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최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하자 민주당 인사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당을 배신했던 사람을 왜 받아주느냐’부터 ‘또다시 배신할 것’이라며 걱정하는 사람까지 불만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그중 가장 입이 튀어나온 인사가 있다. 검수완박 논란 때 탈당을 감행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다.
검찰개혁은 더불어민주당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동안 정치 검찰’에게 피해를 받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보진영의 몇몇 정치인들은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고, 그럴 때마다 민주당은 검찰을 비판하며 유명을 달리한 정치인들을 감싸왔다.
배신?
그런 민주당에 국회 내 최다수 의석이라는 기회가 생겼다.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압승을 거두며 여소야대 정국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당시 민주당은 비례대표 17석과 지역구 의석 163석을 챙겨오며 전체 2/3에 육박하는 의석수를 챙겼다.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법안을 의결할 수 있는 힘을 비로소 손에 넣었고, 이때 첫 번째로 거론됐던 것은 검찰개혁이었다.
그러나 그 검찰개혁이 곧바로 추진되진 못했다. 말로만 끌고오던 검찰개혁이 힘을 받은 시점은 지난해 대선이 끝난 직후였다. 민주당 예상과는 달리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검찰개혁은 당장 처리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자력으로 검찰개혁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 임기 중 법안을 처리하려 했고, 그 기간은 3월 대선 후부터 5월 취임일 전까지인 단 두 달 뿐이었다.이들은 4월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을 단행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이용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 불리는 민주당표 검찰개혁법은 말 그대로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검수완박 법안하에서는 경제·부패 외의 범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
후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을 비틀어 수사권이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하던 당시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박지원 복귀에 무소속 민 의원 주목
검수완박 당시 당 구해준 ‘일등공신’
본래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려면 ▲관련 상임위원회의 심사 ▲법제사법위원회 법적 검토 ▲본회의 표결이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간과 충분한 표가 충분히 없었던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재적 의원 과반수와 법사위 위원 과반수 동의만 필요한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국회법상 이 과정도 쉽지 않았다. 검수완박 같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의 경우,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표결에 부치기로 돼있다.
여기서 법사위원장은 보통 여당 의원 3명과 야당 의원 3명, 그리고 제3지대 의원 한 명을 지목해 표결에 부치도록 한다. 그런데, 제3지대 인물로 거론되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민주당 소속의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무소속 의원 한 명에게 남은 의결권을 주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이때 민주당을 구해준 것이 민 의원이다.
그는 자진해서 탈당해 스스로 제3지대로 들어갔다. 민 의원은 민주당 탈당 당시 “탈당이 바른 선택이라는 확신이 있고 누군가 감당해야 할 일이기에 묵묵히 참고 있을 뿐이다. 검찰 정상화를 위해 온갖 비난도 감내해야 할 제 몫”이라고 탈당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안건조정위원회에 들어가게 된 민 의원이 검수완박 의결에 찬성했고 검수완박 법안은 개시 8분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 안팎에서는 민 의원이 위장 탈당을 했고, 검수완박 건이 처리되면 민주당에 다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탈당한 민 의원은 새해가 된 지금까지도 민주당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진즉에 복당할 뜻을 민주당 지도부에 내비친 그였지만 민주당은 아직 그의 복당에 대한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 의원 측 관계자는 언제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복당은 당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고 당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지도부 ‘말로만’ 끌어안기 추진?
‘국회법 농단 세력’ 낙인 우려도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그에 대한 복당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 의원 같은 경우는 당을 위해 살신성인한 것 아니냐”며 “그런데 아직 복당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4선의 중진 우원식 의원도 본인의 SNS에 “민형배도 복당시키자. 그게 사리에 맞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도 “당이 필요해서(탈당을) 한 것인데 개인 책임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 의원 본인도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복당과 본인의 복당을 비교하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가 탈당한 건 잘 아는 것처럼 검찰 정상화 내지는 검찰개혁, 검찰 수사권 축소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박 전 원장은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다. 그분의 복당과 제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개적 발언들과는 달리 <일요시사>가 만난 민주당 내부 관계자들은 민 의원의 복당에 매우 신중한 모습이었다. 박 전 원장의 복당으로 민 의원의 복당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민 의원의 복당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만일 민 의원을 실제로 민주당에 복당시킨다면 ‘꼼수 탈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당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민 의원이 검수완박을 위해 탈당할 당시 민주당은 “애써 만들어 놓은 국회법을 농락했다” “헌정 사상 유례 없는 꼼수 탈당”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고,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충성?
한 민주당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거(복당)를 해주는 것은 당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일단 당이 처한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민 의원이 억울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