다가오고, 물결 위로 정훈희와 송창식이 부른 OST ‘안개’가 파도에 실려 번진다.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라는 가사를 다섯 자로 줄이면 ‘헤어질 결심’이고, 다시 석 자로 쓰면 ‘마침내’다.


이때 마침내는 분명 ‘드디어 마지막에는’이라는 의미일 텐데, 입 밖에서는 그저 작고 아름다운 해변에 대한 감탄이 되고 만다.

부남해변은 부남2리 마을에서 관리한다. 〈헤어질 결심〉을 개봉한 뒤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주간에는 대체로 개방하나 안전 문제로 닫아두는 경우도 있다. 입구가 닫혔을 때는 삼척시청 관광정책과(033)570-3074)에 문의하면 마을에 연락해서 열어준다.

이사부사자공원은 가요 ‘독도는 우리 땅’에도 등장하는 신라 장군 이사부의 개척정신과 얼을 기려 조성했다. 정상부에 삼척그림책나라가 있다. 그림책 작가들이 직접 참여해 꾸민 공간을 다섯 개 전시관으로 구성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그물놀이터와 정글짐, 벌집놀이터 등이 아이들의 흥미를 돋운다.

빅북존과 그물침대에서 그림책을 읽는 경험도 재미나다. 전문 교육을 받은 도슨트가 상주해 책 읽기와 체험을 돕는다. 입장은 하루 3회(09:30, 13:00, 15:30), 회당 입장 인원 100명으로 관리한다. 야외에는 ‘삼척 문어와 용왕 이야기’ 조형물이 반기며,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운치 있다.

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은 골목과 벽화가 아기자기하다. 나릿골은 ‘나루가 있던 마을’을 뜻한다. 1970~1980년대 어촌 산동네 풍경이 남아 있고, 골목을 걷다 돌아보면 삼척항과 바다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일부 길은 집 마당과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니 주민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돌아볼 일이다.

유황온천

주차장이 마을 곳곳에 있는데, 보통 나릿골말랑이수퍼와 나릿골안내센터가 있는 삼척항대게거리 쪽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삼척 내륙의 가곡이나 도계 쪽을 여행한다면 가곡족욕체험장도 겨울 여행지로 알맞다. 가온밸리휴양마을에서 운영하며, 유황이 든 온천수를 사용한다. 족욕 전에 목과 어깨에 유황 제트 겔을 바르고, 온천수에 20~30분 발을 담근 뒤, 소금으로 발을 문지르고 아로마 오일을 바르는 순서로 진행한다. 창밖으로 가곡천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와 몸과 마음이 한층 편안하다. 이달 중에는 족욕체험장 옆에 유황온천장이 개장할 예정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한류 여행: 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맹방해변→부남해변
겨울 바다 여행: 이사부사자공원(삼척그림책나라)→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맹방해변→부남해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이사부사자공원(삼척그림책나라)→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맹방해변
-둘째 날: 부남해변→가곡족욕체험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삼척문화관광 www.samcheok.go.kr/tour.web
-이사부사자공원(삼척그림책나라) www.samcheok.go.kr/lionpark
-가온밸리휴양마을(가곡족욕체험장) www.gaonv.co.kr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074


문의 전화
-이사부사자공원(삼척그림책나라) 033)570-4616
-가곡족욕체험장 033)572-9520

대중교통
[버스] 서울-삼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6~19회(06: 20~22: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하루 11회(06:45~19:5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하루 10회(07:10~20:05)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터미널앞 정류장에서 20-1번·20-2번·21번·23번 일반버스나 24번 좌석버스 이용, 하맹방리 정류장 하차, 맹방해변까지 도보 약 1.2㎞. 터미널앞 정류장에서 23번 일반버스 이용, 부남2리 정류장 하차, 부남해변까지 도보 약 68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강원여객 033)574-2686

자가운전
-맹방해변: 동해고속도로 근덕 IC→우측 도로, 91m→맹방해변 방면 우측 도로, 242m→심방금계길 맹방해변 방면 좌회전, 514m→맹방해변로 맹방해변 방면, 639m→좌측 도로, 158m→우회전, 763m→맹방해변

-부남해변: 동해고속도로 근덕 IC→근덕·울진 방면 동해대로, 1㎞→근덕 방면 우측 도로, 770m→근덕교차로에서 동막리 방면 우회전, 3.7㎞→삼척로 좌회전, 568m→방재로 우회전, 1.5㎞→부남해변길 좌회전, 593m→부남해변 주차장


숙박 정보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읍 심포남길, 033)550-7788, www.choo choopark.com
-쏠비치 삼척: 삼척시 수로부인길,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sb/sc
-NS호스텔: 삼척시 오십천로, 033)575-5785

식당 정보
-삼척보스대게 본점(대게 세트): 삼척시 테마타운길, 033)575-8784, www.bosscrab.modoo.at
-성원닭갈비(물닭갈비): 삼척시 정상안1길, 033)575-7677, www.성원닭갈비.com
-삼척전복해물뚝배기(전복해물뚝배기): 삼척시 테마타운길, 033)572-9999, http://scjeonbokhm.itrocks.kr

주변 볼거리
도계유리나라, 환선굴, 강원종합박물관, 하이원추추파크, 삼척해상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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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