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당간당’ 이재명 변호사비 트라우마

‘당비’ 먼저 쓰면 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변호사비 대납 등 문제로 곤욕을 여러차례 치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이번엔 당비로 변호사비를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요시사>가 의혹을 추적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로 인해 ‘정당 운영비 공개’에 대한 문제점이  주목받고 있다. 매년 수백억원, 선거철에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당 운영비가 ‘깜깜이’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원들이 내는 당비와 일반 시민들이 내는 국고보조금은 도대체 어떻게 쓰이고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변호사비’는 어느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고소에 직면했던 이 대표는 필연적으로 변호사를 계속 고용해야 했고, 그럴 때마다 합당한 변호사비를 지불해야 했다. 문제는 막대한 변호사비를 누가 냈냐는 데서 불거졌다. 

대납 의혹
부담스러워?

한 시민단체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특정 기업이 대납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현재 검찰이 면밀히 수사 중이다. 이 대표는 제7회 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은 1·2·3심을 거쳐 파기환송심까지, 총 2년간 치열하게 진행된 대규모 재판이었다.

치열한 재판이었던 만큼 이 대표는 화려한 변호인단을 선임했는데, 세간의 주목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사비에 쏠렸다.

한 시민단체는 ‘쌍방울사가 이태형 변호사의 수임료 대납했다’는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이 말한 근거는 바로 이 대표의 재산 내역이었다. 그가 대규모 변호인단을 고용했음에도 공개된 재산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직후 공개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 대표의 재산은 총 27억8342만원이었지만, 이후 2019년 3월 공개한 재산은 28억5150만원으로 되려 늘어있었다. 2020년 3월 공개된 재산은 약 23억원으로 소폭 감소 됐으나 이 대표 측이 후에 채권 재산 5억여원을 실수로 누락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재산 변동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 대표가 선임한 변호인단은 대법관 출신 변호인 2명과 LKB앤파트너스 변호사 3명을 포함한 총 13명이다. 대법관 출신 이상훈 변호사, 고 이홍훈 전 대법관, 헌법재판관 출신 송두환 변호인 등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가진 변호인단을 선임하려면 적어도 10억이 넘는 금액이 든다고 한다. 실제로 이 대표를 고발한 시민단체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금액은 ‘23억원’으로 “이 마저도 최소한으로 추산한 금액”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수십억 규모로 추정되는 변호인단을 선임한 이 대표가 재판을 모두 마칠 때까지 재산이 줄지 않은 점은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정당이 사건 변호사비 대납?
사실은 “개인 돈”…논란 왜?

그 변호사비 대납 문제가 아직까지 이 대표를 괴롭히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에 제기된 의혹의 주체는 일반 사기업이 아닌 ‘민주당’이었다. 이 대표가 당비로 변호사비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이었다. 해당 제보에 대해 <일요시사>는 다수의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당비 유용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대표가 사비로 ‘변호사비’를 대고 있던 것이다.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변호사비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한 이 대표가 그럴 리는 만무하다”며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해줬다.


당비를 직접 관리하는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 또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 변호사비에 당비가 쓰이는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무근이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는 당연히 이 대표의 사비로 쓰이고 있다”며 “안 그래도 질문을 받고 알아봤는데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불거진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동일한 질문에 대해 “그런 것으로 안다”고 대답한 몇몇 민주당 인사들도 있었다. 당비가 이 대표 변호인의 고용비로 쓰이고 있다는 증언이었다. 특히 한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앙당 차원에서 변호인단을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자연스럽게 당비가 그쪽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어쩌다 이런 혼선이 빚어진 것일까. 원인은 모호한 당비 운용에 있었다. 현재 모든 국내 정당들은 당 운영자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 당 운영자금은 보통 당비와 기탁금, 차입금, 그리고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작년에만
900억원

당비와 기탁금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고보조금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금액이니만큼 투명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고보조금은 크게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나뉜다. 경상보조금은 분기별로 1년에 총 4번 지급하는 보조금이고 선거보조금은 공직 선거 시기 정당들에게 일괄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액수는 정당의 의석수에 따라 정해지는데, 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 구성에 성공한 정당이 국고보조금으로 정해진 금액 전체의 50%를 균등하게 분배받는다.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들이 총액의 5%씩을 지급받고, 잔여분의 절반은 국회 의석수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예를 들어,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정해진 금액이 100억원이라 하면, 교섭단체를 구성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100억원의 절반인 50억을 2등분해 25억원씩을 지급받고, 비교섭단체 정당인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이 전체의 5%인 5억원을 각각 지원받는 구조다.

그리고 전체 지급액 65억원을 뺀 35억원에서 의석수와 득표수에 따른 차등 분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민주당은 지난해 1분기에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보조금 약 224억원과 경상보조금 54억원 등 총 279억원가량을 중앙선관위에서 보조받았고, 2분기에는 지방선거보조금 약 223억원과 경상보조금 약 56억원을, 3분기에는 약 55억원의 경상보조금을 지급받았다.

지난해 1·2·3분기를 통틀어 민주당이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총액만 900억원에 육박한다.

각 정당에 매년 수백억원씩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당비와 합쳐져 당 운영비로 계산된다. 선거 때 수백억원, 분기별로 수십억원을 지원받는 국고보조금에 더해, 당비도 분기별로 함께 계산된다.

당비는 당원들이 스스로 낸 자발적 당 운영비로, 지금까지 공개된 민주당의 지난 한 해 당비 총액(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등 제외)은 1분기 약 67억원, 2분기 약 81억원, 3분기 약 79억원으로 총 227억원가량이었다.


지난해 민주당 운영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4분기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1000억원이 넘어가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어디에 쓰이는지 일반 시민들과 당원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디에 
쓰이나

정치자금법 제41조 1항에는 “정당(정당 선거사무소를 제외한)과 후원회의 회계책임자가 회계보고하는 때에는 대의기관(수임기관 포함) 또는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사와 의결을 거쳐야 하며, 그 의결서 사본과 자체 감사기관의 감사의견서를 각각 첨부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말미에는 “당원이 아닌 자 중에서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서를 함께 첨부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겉보기에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며 누구든 당 운영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도 매 분기 중앙당 ‘수입·지출 총괄표’를 작성해 공식 홈페이지에 빠짐없이 업로드하고 있다.

선관위에 제출하기 위한 회계보고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셈인데, 이런 식의 공개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내부서조차 나오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당비로 이 대표가 변호사비를 댔다는 주장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 당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당비 사용 내역은 행정위 사무총장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보고서에는 선거비용의 정치자금 목록으로 크게 세 가지, 작게는 열 가지 넘는 항목이 빠짐없이 기재돼있지만, 뭉뚱그린 항목들일 뿐 실무자들도 알기 힘든 세세한 지출내용은 알아볼 수 없는 형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도 당비에 관한 규정이 중앙당 사무총장의 재량과 당 대표의 권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민주당 당헌 제48조 1항에는 ‘모든 당비는 사무총장이 관리·감독한다’고 돼있고, 2항에는 ‘사무총장은 매월 최고위원회 및 당무위원회에 당비 납부현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다만, 당 대표가 인정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렇지 않는다’고 나와있다. 또 제51조에는 ‘당비와 관련해 이 규정에서 정함이 없는 사항은 당 대표가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정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사실상 당비에 대한 관리·감독을 사무총장이 총괄하고 또 이를 당 대표가 추가로 심사하는 것인데, 시스템에 의한 감시가 아닌 개인의 권한에 맡겨진 감시라는 점에서 수많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두 사람이 의도적으로 실수하거나, 이해관계에 맞는 명분을 붙여 당비를 유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인은 불투명한 운영
“미국 사례 따라가야”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내역은 상시 공개가 되고 있지 않다. 정당들이 외부 감사내용을 당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는 하나 선거비용 말고도 운영사무 관리, 사무 운영비, 그리고 많은 지출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항목들은 온전하게 공개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헌재 판결 이후 공개해야 하는 부분만 ‘억지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변호사비 문제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의 말처럼 구체적인 운영비는 정당이 공개하고 있는 지출내용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볼 수 있지만, 청구일로부터 최소 15일은 기다려야만 원하는 내역을 관람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관람이 불가능한 형태인 것이다.

민선영 참여연대 간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이 정치자금을 쓸 때마다 홈페이지에 전부 다 공개하고 있다”며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미국 정당들은 연방선거위원회의 규정에 맞게 모금과 지출내용을 항상 감시당하고 유권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후보별로 정치자금 지출현황을 공개하는 ‘공개주의’ 원칙을 택하고 있다. 정치자금 지출내용을 보고 싶은 미국의 유권자는 각 정당의 홈페이지에서 검색, 분류, 다운로드가 모두 용이한 편이다.

각 정당은 선거가 끝난 뒤 보조금에서 돈이 남을 경우, 하나도 빠짐없이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물론 대선 때마다 불법 정치헌금 모금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따라붙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정보공개 범위가 모든 정치자금에 해당한다는 점, 선거관리기관들이 정치자금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 적절한 분류를 통해 시민들의 접근을 매우 용이하게 하고 있다는 점은 ‘공개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깜깜이
지출내용

당비는 사무총장과 당 대표의 재량에 따라, 국고보조금은 ‘비공개 원칙’에 따라 시민들의 알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 당의 운영비가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아는 권리는 당비를 내고 있는 당원들뿐 아니라 세금을 내는 일반 시민도 모두 갖고 있다. 운영비 지출내용에 대한 지적이 오래된 만큼 시급한 대책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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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