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유명 성형외과 ‘대리 수술’ 의혹

“오늘 수술자 너무 많아…좀 있다 사람 올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녹음기를 가지고 코 성형수술 상담을 받은 것은 상담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상담이 끝나고 진행된 수술에도 녹음기는 켜져 있었다. 잊고 있던 녹음기는 수술 후에도 지속된 코 통증 때문에 꺼냈는데 녹취록에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녹음에는 대리 수술의 정황이 그대로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성형수술 강국으로 유명하다. 빛이 있는 만큼 어둠도 짙어, 성형수술 부작용에 관한 이슈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성형시술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성형 부작용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은 4명 중 1명꼴로 성형수술 후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충격적인
대화 내용

성형수술의 부작용은 외형적‧기능적 장애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는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성형수술 중 코 성형은 가장 성형수술 중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지만, 간단한 수술이 아닌 어려운 수술에 속한다.

그 이유는 코의 모양뿐 아니라 비염 수술이나 코 주위에 난 작은 여드름으로도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안경동맥 근처여서 세균이 침입하는 경우 뇌병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한다. 가벼운 코 성형의 부작용은 들창코나 보형물 내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정도다.

실제로 코 수술로 인한 재수술은 코 성형을 한 사람 5명 중 2~3명이 결정할 정도다. 


코 성형 부작용 피해자가 많은 실정이지만, 보통 피해자가 수술하던 중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기 어렵다. 성형외과가 수술 중 CCTV를 공개해 “안심하고 수술을 받아도 된다”고 홍보하더라도, 피해자가 수술 중인 CCTV를 봤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서울에 거주 중인 40대 남성 김모씨 역시 코 성형 수술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지난해 6월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 성형외과에서 코 재수술 및 비염 수술을 받았다. 김씨가 A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김씨는 평소 비염과 비중격만곡증(코 중앙에 있는 뼈가 비정상적으로 휘어있는 증상)으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 코의 기능과 미용을 동시에 회복하기 위해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병원을 여러 곳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유명인이 많이 찾는다는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병원이 A 성형외과였다. A 성형외과는 성형 수술 중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홈페이지 하단에는 유명 유튜버와 일반인의 성형수술 후기가 있었다. 

특히 성형외과 수술 후기를 공개하는 앱에서는 A 성형외과의 B 원장에 대해 “얼굴 비율에 맞게 디자인을 잘 해준 것 같다. 만족한다” “콧대가 낮아 보였고 퍼져 보였다. 복코 느낌이 강했는데, A 성형외과 원장의 실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수술했다. 100% 만족한다” “A 성형외과에서 문제점과 개선법을 정확하게 말해줘서 수술받았다. 이제 한 달 됐는데 코끝 모양과 콧대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마음에 든다. 사후관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잘해줬다”고 기재됐다.

의사 지정해 수술 받았는데…
녹취록 들어보니…“경악”

이런 이유로 김씨는 A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코 수술을 잘한다고 소문난 B 원장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선택진료제도’를 이용했다. 선택진료제도는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의 특정한 의사를 선택해 진료받는 제도로, 환자나 보호자가 선택진료 의사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B 원장에게 수술받기 위해 병원비 650만원을 지불했다. 코재 수술이나 비염 수술 가격이 통상적으로 300만원이기 때문에 2배나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 

그는 수술한 지 일주일 후 코에 고정해둔 부목을 떼러 A 성형외과에 방문했다. 해당 작업을 위해선 수술 당시 코 안에 넣어뒀던 솜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솜을 빼려고 하니 피가 쏟아졌고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 A 성형외과는 김씨에게 코의 통증을 참을 수 없으면 다시 병원으로 내원하라고 했다. 

당시 김씨는 하루에 펜잘 진통제 한 통을 다 먹으면서 버텼지만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었다. 김씨가 녹음기를 켜서 들어본 것은 이 시점이다. 이 녹음에는 B 원장이 “잘하는 사람 한 명이…” “오늘 수술이 너무 많다. 벌써 5~6개 하고 있다” “(환자의 피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좀 있다가 잘하는 사람 한 명 더 올 거야”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원장이)곧 나가실 거예요” 등의 말을 이어갔다.  

녹음 중반에는 B 원장 외 다른 의사가 등장한다. 이 의사는 수술실에서 “혈압 언제 잰 거예요? (환자가)고혈압은 있나요” “이렇게 하면 잘 안되니까 각도를…” “(피가)여기에서는 하나도 안 나고 그냥 밑에, 실리콘 밑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난다” “블라인드 쪽에 묶여 있습니다. 일부러 높이 안 생기게 하려고 이쪽에…” “피가 멈추긴 했는데 아까 꿰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등의 대화가 녹음됐다.

다른 의사가
메스 잡았나

김씨는 분명히 A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수술을 할 의사로 B 원장을 선택했다. 상담도 B 원장과 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분명하게 기억했다. 수술 중 등장한 의사는 분명히 낯선 사람이었다. 김모씨는 녹취 증거자료를 앞세워 의료법 위반, 사기, 상해로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녹음기의 음성처럼 다른 의사가 김모씨의 수술을 집도했다면, A 성형외과는 선택진료제도로 수술을 받기로 한 김모씨와 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한 결과는 불송치였다. A 성형외과는 해당 사건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사를 지난해 4월25일 군의관을 전역한 후 첫 직장으로 취업했던 의사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코 성형 수술에 참가한 이유는 다른 의사의 수술을 참관하거나, 환자가 지혈이 필요할 때 도왔다고 설명했다.

B 원장 외 의사는 수술을 참관하거나 지혈을 도운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강남경찰서는 의사가 “환자가 고혈압 있어요?”라고 물어본 시점에서 출혈의 원인을 고혈압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모씨는 서울강남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씨는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 등의 영구장애가 발생했다. 한 눈에 봐도 티가 나는 비대칭도 문제였지만 갑자기 생긴 알레르기 천식으로 숨을 쉬는 게 불편했다.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잠을 자려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해서 입술이 자꾸 말랐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 계속되니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코 기능과 미용적인 면도 수술 전보다 더 나빠졌다.

선택 진료
계약 위반?


김씨는 해당 사건을 알리기로 결심했고, 법률사무소 율신의 손영서 변호사와 함께했다. 손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에 해당 사건 동영상을 올리면서 동시에 A 성형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같은 피해자가 더 발생하면 안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김씨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됐다. 

A 성형외과는 손 변호사에게 ▲손 변호사는 해당 사건 동영상을 삭제하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게시하면 안 된다며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또 김씨가 녹음기로 수술 중 수술실 대화를 녹음한 것에 대해, 간호사와 의사가 수술 중 녹음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고로 손 변호사가 수술실에서 녹음한 내용을 유튜브에 등록해 사용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김씨와 손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정황에 관한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에 대한 검토 ▲홈페이지에 기재돼있었던 ‘대리 수술 없는 책임성형 수술 실명제 시행’으로 진행된 지정 의사 신청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녹취록 내용에 관한 것이다. 

지난 5일 검찰은 김씨와 손 변호사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가 결정됐다.

이에 대해 김씨는 “A 성형외과는 대리 수술로 내게 피해를 입혔는데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제대로 된 사과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게 너무 크다”며 “수술 중 CCTV 확인을 요청했었는데 A 성형외과는 CCTV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코 통증 후유증
소송, 소송 그리고 또 소송

이어 “그런데 지금은 홈페이지에 수술 중 CCTV를 확인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지금 내 코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코 모양도 상담했던 내용과 다르다. 대학병원에서 진단도 받았다. 나는 피해자고, A 성형외과가 죗값을 받길 원한다”고 하소연했다.

손 변호사는 “성형외과는 수술 건수마다 경제적인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분업식 대리 수술이나 변종형 유령 수술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김씨 사건은 제3자인 의사가 대리 수술을 45분이나 진행했다”며 “집도의가 ‘이거 똑같이 해줘요’라고 의사에게 말하고 약 27분 뒤 들어와서 보고받는다. 이런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도 집도의와 의료기관은 여전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는 단순히 환자 개인의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이 사건의 피의자이자 피고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됐다. ‘대리 수술의 공론화’라는 공익의 목적뿐 아니라 김씨의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및 나의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를 위해 1인 시위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환자는 성형수술을 선택할 때 실력 있는 특정 의사에게 수술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명의 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명한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를 속여 비용을 줄이고 분업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며 “성형외과의 대리 수술 근절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이러한 관행은 절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A 성형외과 측 법무법인 박진식 변호사는 반대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의 코 성형수술은 대리 수술이 아니고, 단순히 김씨가 수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우선 김모씨가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의 영구 장애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여기부터 아무런 근거가 없다. 김씨의 주관적 인식이다. 그리고 손 변호사가 유튜브에 편집해 자극적으로 올리는데, 이는 변호사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영구장애
경찰 불송치

이어 “대리 수술에 대해 검사도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손 변호사는 가처분이 기각되자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 우리는 형사 고소와 진정을 진행할 것이다. 손 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대리 수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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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