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신건강 최고 권위자 백종우 교수에 물었다

“바로 지금, 국가 역할이 막중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으나 사회적 우울감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MZ세대 중 20대 청년의 우울은 그 어느 세대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였을 수도 있다’는 또래의 죽음이 세월호 참사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며 개인·이기주의로 빠지는 청년도 적지 않다. <일요시사>는 정신건강의학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백종우 경희대 교수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얘기를 들어봤다.

“누구의 책임인가?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생존자와 유가족을 위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의 말이다. 백 교수는 재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야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피해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2차 가해

현재 윤석열정부에서 뒤늦게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위한 무료 상담 등의 조처에 나서긴 했으나 제일 중요한 재발방지 대책이 꾸려져야 한다고 봤다.

지금의 20대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안전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으면서 커왔다.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시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3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실상 자유를 뺏겼고 또다시 안타까운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타 세대보다 우울감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 교수는 “기성세대 1명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최근 진료실에 오는 60대분들이 절망을 얘기할 때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번 참사는 현장이 도심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현장을 목격하고 구조에 참여한 분들의 트라우마가 더욱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외상적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른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알려져 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공간에서의 일상이 뒤틀리면 그 괴리감과 트라우마는 다른 사건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참사와 관련된 촬영물이나 영상과 사진 등이 여과 없이 전파되면서 그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도 대리 외상에 시달릴 수 있다.

이번 참사로 큰 죄책감에 빠진 사람은 생존자와 심폐소생술(CPR)을 하던 경찰·소방당국 관계자, 기자 등이 대부분이다. <일요시사> 기자도 “더 빨리 왔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CPR을 지속했지만 단 한 사람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상당했다.

울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을 정도였다. 백 교수는 극단적 상황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직군의 공통점이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백 교수는 “목격자들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분들도 챙겨야 한다. 최근 국가 차원에서 뒤늦게라도 상담을 진행하고 지원이 돼 다행”이라며 “현재 본인이 신청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를 놓치지 않게 초기에 심리적 응급처치라도 받아야 하고 정부도 관련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겪은 20대
국가 안전성 의구심 커져

백 교수는 선진국은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 지금 세대가 재난을 또다시 겪지 않게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과거 일본의 경우 백신 사고로 어린이들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정부 후속대책이 마련된 바 있다”며 “시간이 지나 유가족들이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너희들의 희생 덕에 우리 사회와 다른 아이들이 조금 더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을 때가 가장 치유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백 교수는 “세월호 사고를 거치면서 국가트라우마센터가 5개 권역별로 설립됐으나 재난 시기에는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므로 민관협력체계도 다듬어야 한다”며 “시급하게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민관과 협력해 의료지원, 상담전화 운영, 트라우마 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난정신건강시스템과 민관 협력의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참사의 유족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외면과 2차 가해라고 볼 수 있다. 과거부터 가해자들은 재난을 망각하고 갈등과 은폐를 조장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 성수대교 붕괴와 대구 지하철 화재 등 수많은 재난의 고통은 항상 피해자와 가족이 떠안고 살아간다.

2018년 국가트라우마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외면받아온 피해자를 위한 ‘국가의 역할’이란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잇단 참사 불구하고
재발방지 대책 전무

그러나 여전히 “놀러 가서 죽었는데 왜 추모하고 애도하나” “자업자득”이라며 2차 가해를 일삼는 일은 빈번하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2차 가해자들은 청년이다.

백 교수는 “다양한 애도 방식도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혐오를 표현하는 것은 2, 3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과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등은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는 정부가 지난달 31일 ‘사망자에게 위로금 2000만원, 장례비 최대 1500만원 지급’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심해졌다. 도의적 책임을 지는 이가 없던 상황에서 돈 얘기부터 나오자 일부 청년들은 “놀다가 죽은 이에게 내 세금을 왜 주느냐”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냉혹한 사회라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내뱉을 필요도 없다. 결국 이 또한 정부의 ‘판단 미스’다. 백 교수는 “정부가 피해 보상 여부나 액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관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9·11 테러로 남편을 잃은 유족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정신과 치료비용은 보건복지부 관할하에 평생 무료로 지원되고 테러 피해에 따른 배상은 법무부 관할로 장기간 조사와 협의를 통해 지급됐지만 어느 매체도 액수를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면서 “한국에서는 금액이 언론에 보도된다고 하자 놀라워하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외면

영국의 경우 살인 범죄 사망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최대 10억원을 지원하는데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해 발생한 불행에 배상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