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김의겸, 속으로 웃는 이유

맞을수록 싱글벙글?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 간의 전쟁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고소당한 김 대변인은 지난달 대통령실로부터도 고소당하며 윤정부표 ‘고소 퍼레이드’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고소당할 때마다 김 의원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다. 서슬퍼런 정권과 법률 다툼을 해야 하는데도, 요즘 김 의원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가질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의 ‘미운 오리 새끼’ 김의겸 의원이 결국 대통령실로부터 고소당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30일, 김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알렸다. 대통령 대변인단은 “김 의원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메랑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부분은 김 의원이 제기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추가 의혹 부분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논평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서 김 여사의 이름이 최소 300번 이상 거론됐고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이름도 100번 이상 언급됐다”며 “추가로 또 다른 작전주 ‘우리기술’에서도 김 여사, 최씨의 계좌가 활용됐다는 것이 다름 아닌 담당 검사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바 있다. 꾸준히 거론돼오던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더해 우리기술에도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김모씨는 비슷한 시기 우리기술이란 주식도 거래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재판 기록에 따르면 판사는 그에게 “우리기술 주식의 경우도 증인이 관여해서 많이 띄웠나. 경영진에서 주가 부양 요청했던 상황으로 보이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경영진에서 주가 부양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워런티(보증)를 행사해서”라고 대답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해당 재판서 김여사의 이름과 그의 모친 최씨의 이름도 거론됐다는 점이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는 만큼, 야권에서는 우리기술 의혹에도 그가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보내는 중이다.

한동훈 장관에 이어 대통령실도 고소
“밑도 끝도 없는 의혹 제기에 사법조치”

여기에 대통령실이 발끈했다. 대통령실은 우리기술 종목이 작전주라는 근거가 없다면서, 검찰이나 금감원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조차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특정 보도를 인용해 논평을 작성한 김 의원에게 ‘고소’할 뜻이 있음을 전달했고, 지난달 말에 실행으로 옮겼다.

대통령실은 “누가, 언제, 어떤 수법으로 주가조작을 했고 어떻게 관여됐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없는 상태서 ‘대통령 배우자의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났다’는 단정적인 가짜 뉴스를 반복 공표한 것은 악의적이고,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정사 기자가 지난해 11월 제3자의 재판을 방청하던 중 ‘주식 매도 내역을 봤다’는 것이 근거의 전부인데, 기사에서조차 주식 매수 기간과 수량, 매매 내역은 아예 모른다고 보도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의원에게는 오래전부터 경고했고, 최근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고소를 진행한 것”이라며 “‘고소할 테면 해봐라’면서 (고소를 실제로)할 때까지 고집부리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윤석열정부로부터 고소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청담동 한 고급 술집서 특정 법무법인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당시 김 의원 주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해당 자리서 변호사들과 오랜 시간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등 부적절한 술자리를 함께했다.

오히려 좋다? 김 의원 측 “반갑다”
최근 민주당 지지자들 평판 달라져

그러나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 폭로자라고 알려진 청담동 술집 종업원 첼리스트 A씨는 해당 폭로가 남자친구에게 한 거짓말이었다며 김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고, 각종 언론은 후속 보도를 통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신빙성이 낮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현장에 있었던 한 장관은 김 의원의 주장을 듣자마자 “저런 찌라시 수준의 제보만을 듣고 국정감사 자리에서 장관을 모독했다”며 “저는 다 걸 수 있다. 의원님은 뭘 걸 수 있느냐”며 반박했다. 후에 한 장관은 김 의원에게 10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사법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해 한 장관에 이어 올해 대통령실까지, 김 의원은 곤혹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만난 김 의원 측 관계자들은 표정이 밝았다. 오히려 이번 고소를 반기고 있었다는 분위기였다. 여권으로부터 받는 견제가 김 의원 입장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계산 아래서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김의겸 의원실로 계속 민주당 지지자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국정감사 때 한 장관과의 설전과 지금은 아예 다른 분위기라고 전해 들었다”며 “또 재판서도 이길 자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준비하고 있는 자료가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김 의원을 고발하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추진이 명분을 얻었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을 문제 삼은 만큼 특검을 조속히 진행해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민주당 지지층은 김 의원을 ‘논개’에 비유하며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환영”

지난 국정감사에서의 헛발질로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던 김 의원은 이번 대통령실 고소건으로 다시 당내 입지를 많이 회복했다.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 김건희 특검을 위한 동력을 만들어냈으며,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 여론 형성에도 일조했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여권으로부터 매일 ‘채찍’을 맞는 김 의원은 요즘 하루하루가 싱글벙글하기만 하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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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