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최근 대중교통 요금 인상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노인 무임승차 제도에 관한 논의가 덩달아 재점화됐다. “지하철 만성 적자 해결을 위해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힘을 싣자, 찬반양론이 더욱 격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1984년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을 100% 할인해주라는 전두환정권 지시로 시작됐다. 당시 서울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8%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비율이 17.4%까지 늘어나면서 기준선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매번 “노인 복지의 일환으로서 현행 유지가 옳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제도 개편 논의는 장기간 공전해오고 있다.
이 같은 간극을 좁히기 위해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서 ‘도시철도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오 시장을 비롯해 대한노인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 시장은 축사를 통해 “매년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로 인해 도시철도 요금 인상이 부득이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도시철도 무임수송 제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세대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안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의 ‘당사자’들인 대한노인회와 서울교통공사는 이 자리서 중앙정부의 손실 보전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지하철의 적자가 노인 때문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안 간다. 노인 문제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복지 문제”라며 “한 학자는 노인들이 집에 가만히 있으면 운동을 하지 못하는데 지하철을 타자 의료비가 절감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나윤범 서울교통공사 기획조정실장은 “지하철을 타는 어린이나 청소년은 약 4% 비중임에도 요금을 받고 있지만, 노인은 15%나 된다”면서도 “노인 무임승차는 교통 복지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실장은 “공사는 무임수송 보전과 함께 자구 노력도 충실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도 관련 논의에 힘을 보탰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법에 명시된 국가 사무기 때문에 당연히 중앙정부, 기획재정부의 책임”이라며 “문제의 시작점은 중앙정부가 (무임수송 적자 문제를)우리의 책임이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논의에선 보다 세부적인 조정안도 제시됐다.
황진수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 소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적자를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출퇴근 시간인 오전 7~10시 사이에 승차하는 노인들에게 승차요금을 받는 방안도 있다”며 “재산이 많은 노인에게만 돈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 소장 발언대로 차등적 무임승차 제도를 운영하는 해외 사례가 다수 있다. 일본에선 70세 이상이 소득수준에 따라 대중교통 요금을 차등적으로 할인받는다. 캐나다 역시 65세 이상 노인에게 요금을 기본 50% 할인해주고, 저소득층에게는 100% 할인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