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짠내투어 ④국제시장·부평깡통시장·자갈치시장

지갑이 얇아도 괜찮아! ‘가성비’ 넘치는 부산 시장 투어

얇은 지갑 때문에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시장으로 떠나자. 1만원이면 배를 든든히 채우고 쇼핑까지 즐길 수 있다.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은 알뜰한 여행자를 위한 놀이터이자 먹자골목이다. 시장만 다녀도 온종일 재미있고 유쾌하다.

국제시장은 광복 이후 떠난 일본인이 남긴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처음엔 도떼기시장이라 불리다가, 1950년대 미군 군수물자와 밀수입품이 흘러들면서 국제시장이란 이름을 얻었다. 거창한 이름처럼 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태어난 순간부터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다양한 물품

국제시장은 6개 공구로 구성되며, 공구마다 2층 상가 건물이 A·B동으로 나뉜다. 시장이 넓고 골목이 많아 길을 잃기 쉽지만, 곳곳에 볼거리가 넘쳐 오히려 헤매는 즐거움이 크다. 각종 생필품부터 주방 기구, 철물, 조명, 원단, 부자재, 인테리어 소품 등 취급 물품도 다양해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국제시장〉을 촬영한 ‘꽃분이네’는 관광객이 줄 서서 사진을 찍는 코스다. 지금은 카페로 운영된다. 1공구 샛길에 자리한 실비거리는 아는 이들만 찾는 숨은 공간이다. 향수에 젖게 하는 곳으로, 값싸고 푸짐한 한 끼에 소주잔을 기울이기 적당하다. 국제시장은 창선상가와 이어지며, BIFF거리와 광복로패션거리를 비롯해 일대에 골목 상권이 많아 여기저기 한눈팔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국제시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부평깡통시장은 역사가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해방 이후 부평시장이라 불리다가, 한국전쟁이 끝나고 각종 구호품과 미군 군수물자가 유통되면서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덧붙었다. 당시 과일이나 생선 통조림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이 만물상이라면, 부평깡통시장은 청과, 육류, 건어물 등 식재료와 의류, 잡화, 수입품이 주를 이룬다. 시장에서 흥정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지만, 워낙 싼 물건이 많아 제값을 치르면서도 횡재한 기분이다. 부평깡통시장은 ‘먹방’ 여행지로 소문났다.

부산 대표 음식인 어묵과 비빔당면, 유부주머니 등은 한 번쯤 먹어보기를 권한다. 대부분 지갑을 열기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저렴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국제시장과
부산 대표 수산시장인 자갈치시장

시장은 이슥한 시간에도 사람들로 붐빈다. 야시장에서 갖가지 주전부리를 팔기 때문이다. 2013년 국내 최초로 개장한 부평깡통야시장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오후 7시30분~11시30분에 서고 연중무휴다(명절 전 임시 휴무).

야시장이 열리면 2차 아케이드를 따라 30여 개 점포가 길 양옆과 가운데 늘어선다. 맛있는 냄새가 넘쳐흐르고, 스카치에그와 냉면구이, 삼겹살김밥, 돼지갈비후라이드 등 독특한 메뉴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보통 5000원 안팎에 맛볼 수 있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점포가 많아 현금을 준비하거나 계좌이체해야 한다.

바다에 접한 자갈치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수산 시장이다. 언제 찾아도 펄떡이는 활어와 문어, 낙지, 조개 등이 가득하다.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에서 영도대교 방면으로 내려오면 찾기 쉽다. 현대화한 건물에 상가가 입점했는데, 야외에 늘어선 노점도 같이 둘러볼 수 있다.

수산 시장만큼 흥미로운 구경거리도 없다. 다닥다닥 붙은 노점을 따라가면 다채로운 어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실내에 마련된 현대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빼곡히 들어선 수조마다 활어와 조개류, 대게, 킹크랩 등이 수북하다. 횟감을 사면 2층 회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상차림 비용은 5000원이고, 매운탕이나 곰장어구이 등은 조리 비용이 별도다. 자갈치시장 휴무는 첫째·셋째 화요일이며, 노점은 상점에 따라 다르다.

시장에서는 온누리상품권과 제로페이(모바일)를 이용하면 더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 구입 시 종이와 전자 상품권은 5%, 모바일 상품권은 10% 할인해준다. 각각 은행과 스마트폰 앱에서 구매한다. 온누리상품권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충전해서 쓰는 카드형 상품권도 있지만, 종이 상품권이 가장 많이 통용된다.

자갈치시장과 수산물 판매 업종은 제로페이 가맹점인 경우, 온누리상품권보다 할인 폭이 큰 제로페이 대한민국수산대전상품권이 유리하다.

용두산공원은 부산타워를 새롭게 꾸민 다이아몬드타워와 이순신 장군 동상, 꽃시계, 시민의종 등 볼거리가 풍부한 도시공원이다. 숲이 우거진 산책로와 쉼터에서 시장 구경하느라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한다. 

유라리광장

해가 진 뒤 야경 감상 코스로 찾아도 좋다. 목~일요일에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귀신의집, 버스킹, 한복 체험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가득한 ‘용두산빌리지’가 열린다. 미디어 아트와 부산 시내 전망을 감상하는 다이아몬드타워도 늦게까지 운영한다. 광복로패션거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편하다.

영도대교 아래쪽에 조성한 유라리광장은 활기찬 항구와 바다 경관을 품었다. ‘웃음등대’ 같은 조형물이 소소한 볼거리 제공한다. 평소 한적하지만, 토요일이면 영도대교 도개 행사를 보기 위해 찾는 발걸음이 많다. 도개 행사는 오후 2시부터 15분간 진행하는데, 때때로 배가 교량 아래를 지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국제시장→부평깡통시장→자갈치시장→유라리광장→용두산공원(용두산빌리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제시장→보수동책방골목→부평깡통시장(부평깡통야시장) 
-둘째 날: 자갈치시장→유라리광장→용두산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중구 문화관광 www.bsjunggu.go.kr/tour
-국제시장 http://gukjemarket.co.kr
-부평깡통시장 www.bupyeong-market.com
-자갈치시장 www.bisco.or.kr/jagalchimarket

문의 전화
-중구청 문화관광과 051)600-4085
-국제시장 051)245-7389
-부평깡통시장 051)243-1128
-자갈치시장 051)713-8000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22회(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까지 도보 약 120m 이동, 자갈치역 하차, 7번 출구에서 국제시장까지 도보 약 4분. 3번 출구에서 부평깡통시장까지 도보 약 5분. 10번 출구에서 자갈치시장까지 도보 약 2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수시(05:15~22:51)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부산역에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까지 도보 약 320m 이동, 자갈치역 하차, 7번 출구에서 국제시장까지 도보 약 4분. 3번 출구에서 부평깡통시장까지 도보 약 5분. 10번 출구에서 자갈치시장까지 도보 약 2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1788, www.letskorail.com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자가운전
국제시장: 중앙고속도로 대저 JC에서 백양터널 방면 왼쪽 도로→4.9㎞ 이동, 백양터널톨게이트→3.4㎞ 이동, 가야고가교에서 고가도로 진입→1.9㎞ 이동, 수정터널톨게이트→2.4㎞ 이동, 좌천삼거리에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5.1㎞ 이동, 남포사거리에서 국제시장 방면 우회전→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중앙고속도로 대저 JC에서 백양터널 방면 왼쪽 도로→4.9㎞ 이동, 백양터널톨게이트→3.4㎞ 이동, 가야고가교에서 고가도로 진입→1.9㎞ 이동, 수정터널톨게이트→2.4㎞ 이동, 좌천삼거리에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5.4㎞ 이동, 자갈치사거리에서 서구청 방면 우회전→176m 이동, 부산근대역사관 방면 오른쪽→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 중앙고속도로 대저 JC에서 백양터널 방면 왼쪽 도로→4.9㎞ 이동, 백양터널톨게이트→3.4㎞ 이동, 가야고가교에서 고가도로 진입→1.9㎞ 이동, 수정터널톨게이트→2.4㎞ 이동, 좌천삼거리에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5.4㎞ 이동, 자갈치사거리에서 자갈치 방면 좌회전→자갈치시장

숙박 정보 
-호텔콘트: 중구 용두산길, 051)244-0088, www.hotelcont.com
-센트럴파크호텔 부산: 중구 해관로, 051)243-8001, http://centralparkhotelbusan.com
-지엔비호텔: 중구 흑교로, 051)243-5555, https://busangnbhotel.modoo.at
-힐사이드호텔: 중구 중구로, 051)464-0443, www.hillsidehotel.co.kr

식당 정보
-백화양곱창(양곱창): 중구 자갈치로, 051)245-0105
-개미집 본점(낙지볶음): 중구 중구로30번길, 051)246-3186
-한월횟집(생선구이): 중구 자갈치해안로, 051)246-2421
-이가네떡볶이(떡볶이튀김세트): 중구 부평1길(부평깡통시장 내), 051)245-0413, www.leegane.co.kr

주변 볼거리
광복로패션거리, 자갈치크루즈,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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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