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듀이

도서관 고양이 듀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녀석이 살고 있던 스펜서에서뿐 아니라, 아이오와 주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명성을 떨쳤다. 지역 신문에서 시작된 기사는 전미 언론 및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고, 곧 뉴욕 공공도서관의 상징물인 사자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 전역에 듀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 2006년 11월 듀이의 사망 소식은 <USA 투데이>와 <워싱턴 포스트>를 포함한 250여 언론이 보도했고, 인터넷과 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은 이 특별한 고양이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한 사람들의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고양이 듀이 이야기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갔다. 1997년에는 <책 속의 고양이>라는 다큐멘터리에, 2003년에는 일본 공영방송 NHK에 출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도 이미 듀이의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 아이오와 주의 작은 도시 스펜서. 이 마을도 당시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 불황과 대규모 농업화의 광풍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해고된 노동자와 일거리를 잃은 농부들이 속출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토록 암울했던 시기, 마을 사람들의 품으로 뛰어든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스펜서 공공도서관의 도서 반납함에서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도서관장 비키 마이런에 의해 발견된다. 이후 도서분류법에서 따온 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고양이는,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아름다운 몸짓으로 위안과 사랑을 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외로운 노인들의 무릎 위로 올라가 앉더니,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에게 웃음을 주고, 무기력했던 장애우 소녀에게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온종일 일해야만 하는 부모들이 맡겨놓은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쏟으며 듀이는 점차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간다.
지은이 비키 마이런은 알코올 중독자 남편과 이혼한 후 복지 수당에 의존해 살아야만 했고, 예상치 못한 자궁 적출 수술과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을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유방암 수술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자신의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처럼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던 비키에게 듀이는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듀이의 도움으로 자신의 삶을 차분히 되새겨볼 수 있었고, 일에 빠져 사는 엄마에게 반항하던 사춘기 딸과의 힘겨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도서관 방문객 모두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다가간 고양이 한 마리를 통해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게 비키는 자신의 아픈 기억들을 털어놓으며 그 안에서 낙관과 희망을 찾고 있다.
고양이 듀이와 비키 마이런의 교감은 책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과 스펜서 공공도서관이라는 특별한 장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도서관 직원들은 비키만큼이나 열렬히 듀이를 사랑해주었고, 스펜서의 수의사들은 성심성의껏 듀이를 돌보았으며, 부모들은 듀이를 믿고 아이를 도서관에 맡길 수 있었고, 그렇게 듀이를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반겼다. 한편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차분한 이미지에 걸맞게 도서관이라는 장소 역시 <듀이>의 중요한 공간적 배경이 되어주었다. 인구 만여명의 도시 스펜서에서, 스펜서 공공도서관의 방문객 수는 듀이와 함께한 이후 연간 6만명에서 10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저/ 갤리온 펴냄/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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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