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안철수의 '대권 딜레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24 19: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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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검증대’ 버릴 수 없는 ‘민주당’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년 가까이 풀던 문제의 답을 가져왔다. 장고 끝에 그가 내놓은 대답은 'YES'. 이것은 필연적으로 안 전 원장에게 수없이 많은 난제를 던져준다. 그것은 OX로 대답할 수도 없고 당장 해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정답과 오답의 구분도 모호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안 전 원장.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안 전 원장이 넘어야 할 협곡이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먼저 넘어봤다.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9일 시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우회적인 출마선언을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안 전 원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것으로 18대 대선판에 올 것이 왔다. 새누리당은 총구를 겨눈 채 공격 준비를 하고, 민주통합당은 발톱을 숨긴 채 숨을 고르고 있다. 양자대결을 가장한 삼자대결이자, 박 대 안·문을 가장한 안 대 박·문의 대결이 시작됐다.

'검증팀' 본격 가동
'전초전' 기류 확산

일찍이 조조는 "난세(亂世)에는 인재(人才)를, 치세(治世)에는 인덕(仁德)이 있는 사람을"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난세라면 안 전 원장은 인재여야 하고 치세라면 인덕이 있어야 한다.

안 전 원장이 인재가 아니고 인덕도 없어 대선판을 주도하지 못하면 '정치를 안 하느니만 못한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 전 원장의 정치권 입문이 그에게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전 원장의 대선 출마를 두고 그의 정치인생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안 전 원장이) 여야의 이른바 '검증 공세'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독자행보를 고수해 3자구도로 갈 경우 승산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가 "안 전 원장에 대한 의혹이 20가지가 넘는다"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고 전해져 미묘한 전초전의 기류가 흘렀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한 매체를 통해 '안철수 검증팀' 가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 등 우리가 공식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모아서 상대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고 안 전 원장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

안 전 원장은 이를 예견이나 한 듯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두렵지 않습니다. 극복하겠습니다"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새누리당은 우선 각 상임위원회 소속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증에 나서는 한편,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안 전 원장을 거론해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해진다.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안 전 원장에 대해 "(검증 없이) 대선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은 국민 무시"라며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세례는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석 민심은 곧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새누리당 '안철수 X파일' 국정감사서 올릴 듯 
추석 연후 전후해 각종 의혹 집중포화 예상 

또한 최근 불거진 정준길 변호사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대신 안 전 원장을 끌어들여 여론의 득을 보겠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민주당도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민주당은 안 전 원장을 단일화 선상에 올려놓고 문 후보와의 치열한 정책공방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 과정에서 네거티브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덕성을 둘러싼 '사실검증'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고 중요한 기준이다"며 "(안 전 원장) 그 사람이 어떤 길을 살아왔는지, 삶의 철학과 공익적인 자세는 어땠는지 등의 내용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원장은 그동안 전세살이,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딱지)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의혹,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와 룸살롱, 군 입대 일화 등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려 왔다.

이에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네거티브 대응 페이스북을 만들어 금태섭 변호사가 안 전 원장을 향한 검증공세의 수비수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 중에서도 금 변호사가 얼마 전 폭로한 정 변호사의 발언이 가라앉지 않고 여전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안 전 원장과 30대 여성과의 교제 의혹과 관련한 구설수가 가라앉지 않아 사실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것이다.

안 전 원장 측은 이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없다"고 일축했다. 안 전 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한 검증에 대해서는 계속 성실하게 답할 생각이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자구도 피해야
연대 줄다리기 한창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다. 안 전 원장의 공식적 우군이자 잠재적 적군인 민주당이 그렇다. 민주당은 안 전 원장의 정치생명과 나아가 정권교체 여부에도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안 전 원장에게 없는 것은 세력이고 민주당에 없는 것은 정권교체를 이룰 지지율이다. 이것을 내놓지 않고 양자 모두 완주를 택할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자연스레 대권을 거머쥐게 되는 어부지리를 얻게 되므로 양자 모두 공생을 택해야 하는 공동운명에 처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면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3자구도로 자연스레 권좌에 올랐던 1987년이 재현되는 위험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시장선거에 이어 5년 정권을 다투는 대선에서조차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안 전 원장이) 절박한 민주당을 누르고 '단기필마'의 그가 야권단일후보 자리에 오르기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싶다"고 안 전 원장이 놓인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안 전 원장이) 후보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도 벌어야 하고, '가설정당' 신설과 같은 억지춘향식 정치공학적 행태들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자출마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민주당에 들어갈 수도 없는 안 전 원장의 대권 딜레마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선 안 전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조건부 단일화를 내걸며 야권연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것의 방법과 과정을 두고도 적지 않은 난관이 존재한다.

이번 달 초에 열린 '2012년 대선 특별 심포지엄'에 모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 전 원장의 단일화 구상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정부론’은 세력이 아닌 인물과 손잡는 것으로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안 전 원장과 민주당 간 후보단일화를 통해 안 전 원장이 승리할 경우 당적 없이 출마하는 '시민연합정부론'에 대해서는 "정당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며 "시민과 정당을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대단히 위험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경선을 위한 임시정당인 가설정당에 대해서는 "선거 편의를 위해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며 "일말의 논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주당과 안 전 원장 그룹,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쇄신인사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는 '제3지대 신당론'에 대해서는 "민주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의 무능과 무기력이 매번 실패한 방식인 신당 창당으로 해결할 수 있겠냐"라는 비관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민주당 대부분이 신당에 합류하고 당에 잔류하는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거나 명분 없이 고집 피우고 있는 것이라면 이 방안을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도 선거에 이기는 것만 초점을 둔다면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관계자는 내다봤다.

문-안 '각개 완주'는 박근혜 당선 어부지리로 이어져 '역적'       
'민주당 개혁'과 '국민의 동의' 조건 내건 단일화 여정 험난

그렇다고 안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처지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굉장히 위험한 정치 행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안 전 원장은 현실정치와 관련해서 '새 정치'와 '정권교체'라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안 전 원장에 대해 "기존 갈등 재생산 제도와 적대의 바깥에 있는 안 전 원장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분출되는 것"이라며 "한국사회의 낡은 질서와 미래가치의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한 전문가는 "안 전 원장은 여권지지성향의 표를 상당수 잠식하고 있다"면서 "안 전 원장은 야권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여권성향이나 보수층의 일부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 전 원장의 지지율에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거부 정서, 그리고 일부 보수성향의 표가 포진해 있다. 결국 안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이러한 표심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무당파 중심의 안 전 원장의 지지층도 함께 떨어져 나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안 전 원장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야권연대 무대에 먼저 한 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의 뼈를 깎는 당내 혁신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안 전 원장의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의 실패로 연결되는 만큼, 우선 민주당이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선거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안 전 원장의 메시지"라며 어떻게든 이겨놓고 봐야 한다는 이른바 '선거공학적' 시각에서 탈피해서 안 전 원장을 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이로써 다음 한 수는 민주당에 넘어갔다. 민주당은 단일화를 위해 '당내 쇄신'이라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한 정치 관계자는 "후보단일화만을 위한 2단계 야권단일화는 한계를 보여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며 "야권연대 시즌2가 돼 내용과 가치의 연합으로 중간의 진보층까지 함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층, 무당파가 관건
단일화에 '한 수' 띄워 

다른 정치평론가는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것만 정리하고 매듭지으려 해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야권연대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다그쳐 주문했다.

현시점에서 정권교체는 안 전 원장과 민주당이 함께 이뤄야 할 시대적 숙명이나 다름없다. 대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출사표를 던진 안 전 원장과 기성정치세력인 민주당은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生卽死 死卽生)'이라는 충무공의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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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