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리볼빙'의 함정 "돌려 막으시오"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4: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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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귀 가린 '고금리 덫'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를 맞아 국민들은 각종 대출상환에 '빚의 노예'로 전락한지 오래다. '빚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채무자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 지 카드사들은 리볼빙 등 고금리대출서비스 확대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다. 카드사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채무자의 눈과 귀를 가린 '리볼빙서비스'의 실태를 파헤쳐봤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는 지난해 8월 모 카드사로부터 '리볼빙서비스'를 권유받았다. 텔레마케터는 "연체내역이 없는 우량고객에 한해 리볼빙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리볼빙의 장점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용카드 결제 방식을 최소금액결제로 설정하면 매달 청구대금의 5∼10%만 납부하면 된다"며 "결제대금이 연체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없는 최고의 서비스"라고 안내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대한 설명은 쏙 빠져 있었다.

원금을 넘은 수수료

목돈 마련을 염두에 뒀었던 김씨는 카드결제 대금의 일부만 결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 달콤하게 다가왔다. 리볼빙서비스를 신청한 김씨는 당분간 카드결제로부터 오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최소결제액도 낮게 설정했다. 이후 카드 결제액 대부분이 삭감되자 금전적 부담이 확 줄어들었고 김씨의 씀씀이는 조금씩 커져갔다.

서비스 가입 11개월째인 지난 8월 김씨는 이상한 낌새를 차렸다. 분명히 지출을 줄였는데 신용카드 결제액은 전달보다 높게 부과된 것. 그제야 김씨는 신용카드 청구서를 찬찬히 확인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리볼빙서비스로 인해 카드결제대금이 이월에 이월을 거듭해 갚아야 할 금액이 600만원을 넘은 상태였던 것. 당장 은행을 찾은 김씨는 매달 결제를 미룬 대금에 20%를 훌쩍 넘는 수수료가 계속 부과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화가 났다. 수수료만 합산해 봐도 원금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억울한 김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도 제기해보았지만 카드사가 김씨의 동의하에 계약이 진행되었다는 녹취 자료를 제시해 남은 대금을 갚는 수밖에 없었다.

사례에 나온 김씨는 그래도 부분상환액에 대한 연체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아 사정이 나은 케이스다.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카드사들은 채무자가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관행처럼 리볼빙서비스 신청을 유도 해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리볼빙서비스에 가입된 상당수의 금융소비자들은 리볼빙이 어떤 개념인지도 알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서비스에 가입돼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었다.


리볼빙서비스란 신용카드 회원이 현금서비스 또는 카드이용대금 중 일정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돼 계속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결제방식이다. 따라서 남은 대금 잔액은 약정에 따라 수수료와 함께 수개월에서 3년까지 나눠 납부하게 된다. 카드 이용자가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할 때 결제금액의 일정부분을 연체 없이 상환 연장할 수 있어 잘만 활용하면 유용한 제도일 수 있지만 제2금융권과 맞먹는 수준의 높은 수수료때문에 장기간 결제대금이 쌓이면 자칫 신용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문제가 심각하다.

리볼빙서비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드러난 피해사례만 해도 수백수천 가지다. 롯데카드는 고객이 "리볼빙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몰래 무단가입을 시킨 것이 발각돼 징수한 수수료를 환불한 바 있고 현대카드도 가입 시 '자유결제서비스'란이 공란이면 자동으로 리볼빙서비스에 가입시켜 문제가 됐다. 특히 씨티카드는 모든 신용카드 발급 시 리볼빙서비스에 자동으로 가입되는데 이를 모르는 고객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 20∼30% 고금리 숨긴채 약탈대출 일삼아
신용등급 추락 경고…신용불량자 양산 지적도

리볼빙서비스의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30%에 육박하는 수수료율이다. 5.9∼28.8%인 수수료율은 개인신용도에 따라 보통 10∼20% 사이에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리볼빙서비스 이용자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좋지 못해 20%를 훌쩍 넘는 수수료를 물고 있다. 리볼빙서비스의 최고금리는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의 최고금리와 비슷한 28.8%로 제2금융권의 평균금리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7월 말을 기준으로 은행계 카드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씨티은행, 대구은행에서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90% 이상이 22∼30%대의 고금리를 적용받았고 부산은행도 이용 회원의 87.27%가 24∼28%대의 고금리를 적용받았다.

전업계 카드사들도 금리가 높긴 마찬가지다. 삼성카드 리볼빙 서비스 이용 회원의 79.69%가 22%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았고 롯데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이용자의 60% 정도도 적용 금리가 22% 이상이었다. 하지만 각 카드사들의 리볼빙 홍보물을 살펴보면 돋보기로 찾아야 간신히 수수료에 대한 내용을 찾을 정도로 작게 적혀 있고 텔레마케터들은 리볼빙의 장점을 홍보하면서 수수료와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카드사들은 '신용등급 걱정 없고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서 고객 현혹시키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신용등급이 하락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역시 문제가 있었다.

리볼빙서비스를 장기간 사용하면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리볼빙서비스 이용자 290만명 중에 35.7%가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로 20∼30%대의 높은 금리를 부과 받는 이들의 1인당 미결제 금액은 평균 210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고금리가 적용되다 보니 연체율도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리볼빙서비스로 이월되는 전체금액의 5∼10%에 해당하는 부분상환액조차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순식간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신용평가에 있어 연체 이력은 가장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부분상환액 연체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은 리볼빙서비스의 문제점으로 보긴 어렵다.


이를 두고 금융관계자는 "리볼빙의 경우 한 달만 연체해도 순식간에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원은 '돌려막기'

이뿐만 아니다. 카드사들은 '돌려막기'라는 어원에서 유래한 리볼빙이라는 단어를 교모하게 바꿔 소비자를 위한 것처럼 바꾸기도 했다. KB국민카드는 '페이플랜', 롯데카드와 삼성카드, 현대카드는 '자유결제서비스', NH농협은행은 '회전결제'라는 이름으로 리볼빙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한 소비자단체가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리볼빙서비스 이용자 중 72.5%가 "가입 사실을 몰랐다"고 응답한 바 있다.

리볼빙서비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고금리에 대해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예금 등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의 카드대금 연체가 생길 경우 회사채로 인한 부채를 상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리볼빙서비스에 가입하면 고객별로 리볼빙서비스 관련 안내서가 나가고 매달 명세서에도 리볼빙서비스의 결제액과 금리부분이 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결제비 제도개선 등 리볼빙 실태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카드사들도 자체적으로 약관을 변경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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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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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