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천공 방문’ 주장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나만 안다고? 또 다른 목격자 나올 것”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 대통령실 이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무속인’ 천공은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는 윤석열정부 초창기부터 청와대의 용산 이전 추진을 강조했고 윤 대통령이 실행에 옮기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천공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회피, 이태원 참사 연속 조문 등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돼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온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예비역 공군 소령 출신으로 국회 정책 보좌관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정책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겸임 교수로 일하다 2020년 12월 국방부 대변인을 맡았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이다. 특히 마지막 브리핑에서는 권력과 군에 작심 발언을 하고 떠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대변인직을 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책으로 펴냈다. 정부와 군의 정책 결정 과정을 비판적으로 관찰한 기록이다. <일요시사>가 부 전 대변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방부 대변인 시절 겪었던 일들을 일기에 적었고, 책으로 펴냈다

▲과거 국회 보좌관 시절 최재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꼬박 일기를 쓰는 모습을 보고 기록을 남겨야겠다 싶었다. 1년5개월 정도를 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일기를 썼고, 대변인 시절 겪었던 국방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책 제목 자체가 <권력과 안보>다. 권력이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과정을 들여다본 책이다. 천공 부분이 관심을 많이 받기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런 책이 한국 사회에는 없었다. 해외에는 이미 이런 책들이 많다. 미국의 매티스 국방성 장관, 볼튼 전 국가안보 보좌관,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 일본 방위성 차관 등이 일기 형식으로 회고록을 냈는데 한국은 이런 책에 관용적이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나?

▲청와대가 어떻게 국방에 관여하고 개입하는지, 안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지에 관해서다. 더불어 군 전체를 매도하고 장관이 사과하는 일이 잦았다.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자기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내용도 포함돼있다. 철옹성 같은 군 사법제도 개혁을 이끌어낸 공군 여중사와 해군 여중사의 극단적 선택 등 예우가 필요한 의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책의 부제가 국방 비서와 천공 의혹인데…

▲핵심적인 부분이긴 하다. 윤정부 대통령실 이전의 기록도 포함시켰다. 문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부분도 담겨있다. 읽고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읽지도 않고, 책에 없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알만한 분들은 군사기밀이 가득하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없다. 

대변인 기간 있었던 일 책에 담아
크로스 체크까지 벌써 끝낸 사안

-책 말미에 나오는 천공 부분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천공을 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막전막후가 3월14일부터 4월12일까지 이어졌다. 한 달간 이어졌고 그때 남겼던 기록이었기 때문에 뺄 수가 없었다. 


-당시 다음 정부에 여러 일을 인계하던 위치에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린다면?

▲충격적이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한테 오히려 반문했다. 말이 되냐고, 그러다 잊혀졌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이야기하는데, 정법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천공 동영상이 1만회 정도 올라왔는데, 다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느 날 방송에 나가 말했다. 이게 기록이라는 점이 컸던 것 같다.

-일각에서는 조작설을 제기하는데…

▲일기에 기록된 내용을 본문에 넣었고, 정황을 각주 처리했다. 일기 본문 내용은 수정이나 왜곡이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달라

▲천공이 방문한 날은 지난해 4월1일이다. 그날은 육군 미사일 전략사령부 개편 행사에 갔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12시 전이다. 개편식서 미사일 전략사령관이 장관에게 현황 보고를 한다. 헬기서 내렸고, 화장실 갈 때 남 전 총장이 긴히 이야기할 게 있다고 불렀다.

총장이 허위로 말할 이유 없어
휴대폰 위치 추적? “의미 없어”

언론 대응과 관련된 사건인가 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화장실을 가니까 따라와서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때 천공과 인수위 관계자가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서울사무소를 들렀다고 공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을 알게 됐다.

-화장실 위치는?

▲1층 문에서 들어가면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공관장은 직접 본 것인가?

▲서울사무소와 공관은 약간 특색이 있다. 공관은 근무자가 많지 않다. 공관 관리관, 병사 한두명 정도다. 공관은 출처가 되는 사람만 입을 열지 않으면 막히는 구조다. 서울사무소는 직원이 많다. 상시 근무하는 사람이 많아 그쪽에는 목격자나 혹은 제보자도 있다고 본다. 현재 상당히 신빙성 있는 제보들이 언론사를 통해서 다뤄지고 있다. 


-두 명 외에 추가 목격자는?

▲육군 관계자다. 다만 기록에 남지 않은 것들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풍문이기 때문이다. 듣고, 확인하는 과정까지 거쳤지만, 녹취로 남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확신할 수 있는 점은 남 전 총장에게 보고된 사안을 누구한테 확인한다는 건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군은 보고가 생명이다.

총장한테 보고 올라갈 때도 단계가 있다. 회사도 그렇지 않은가. 군은 더 철저하게 보고한다. 중간 단계를 다 거치면서 스크린하고 그 상태서 총장한테 보고하는 게 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누구에게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장관한테 보고를 하진 않았나?

▲내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면 월권이다. 이 부분은 대변인을 하면서 철저히 지켰다. 

-대통령실이 고발한 상황이다. 고발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김 전 의원이 고발당했다. 김어준 방송인과 함께 고발당했는데, 나는 고발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급 효과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 전 의원 사건이 있고 나서 바로 언론에서 묻히고 국민적 관심에서는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크게 ‘이슈가 될까’ 하는 생각을 좀 했다.

차이가 있다면 김 전 의원의 경우 전언이지만 나는 기록이다. 방어 논리가 성립한다. 4월1일은 사건이 많았다. 천공 부분은 두 단락이다. 뺀 것도 있지만 이게 전부고,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고발은 이해가 어렵다. 특히 기자가 고발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천공과 주변 인물들 수사해야”
“제2·제3 추가 폭로자 나올 것”

-대통령실은 가짜 뉴스라는 입장인데…

▲크로스체킹을 두 번 거쳤다. 남 전 총장과 전화하고, 관계자를 통해 한 번 더 했다. 이후에는 연락한 기억이 없다. 추석 때 인사 차 한 번 문자를 주고받은 게 전부다. 

-남 전 총장과 통화했던 통신 기록은 확인했나?

▲시점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통화한 것은 명확하다.

-총장이 직접 전했다는 말의 의미는?

▲나 역시 장관에게 보고할 때 구두 보고와 문서 보고를 했다. 이런 이슈의 경우 문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물론 문서까지 보고됐을 수 있지만, 공관장이 배석하고 다음에 누군가가 보고하는 그런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역술인이 청와대서 용산으로 관저를 옮겼다는 관저 개입 의혹이 계속 불거져왔다. 역술인 개입의 의미는?

▲우선 천공은 민간인이다. 우리는 박근혜정부 때 이미 이런 것을 느꼈다.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분명 존재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그랬다. 형의 개입이 있어 사법적 처벌을 받았던 이력이 있다. 국가운영이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사권력이 들어온 셈이다.

공권력의 사권력화다. 나중에 밝혀져야 할 부분이지만 상당히 위험하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민간인의 개입이 정서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한국 사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더 납득이 힘들어졌다.

-윤정부는 권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다고 보나?

▲언론에 대해서는 이게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맞는지가 의문이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판례나 국내 판례를 보더라도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상식적으로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증언 말고 다른 증거는 없냐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밝혀지던 나는 천공이라고 본다. 정보 접근이 가능한 쪽에서 사실관계를 밝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을 내놓고, 투명하게 밝히면 해결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다. 이 중 CCTV를 예를 드는데, 일반인은 볼 수 없다. CCTV를 보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군사시설보호법,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제한된다. 제한되는 사안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려면 현행법의 제한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대통령실도 힘들 것이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보라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휴대폰을 두 개 갖고 있었다. 단순 위치추적으로 안 된다. 결국은 천공과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호처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책이나 방송에서도 밝혔지만 경호처와는 관계가 없다. 김용현 경호처장이 인수위에 있었으면 당연히 공적인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그건 당연한 부분이다. 나는 경호처장과 함께 갔다는 이야기를 한 적 없다. 하지만 천공은 다르다. 차라리 쿨하게 천공이 다녀가지 않았다고 하면 되는 걸 일면식이 없다거나 풍문이라는 말 자체가 아마추어같다는 생각이 든다. 

-폭로를 1/3도 안 했다고 말했는데…

▲나는 점점 더 확신하고 있는 중이다. 책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거기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니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군의 보고체계는 단순하지 않다. 어느 윗선까지 해야 할지 다 정해져 있다. 그런데 총장까지 올라간 사안이다.

그러면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개입했는지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2, 제3의 증언자와 제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력과 안보’ 내용은?

<권력과 안보>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1년5개월가량 대변인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책이다.

책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70년간 동맹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미동맹과 관련해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관한 이야기, 북한 무인기가 NLL를 넘어왔을 때와 관련된 일화 등을 담았다.

또 군 사법개혁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의 헌신 등 여러 이야기도 들어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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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