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겨울철에 베란다 문을 열면 거실의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간다는 느낌보다 베란다의 찬 공기가 거실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고 문을 닫게 된다. 여름철에도 베란다 문을 열면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거실의 시원한 공기가 빠져나간다는 느낌보다 베란다의 뜨거운 공기가 거실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고 문을 닫게 된다.
겨울철이건 여름철이건 베란다 문을 열어 거실과 베란다의 전혀 다른 성질의 공기가 만날 때, 왜 우리는 거실의 온도보다 베란다의 온도가 강해서 베란다의 공기가 거실로 밀고 들어온다고 느끼는 걸까?
거실의 온도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베란다의 온도가 낯설게 느껴져 거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거실이 아닌 베란다에 있으면서 문을 연다면 베란다의 온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겨울철에는 거실의 따뜻한 공기가 베란다로 들어온다고 느낄 것이고, 여름철에는 거실의 시원한 공기가 베란다로 들어온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공기의 흐름이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거실과 베란다의 서로 다른 공기가 만날 때, 어느 한쪽에서만 밀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점과 아울러 시간이 지나면 거실과 베란다의 온도가 같아진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여야나 노사와 같이 서로 대치 국면에 있는 집단이 만날 때, 서로 상대가 공격만 한다고 느끼면서 소통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는 만남과 동시에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는 것이며, 소통의 문을 오래 열어두면 서로 공감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거실에 있는 집권당인 여당과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社)가 베란다에 있는 야당과 노(勞)를 무조건 배척하면서 갑질만 해도 안 되고, 반대로 베란다에 있는 야당과 노도 거실에 있는 여당과 사를 무조건 배척만 해도 안 된다는 말이다.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는 온도와 습도와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바로 섞이지 않고, 따뜻한 공기는 찬 공기 위로 찬 공기는 따뜻한 공기 아래로 이동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잘 기억해야 한다.
원래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 각각은 안정 상태였으나, 두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따뜻한 공기는 위로, 찬 공기는 아래로 이동하려는 운동으로 인해 불안정 상태가 된다고 한다. 기후학에서는 이 두 공기가 만나는 불안정 상태의 경계지점을 전선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전선으로는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이 있다.
온난전선은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 위로 천천히 올라갈 때 발생하며, 그래서 넓은 구름이 형성된다. 반면 한랭전선은 찬 공기가 따뜻한 공기 아래로 들어갈 때 발생하며, 온난전선과 달리 강한 상승기류로 인해 높은 구름이 형성돼 단시간에 강한 강수를 유발한다.
이같이 정치도 선거 때만 되면 집권당과 야당의 서로 다른 가치가 만나 불안정 상태에서 힘겨루기를 한다. 작년 대선 때는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한판 붙어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우리 국민이 정권 연장이라는 온난전선 대신 정권교체라는 한랭전선을 형성했다.
우리 국민이 한랭전선 이후에는 매서운 한파가 온다는 걸 알면서도 한랭전선을 택해 국민의힘에 정권교체의 기회를 준 이유는 공정과 원칙을 통해 투명하고 깨끗한 세상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된 지 8개월이 넘은 아직까지도 나라가 시끄럽기만 하니 과연 내년 총선에서 우리 국민이 어떤 전선을 형성할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내년 총선은 작년 대선과 반대로 국민의힘이 집권당이 돼 야당인 민주당과 한판 붙는 선거다. 서로 여대야소의 온난전선과 여소야대의 한랭전선을 목표로 피터지게 경쟁해야 하는 싸움이다.
우리 국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인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 윤석열정부가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여대야소의 온난전선을 형성해야 할지, 작년 대선 때처럼 야당에 힘을 실어줘 여소야대의 한랭전선을 형성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작년 대선에서 한랭전선을 형성해봤던 우리 국민이 이번에도 한랭전선을 형성할지 아니면 이번에는 온난전선을 형성할지 그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정치와 윤정부의 향후 3년의 운명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내년 22대 총선에서는 여대야소의 온난전선이나 여소야대의 한랭전선이 아닌 지난 20대 총선(123석:122석)처럼 여대야대의 정체전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남북 대치 관계를 상징하는 휴전선이라는 정체전선을 경험해왔던 우리 국민의 정서가 내년 총선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기도 하다.
문제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세력이 비슷한 상태에서 한곳에 오래 머무는 정체전선이 형성되면 길고 긴 장마를 피할 수 없듯이, 22대 총선 과정에서 정체전선이 형성될 경우 우리나라가 장기간 정치적 침체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우리 국민은 앞으로 약 15개월 동안 여야가 서로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정치 기상도를 유심히 지켜보고 차근차근 총선 전선을 만들어갈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