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질주' 문재인의 본격레이스 대예측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2: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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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랑 손만 잡으면 박근혜 쯤이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쾌속질주가 심상치 않다. 문 후보는 당내 대선후보경선에서 전국 득표율 56.52%를 기록했다. 준결승전이 될지도 모르는 결선투표를 저지하며 13연승으로 본선 티켓을 따낸 장본인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문 후보의 초반 본선 레이스는 비교적 순탄해 보인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 19일 공식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꺼질 줄만 알았던 '문풍'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둘러싼 진통과 경선과정의 모바일 투표 내홍으로 문재인 후보가 이대로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이로써 문 후보는 대선고지를 향해 닻을 올리고 본격 항해를 시작했다. 경선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쾌속질주를 했던 문 후보가 본선에서도 속도를 유지할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힐링대통령' 될 것
수락연설 호응 높아

서울을 마지막으로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지난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후보를 수락하는 연설을 통해 변화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문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이 먼저입니다'라는 말이 국정철학이 될 것"이라면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를 위해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번째는 '일자리 혁명의 문'이다. 문 후보는 "일자리가 민생이고, 성장이고 복지"라며 "젊은이들이 더 이상 스펙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두 번째는 '복지국가의 문'이다. 그는 "격차해소가 국정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한 번의 실패가 낙오로 이어져선 안 된다. 재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세 번째는 '경제민주화의 문'이다. 문 후보는 "약자를 배려하는 따듯한 경제가 필요하다"며 "경제분야부터 '공평'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새로운 정치의 문'이다. 그는 "대통령이 권한 밖의 특권을 갖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후보는 "특정세력이나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인사"와 "야당과도 외교·안보에 관한 정보를 공유"를 약속했다. 그는 "편 가르기와 정치보복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소통과 참여를 적극 보장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섯 번째는 '평화와 공존의 문'이다. 문 후보는 "분단 극복은 우리 민족의 과제인 동시에 이제는 평화가 경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득표율 56.52%로 결선저지, 본선 진출
새 시대를 향하는 '다섯 개의 문' 제시

이어 "남북경제연합을 통해 경제분야에서부터 통일을 향해 나아가겠다"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취임식에 초청하고 임기 첫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날 수락연설을 들은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네티즌은 "문재인의 수락연설은 박근혜의 수락연설에 비해 가슴이 뜨거웠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도 좋지만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이는 드러난 이미지 문구나 문장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말로나 표정으로 다 못한 그 깊은 가슴속에 온도가 있단 뜻이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문 후보의 수락연설에서 전율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연설에 힘이 있다" "오늘 문 후보 수락연설의 본질은 '평소 생각', 초지일관 정면 카메라와 청중을 바라보며 자신의 신념을 소신 있게 말한 것" "원고 없이 자기의 생각과 계획을 조리 있게 (중략) 오래 축적된 지성이 말마디마다 배어 있어 울림이 크고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로 경선 통과 후 문 후보가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문 후보에게 민심이 이반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 후보의 수락 연설문이 한몫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9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박근혜 양자대결 조사에서 문 후보는 47.1%의 지지율을 얻어 44.0%의 박 후보를 3.1%p 차로 따돌렸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후보는 안 전 원장과의 야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44.9%를 기록해 32.3%의 안 전 원장을 12.6%p 차로 앞서 갔다. 다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38.6% 지지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문 후보가 26.1%로 2위, 안 전 원장이 22.5%로 3위를 기록했다.

한편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44.7%, 안 전 원장이 44.5%를 기록하며 팽팽한 백중세를 보였다.

보폭 넓힌 대선행보
시민참여 정책캠프

유권자의 두터운 지지로 문 후보의 대선 행보도 점차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소통의 통로를 대폭 넓히면서 문 후보의 보폭도 차차 넓어지고 있다.

문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공개된 일정에 따라 참석할 수 있는 것도 문 후보의 ‘열린정치’를 나타낸다.

문 후보는 지난 19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데 이어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일자리가 먼저입니다'라는 주제로 일자리 창출 각계대표 간담회를 가지며 본격 대권행보에 나섰다.

다음날인 20일에는 경북으로 내려가 태풍피해 지역에서 수해복구 활동을 했다. 문 후보는 태풍 산바의 피해지역인 경북 성주군 성주읍 예산리를 방문했으며 이날 복구 작업에는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함께했다.


이후에는 홍익대학교에서 용역업체 변경 등으로 학교 측과 마찰을 빚어온 청소근로자들을 만나고 노량진에서 취업준비생과 시간을 갖는 등 민생현안에 귀를 기울이며 스킨십을 늘려갔다.

문 후보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문 후보와 보폭을 맞췄다. 지난 19일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한 후 민주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국여성위원회 및 여성리더십센터 연석회의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문 후보는 대선기획단 첫 공개회의 자리에서 선거대책위원회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당 조직 중심의 민주캠프, SNS에 기반을 둔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자발적 조직인 시민캠프, 그리고 다섯 개의 문을 나타내는 정책 아젠다 중심의 미래캠프가 그것이다.

문 후보 캠프의 기획위원들은 '국민명령 1호' 모바일 웹 페이지를 통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을 이어갈 전망이다. 문 후보는 소통과 인사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자발적인 참여로 효율적인 선거활동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문 후보가 캠프의 조직과 정책마련 공간을 구축했지만, 앞으로 본격 본선에 오르기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있다. 민심은 어느 정도 포섭했지만 당심을 추스르는 일이 그것이다. 경선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비문 진영 전 후보들과의 화합을 이뤄내 민주통합당의 세력을 결집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안철수 따돌려
당 지도부가 대권고지 점령 최대 난관   


이것은 안 원장과의 야권단일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선과정에서 대결했던 비문 진영 전 후보들과 심각한 갈등의 골을 드러냈던 만큼 이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들이 이미 안 원장의 캠프에 합류하려 한다는 정치권의 뒷말이 무성한 것도 문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비문 진영 캠프의 한 관계자는 "경선할 때는 만나자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경선 이겨 놓고 손 내밀면 누가 잡아주나"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한 "갑자기 화해하자고 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야권연대와 정권교체에 대해서는 "결국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쓰겠지만, 그 과정에서 문 후보가 민주당 지도부 쇄신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결국 이들과 손을 잡기 위해서는 문 후보가 민주당의 쇄신이라는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지난 20일 문 후보는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만 제게 주신 권한을 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의 단결과 쇄신을 위해 제게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쇄신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문 후보는 이번 주 초 손학규·김두관·정세균 전 후보와의 회동을 추진하는 등 당내 화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후보는 경선 다음날 김·정 전 후보와 통화를 하고, 두 후보로부터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뜻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 전 후보와는 통화가 안돼 문자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이러한 문 후보의 화합 행보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누구보다 정권교체와 민주당의 단합을 원하지만, 민주당 내 지도부의 손을 놓치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 쇄신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안 전 원장과의 단일화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 전 원장이 장고 끝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막판에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안 전 원장은 지난 19일 대선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야권연대와 관련한 질문에 "현재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과 "그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단일화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지도부 쇄신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비문 진영과 회동 추진
쇄신 성패에 당락 좌우

민주당의 쇄신과 세력결집은 문 후보가 대선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보인다. 이것에 실패하면 안 전 원장의 지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해 질뿐만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과 반성을 이끌어내고 당내 화합을 이룬다면 안 전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수월해지고,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로선 박 후보의 '꼬리 자르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한 적극적인 쇄신의지를 보여 민주당의 묵은 때를 닦아내고 갈등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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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