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골프장 미련' 못버리는 속사정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26 10: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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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뗀 줄 알았는데…조용한 물밑 작업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집념도 이런 집념이 없다. 롯데건설이 '계양산 골프장' 사업에 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다. 환경단체와 시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백지화되고 1년여 간 잠잠하다가 재차 소송을 단행하고 나섰다. 롯데건설이 골프장 사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1974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계양산 일부 부지(247만m²)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롯데건설은 지역의 반대여론과 군시설 보호구역,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상황을 뚫고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서를 승인 받았다. 2009년 9월 롯데건설은 계양산 인근에 95만5000m², 18홀 규모의 구체적 골프장건설계획을 세워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승인까지 받아냈다.

사실상 백지화

순조롭던 골프장 건설은 마지막 절차인 실시설계 승인을 앞두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롯데건설이 인천시에 제출한 입목축적조사서에 기재되어있는 계양산에서 자행하고 있는 식수 규모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인천시민위원회 측에서 조사한 수치와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사전환경성검토서 조작의혹도 불거졌다. 2006년 관리계획서 제출 당시 사건환경성검토서에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동식물들이 서식한다고 돼 있지만 다시 제출된 2차 검토서에서는 이 내용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계양산 골프장 논란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골프장 건설 반대 입장이던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송 시장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예정부지가 일부 포함된 시민휴양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을 단계적으로 취소시킬 방침을 세웠다.

같은 해 롯데건설은 4차례에 걸쳐 인천시에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신청을 했지만 인천시는 이 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롯데건설이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계양산 부지 소유자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 사업주체인 롯데건설 소유가 아니어서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인천시는 지난해 6월 롯데건설의 골프장 용지를 도시관리계획에서 폐지해 건설 사업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사업시행자 지정신청을 반려했다.

롯데건설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롯데건설은 같은 해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인천시와 롯데건설은 이 심판 과정에서 1년에 걸쳐 답변서와 보충서면을 8차례씩 주고 받는 등 지루한 공방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위원회에는 역시 시의 손을 들어줬다.


시행자 지정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 제기
시민휴식공간? 골프장?…1년 만에 다시 논란

이에 따라 시는 계양산 북쪽 롯데그룹 소유의 부지를 포함한 계양구 다남동, 목상동 일대 자연녹지를 공원부지로 용도변경해 계양산 419만8000m²에 대한 공원화를 추진키로 했다.

2016년까지 1, 2단계로 추진될 공원화 사업을 통해 시는 휴양림 1곳(190만9000m²)과 역사공원·산림휴양공원·수목원 등 공원 3곳(72만3000m²), 테마 마을 2곳(156만6000m²)을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6년을 끌어왔던 롯데건설의 계획에 '마침표'가 찍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마침표가 '쉼표'로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1년여 동안 잠잠했던 롯데건설이 재차 소송을 단행하고 나선 것.

인천시와 롯데건설 등에 따르면 최근 롯데건설은 인천시를 상대로 계양산 골프장 사업시행자 지정신청 반려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냈다. 이번에는 법원에 소송을 낸 것. 롯데건설은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천시가 거부한 것은 잘못됐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소송도 불사할 정도로 왜 이렇게 계양산 골프장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수 년 동안 계양산 골프장 사업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의 보상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2006년에는 사업비 1100억원을 들여 골프장 조성 사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었고 그간 시와의 다툼으로 재산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부산 백양산과 인천 청라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추진 중인 여타 골프장 사업에까지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골프장 사업들 역시 각종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계양산 골프장 사업이 신 명예회장이 추진 중인 '숙원사업'의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숙원사업은 계양산 골프장 사업과 서울 잠실 123층 제2롯데월드, 부산 120층 롯데타운 사업으로 알려졌다.

보상심리 작용했나?

롯데건설은 인천은 골프장, 서울은 쇼핑, 부산은 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체제를 구축해 레저분야에서 국내 1위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으로 수십년간 해당 사업들에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계양산 골프장 사업이 완전 무산되면 신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은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된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고 짤막하게 해명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소송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진행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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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