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당간당’ 이재명 변호사비 트라우마

‘당비’ 먼저 쓰면 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변호사비 대납 등 문제로 곤욕을 여러차례 치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이번엔 당비로 변호사비를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요시사>가 의혹을 추적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로 인해 ‘정당 운영비 공개’에 대한 문제점이  주목받고 있다. 매년 수백억원, 선거철에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당 운영비가 ‘깜깜이’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원들이 내는 당비와 일반 시민들이 내는 국고보조금은 도대체 어떻게 쓰이고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변호사비’는 어느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고소에 직면했던 이 대표는 필연적으로 변호사를 계속 고용해야 했고, 그럴 때마다 합당한 변호사비를 지불해야 했다. 문제는 막대한 변호사비를 누가 냈냐는 데서 불거졌다. 

대납 의혹
부담스러워?

한 시민단체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특정 기업이 대납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현재 검찰이 면밀히 수사 중이다. 이 대표는 제7회 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은 1·2·3심을 거쳐 파기환송심까지, 총 2년간 치열하게 진행된 대규모 재판이었다.

치열한 재판이었던 만큼 이 대표는 화려한 변호인단을 선임했는데, 세간의 주목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사비에 쏠렸다.

한 시민단체는 ‘쌍방울사가 이태형 변호사의 수임료 대납했다’는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이 말한 근거는 바로 이 대표의 재산 내역이었다. 그가 대규모 변호인단을 고용했음에도 공개된 재산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직후 공개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 대표의 재산은 총 27억8342만원이었지만, 이후 2019년 3월 공개한 재산은 28억5150만원으로 되려 늘어있었다. 2020년 3월 공개된 재산은 약 23억원으로 소폭 감소 됐으나 이 대표 측이 후에 채권 재산 5억여원을 실수로 누락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재산 변동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 대표가 선임한 변호인단은 대법관 출신 변호인 2명과 LKB앤파트너스 변호사 3명을 포함한 총 13명이다. 대법관 출신 이상훈 변호사, 고 이홍훈 전 대법관, 헌법재판관 출신 송두환 변호인 등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가진 변호인단을 선임하려면 적어도 10억이 넘는 금액이 든다고 한다. 실제로 이 대표를 고발한 시민단체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금액은 ‘23억원’으로 “이 마저도 최소한으로 추산한 금액”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수십억 규모로 추정되는 변호인단을 선임한 이 대표가 재판을 모두 마칠 때까지 재산이 줄지 않은 점은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정당이 사건 변호사비 대납?
사실은 “개인 돈”…논란 왜?

그 변호사비 대납 문제가 아직까지 이 대표를 괴롭히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에 제기된 의혹의 주체는 일반 사기업이 아닌 ‘민주당’이었다. 이 대표가 당비로 변호사비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이었다. 해당 제보에 대해 <일요시사>는 다수의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당비 유용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대표가 사비로 ‘변호사비’를 대고 있던 것이다.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변호사비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한 이 대표가 그럴 리는 만무하다”며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해줬다.


당비를 직접 관리하는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 또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 변호사비에 당비가 쓰이는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무근이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는 당연히 이 대표의 사비로 쓰이고 있다”며 “안 그래도 질문을 받고 알아봤는데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불거진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동일한 질문에 대해 “그런 것으로 안다”고 대답한 몇몇 민주당 인사들도 있었다. 당비가 이 대표 변호인의 고용비로 쓰이고 있다는 증언이었다. 특히 한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앙당 차원에서 변호인단을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자연스럽게 당비가 그쪽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어쩌다 이런 혼선이 빚어진 것일까. 원인은 모호한 당비 운용에 있었다. 현재 모든 국내 정당들은 당 운영자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 당 운영자금은 보통 당비와 기탁금, 차입금, 그리고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작년에만
900억원

당비와 기탁금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고보조금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금액이니만큼 투명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고보조금은 크게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나뉜다. 경상보조금은 분기별로 1년에 총 4번 지급하는 보조금이고 선거보조금은 공직 선거 시기 정당들에게 일괄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액수는 정당의 의석수에 따라 정해지는데, 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 구성에 성공한 정당이 국고보조금으로 정해진 금액 전체의 50%를 균등하게 분배받는다.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들이 총액의 5%씩을 지급받고, 잔여분의 절반은 국회 의석수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예를 들어,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정해진 금액이 100억원이라 하면, 교섭단체를 구성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100억원의 절반인 50억을 2등분해 25억원씩을 지급받고, 비교섭단체 정당인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이 전체의 5%인 5억원을 각각 지원받는 구조다.

그리고 전체 지급액 65억원을 뺀 35억원에서 의석수와 득표수에 따른 차등 분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민주당은 지난해 1분기에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보조금 약 224억원과 경상보조금 54억원 등 총 279억원가량을 중앙선관위에서 보조받았고, 2분기에는 지방선거보조금 약 223억원과 경상보조금 약 56억원을, 3분기에는 약 55억원의 경상보조금을 지급받았다.

지난해 1·2·3분기를 통틀어 민주당이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총액만 900억원에 육박한다.

각 정당에 매년 수백억원씩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당비와 합쳐져 당 운영비로 계산된다. 선거 때 수백억원, 분기별로 수십억원을 지원받는 국고보조금에 더해, 당비도 분기별로 함께 계산된다.

당비는 당원들이 스스로 낸 자발적 당 운영비로, 지금까지 공개된 민주당의 지난 한 해 당비 총액(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등 제외)은 1분기 약 67억원, 2분기 약 81억원, 3분기 약 79억원으로 총 227억원가량이었다.


지난해 민주당 운영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4분기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1000억원이 넘어가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어디에 쓰이는지 일반 시민들과 당원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디에 
쓰이나

정치자금법 제41조 1항에는 “정당(정당 선거사무소를 제외한)과 후원회의 회계책임자가 회계보고하는 때에는 대의기관(수임기관 포함) 또는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사와 의결을 거쳐야 하며, 그 의결서 사본과 자체 감사기관의 감사의견서를 각각 첨부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말미에는 “당원이 아닌 자 중에서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서를 함께 첨부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겉보기에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며 누구든 당 운영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도 매 분기 중앙당 ‘수입·지출 총괄표’를 작성해 공식 홈페이지에 빠짐없이 업로드하고 있다.

선관위에 제출하기 위한 회계보고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셈인데, 이런 식의 공개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내부서조차 나오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당비로 이 대표가 변호사비를 댔다는 주장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 당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당비 사용 내역은 행정위 사무총장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보고서에는 선거비용의 정치자금 목록으로 크게 세 가지, 작게는 열 가지 넘는 항목이 빠짐없이 기재돼있지만, 뭉뚱그린 항목들일 뿐 실무자들도 알기 힘든 세세한 지출내용은 알아볼 수 없는 형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도 당비에 관한 규정이 중앙당 사무총장의 재량과 당 대표의 권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민주당 당헌 제48조 1항에는 ‘모든 당비는 사무총장이 관리·감독한다’고 돼있고, 2항에는 ‘사무총장은 매월 최고위원회 및 당무위원회에 당비 납부현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다만, 당 대표가 인정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렇지 않는다’고 나와있다. 또 제51조에는 ‘당비와 관련해 이 규정에서 정함이 없는 사항은 당 대표가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정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사실상 당비에 대한 관리·감독을 사무총장이 총괄하고 또 이를 당 대표가 추가로 심사하는 것인데, 시스템에 의한 감시가 아닌 개인의 권한에 맡겨진 감시라는 점에서 수많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두 사람이 의도적으로 실수하거나, 이해관계에 맞는 명분을 붙여 당비를 유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인은 불투명한 운영
“미국 사례 따라가야”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내역은 상시 공개가 되고 있지 않다. 정당들이 외부 감사내용을 당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는 하나 선거비용 말고도 운영사무 관리, 사무 운영비, 그리고 많은 지출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항목들은 온전하게 공개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헌재 판결 이후 공개해야 하는 부분만 ‘억지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변호사비 문제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의 말처럼 구체적인 운영비는 정당이 공개하고 있는 지출내용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볼 수 있지만, 청구일로부터 최소 15일은 기다려야만 원하는 내역을 관람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관람이 불가능한 형태인 것이다.

민선영 참여연대 간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이 정치자금을 쓸 때마다 홈페이지에 전부 다 공개하고 있다”며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미국 정당들은 연방선거위원회의 규정에 맞게 모금과 지출내용을 항상 감시당하고 유권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후보별로 정치자금 지출현황을 공개하는 ‘공개주의’ 원칙을 택하고 있다. 정치자금 지출내용을 보고 싶은 미국의 유권자는 각 정당의 홈페이지에서 검색, 분류, 다운로드가 모두 용이한 편이다.

각 정당은 선거가 끝난 뒤 보조금에서 돈이 남을 경우, 하나도 빠짐없이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물론 대선 때마다 불법 정치헌금 모금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따라붙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정보공개 범위가 모든 정치자금에 해당한다는 점, 선거관리기관들이 정치자금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 적절한 분류를 통해 시민들의 접근을 매우 용이하게 하고 있다는 점은 ‘공개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깜깜이
지출내용

당비는 사무총장과 당 대표의 재량에 따라, 국고보조금은 ‘비공개 원칙’에 따라 시민들의 알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 당의 운영비가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아는 권리는 당비를 내고 있는 당원들뿐 아니라 세금을 내는 일반 시민도 모두 갖고 있다. 운영비 지출내용에 대한 지적이 오래된 만큼 시급한 대책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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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