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안철수의 '대권 딜레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24 19: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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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검증대’ 버릴 수 없는 ‘민주당’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년 가까이 풀던 문제의 답을 가져왔다. 장고 끝에 그가 내놓은 대답은 'YES'. 이것은 필연적으로 안 전 원장에게 수없이 많은 난제를 던져준다. 그것은 OX로 대답할 수도 없고 당장 해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정답과 오답의 구분도 모호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안 전 원장.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안 전 원장이 넘어야 할 협곡이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먼저 넘어봤다.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9일 시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우회적인 출마선언을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안 전 원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것으로 18대 대선판에 올 것이 왔다. 새누리당은 총구를 겨눈 채 공격 준비를 하고, 민주통합당은 발톱을 숨긴 채 숨을 고르고 있다. 양자대결을 가장한 삼자대결이자, 박 대 안·문을 가장한 안 대 박·문의 대결이 시작됐다.

'검증팀' 본격 가동
'전초전' 기류 확산

일찍이 조조는 "난세(亂世)에는 인재(人才)를, 치세(治世)에는 인덕(仁德)이 있는 사람을"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난세라면 안 전 원장은 인재여야 하고 치세라면 인덕이 있어야 한다.

안 전 원장이 인재가 아니고 인덕도 없어 대선판을 주도하지 못하면 '정치를 안 하느니만 못한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 전 원장의 정치권 입문이 그에게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전 원장의 대선 출마를 두고 그의 정치인생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안 전 원장이) 여야의 이른바 '검증 공세'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독자행보를 고수해 3자구도로 갈 경우 승산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가 "안 전 원장에 대한 의혹이 20가지가 넘는다"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고 전해져 미묘한 전초전의 기류가 흘렀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한 매체를 통해 '안철수 검증팀' 가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 등 우리가 공식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모아서 상대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고 안 전 원장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

안 전 원장은 이를 예견이나 한 듯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두렵지 않습니다. 극복하겠습니다"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새누리당은 우선 각 상임위원회 소속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증에 나서는 한편,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안 전 원장을 거론해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해진다.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안 전 원장에 대해 "(검증 없이) 대선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은 국민 무시"라며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세례는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석 민심은 곧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새누리당 '안철수 X파일' 국정감사서 올릴 듯 
추석 연후 전후해 각종 의혹 집중포화 예상 


또한 최근 불거진 정준길 변호사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대신 안 전 원장을 끌어들여 여론의 득을 보겠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민주당도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민주당은 안 전 원장을 단일화 선상에 올려놓고 문 후보와의 치열한 정책공방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 과정에서 네거티브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덕성을 둘러싼 '사실검증'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고 중요한 기준이다"며 "(안 전 원장) 그 사람이 어떤 길을 살아왔는지, 삶의 철학과 공익적인 자세는 어땠는지 등의 내용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원장은 그동안 전세살이,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딱지)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의혹,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와 룸살롱, 군 입대 일화 등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려 왔다.

이에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네거티브 대응 페이스북을 만들어 금태섭 변호사가 안 전 원장을 향한 검증공세의 수비수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 중에서도 금 변호사가 얼마 전 폭로한 정 변호사의 발언이 가라앉지 않고 여전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안 전 원장과 30대 여성과의 교제 의혹과 관련한 구설수가 가라앉지 않아 사실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것이다.

안 전 원장 측은 이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없다"고 일축했다. 안 전 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한 검증에 대해서는 계속 성실하게 답할 생각이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자구도 피해야
연대 줄다리기 한창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다. 안 전 원장의 공식적 우군이자 잠재적 적군인 민주당이 그렇다. 민주당은 안 전 원장의 정치생명과 나아가 정권교체 여부에도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안 전 원장에게 없는 것은 세력이고 민주당에 없는 것은 정권교체를 이룰 지지율이다. 이것을 내놓지 않고 양자 모두 완주를 택할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자연스레 대권을 거머쥐게 되는 어부지리를 얻게 되므로 양자 모두 공생을 택해야 하는 공동운명에 처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면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3자구도로 자연스레 권좌에 올랐던 1987년이 재현되는 위험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시장선거에 이어 5년 정권을 다투는 대선에서조차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안 전 원장이) 절박한 민주당을 누르고 '단기필마'의 그가 야권단일후보 자리에 오르기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싶다"고 안 전 원장이 놓인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안 전 원장이) 후보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도 벌어야 하고, '가설정당' 신설과 같은 억지춘향식 정치공학적 행태들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자출마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민주당에 들어갈 수도 없는 안 전 원장의 대권 딜레마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선 안 전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조건부 단일화를 내걸며 야권연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것의 방법과 과정을 두고도 적지 않은 난관이 존재한다.

이번 달 초에 열린 '2012년 대선 특별 심포지엄'에 모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 전 원장의 단일화 구상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정부론’은 세력이 아닌 인물과 손잡는 것으로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안 전 원장과 민주당 간 후보단일화를 통해 안 전 원장이 승리할 경우 당적 없이 출마하는 '시민연합정부론'에 대해서는 "정당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며 "시민과 정당을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대단히 위험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경선을 위한 임시정당인 가설정당에 대해서는 "선거 편의를 위해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며 "일말의 논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주당과 안 전 원장 그룹,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쇄신인사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는 '제3지대 신당론'에 대해서는 "민주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의 무능과 무기력이 매번 실패한 방식인 신당 창당으로 해결할 수 있겠냐"라는 비관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민주당 대부분이 신당에 합류하고 당에 잔류하는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거나 명분 없이 고집 피우고 있는 것이라면 이 방안을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도 선거에 이기는 것만 초점을 둔다면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관계자는 내다봤다.

문-안 '각개 완주'는 박근혜 당선 어부지리로 이어져 '역적'       
'민주당 개혁'과 '국민의 동의' 조건 내건 단일화 여정 험난

그렇다고 안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처지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굉장히 위험한 정치 행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안 전 원장은 현실정치와 관련해서 '새 정치'와 '정권교체'라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안 전 원장에 대해 "기존 갈등 재생산 제도와 적대의 바깥에 있는 안 전 원장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분출되는 것"이라며 "한국사회의 낡은 질서와 미래가치의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한 전문가는 "안 전 원장은 여권지지성향의 표를 상당수 잠식하고 있다"면서 "안 전 원장은 야권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여권성향이나 보수층의 일부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 전 원장의 지지율에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거부 정서, 그리고 일부 보수성향의 표가 포진해 있다. 결국 안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이러한 표심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무당파 중심의 안 전 원장의 지지층도 함께 떨어져 나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안 전 원장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야권연대 무대에 먼저 한 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의 뼈를 깎는 당내 혁신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안 전 원장의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의 실패로 연결되는 만큼, 우선 민주당이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선거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안 전 원장의 메시지"라며 어떻게든 이겨놓고 봐야 한다는 이른바 '선거공학적' 시각에서 탈피해서 안 전 원장을 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이로써 다음 한 수는 민주당에 넘어갔다. 민주당은 단일화를 위해 '당내 쇄신'이라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한 정치 관계자는 "후보단일화만을 위한 2단계 야권단일화는 한계를 보여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며 "야권연대 시즌2가 돼 내용과 가치의 연합으로 중간의 진보층까지 함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층, 무당파가 관건
단일화에 '한 수' 띄워 

다른 정치평론가는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것만 정리하고 매듭지으려 해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야권연대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다그쳐 주문했다.

현시점에서 정권교체는 안 전 원장과 민주당이 함께 이뤄야 할 시대적 숙명이나 다름없다. 대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출사표를 던진 안 전 원장과 기성정치세력인 민주당은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生卽死 死卽生)'이라는 충무공의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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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