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참사> 묵살된 79건 신고 의혹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07 11:57:23
  • 호수 1400호
  • 댓글 1개

“오후 8시부터 뒤엉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달 30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최초 신고 시각은 이날 오후 10시15분이며, 이때가 사고 발생 시점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우선 최초 신고는 4시간 전에 있었다. 최초 신고 시각인 오후 6시와 사고 발생 시각인 오후 10시 사이 이태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름과 얼굴을 모르지만 그립습니다. 삶이 이렇게 허무할 수 없습니다. 그대들이 가버린 삶을 하루하루 더 소중히 살아가겠습니다.” “언니가 쓴 블로그의 글을 보면 언니가 아직도 살아있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언니가 너무 그리워.” 

끊이지 않는
긴 추모 행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붙은 메모지의 글귀다. 모르는 사람을 추모하는 글귀도 있고, 지인을 떠나보낸 사람이 그리운 마음을 담아 적은 절절한 글귀도 있다. 이들은 추모하는 마음으로 지난달 30일 핼러윈 데이 이태원역 1번 출구 근처의 골목에서 압사사고로 사망한 156명의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그날 이후 이태원역 1번 출구의 풍경이 바뀌었다. 상가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월5일 국가 애도 기간까지 휴점합니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출구에는 국화꽃, 소주, 초코우유, 물병, 사진, 편지 등이 놓여있다. 

종교계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오후 이태원역 1번 출구 근처에서 추모 기도회를 열었다.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지몽 스님은 “이태원 참사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부상당한 분들의 쾌유를 기원한다. 사고 원인에 대한 세밀한 조사,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로금 10억원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일요시사>에 “대체 생때같은 자식이 왜 이렇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내 자식이 죽은 것은 아니지만, 내 자식이 죽은 것처럼 힘들다”며 “도대체 애들이 왜 죽은 것이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길거리에는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보였고, 멍하니 서서 스님들의 염불을 듣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이 추모 행렬은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최초 신고 시각은 10시15분이고, 이때를 기점으로 압사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곧 최초 신고 시각이 잘못됐다고 발표됐다. 이후 최초 신고 시각을 정하는 발표가 나왔다. 압사사고를 최초 신고한 시각은 오후 6시34분이며, 총 79번의 신고가 있었다고 전해졌다.

오후 6시 첫 신고 “압사 위험 있다”
오후 7시부터 길 걸어 다닐 수 없어

압사 관련 신고가 마지막으로 접수된 시각은 오후 10시11분이다. 

최초 신고자는 “지금 골목에 사람이 오르고 내리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다. 나는 겨우 빠져 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아서 통제해달라”며 “경찰이 와서 통제 후 이태원 골목의 인구를 뺀 다음에 다시 사람들을 들어가게 해야 한다. 지금은 나오지도 못하는데 사람이 쏟아져서 들어가고 있다”고 긴급한 상황을 설명했다.


두 번째 신고에는 “인원이 너무 많고 정체가 된다. 사람들이 밀치고 넘어지고 다치고 난리가 났다”고 신고했으며, 오후 8시33분에는 “지금 길바닥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사고가 날 것 같다. 길이 완전히 막혔다”고 세 번째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신고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압사를 당하고 있다” “지금 인파가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다. 경찰이 와서 통제해야 한다” “길에서 사람이 다 떠밀리고 있다. 사람들이 다 난리가 났다. 길을 어떻게든 해달라. 진짜 사람이 죽을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다” “지금 심각하다. 안쪽에 사람이 압사당하고 있다” “제발 빨리 와서 인원 통제를 해달라” “(비명소리가 들리며)이태원 뒷길로 빨리 와 달라. 압사될 것 같다” 등의 신고가 줄을 이었다.

즉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의 접수된 신고에는 공통적으로 ‘압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단순히 사람이 너무 많다거나, 교통정리가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넘어지고 뒤엉키고 있다는 말을 반복한다. 결국 이는 잘못 발표된 최초 신고 시각처럼 압사가 시작된 시각 자체도 훨씬 이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증언에서 확인된다. 우선 오후 6시에는 이태원역 지하철에 내려서 이태원역 1번 출구까지 올라가는 데만 20분 넘게 걸렸다. 이 시간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버스에 내리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기도 했다.

나무처럼
엉킨 다리

오후 7시에 이태원에 도착한 A씨는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차를 세워놓고 이태원의 핼로윈 분위기를 보러 이태원역 인근으로 걸어갔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이태원역까지 거리는 1㎞ 정도로 가장 빠른 골목으로 걸으면 16분 정도다.

이태원역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싶어도 불법 주정차가 심각해서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차가 양방향으로 꽉 막혀 있었다. A씨는 아빠, 엄마, 동생, 오빠와 함께 길을 걸었다. 각 골목 코너에는 핼로윈을 기념해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식당 앞 대기줄, 식당에서 나와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등 사람이 아주 많았다. 

그래도 못 걸어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앞사람을 따라서 천천히 걸어가면 앞으로 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점인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은 상황이 달랐다. 오후 7시에도 골목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애당초 들어갈 엄두가 나지도 않았다. 

특히 해밀톤 호텔 옆 골목 입구에는 코스프레한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어 길이 막히고 있었는데, 굳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사람도 많았다. 이 와중에 사람한테 밀쳐져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이태원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끼고 길을 둘러서 이태원역으로 내려갔다. 

A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고가 난 골목을 지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 거기를 지나갔으면 집에 더 늦게 돌아갔을 것이다. 내가 있었던 공간에서 참사가 일어났던 것이 너무 끔찍하고 무섭다”고 밝혔다.

오후 8시가 지나가는 시점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B씨는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 이태원을 방문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핼러윈의 이태원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인파 휩쓸려
슬슬 흘러가


이태원 메인 길거리는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골목마다 사람이 많은 정도는 달랐다. 우선 ‘세계문화거리’에서 ‘와이키키 골목’으로 향하는 초입은 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초입을 지나자 사람이 점점 더 몰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이 모여 서 있는 구간도 있었다. 

멈췄다 섰다를 반복했고 인파에 휩쓸려서 흘러간다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자력으로 걸을 수 없는 순간이 왔다. 길에서 뒤를 돌아보거나, 동행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야 할 방향으로는 절대 갈 수 없었다.

결국 B씨는 동행과 엇갈리게 됐다. 여태까지 B씨의 동행은 B씨가 다치지 않도록 감싸주고 있었는데 헤어지게 된 것이다. B씨는 떠밀리듯 해밀톤 호텔 옆 골목으로 흘러 내려갔다. 

이때부터 위험천만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내려가려는 사람, 길에서 넘어진 사람, 내려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사람이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키가 작은 B씨는 발이 땅에 닿지 않았고, 주위 사람들과 나뭇가지가 엉키듯 다리가 엉켰다. B씨는 넘어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이미 넘어진 사람도 있었다.

당시 상황은 몇 명의 사람이 넘어져서, 이미 사고가 발생한 시점이었다. B씨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버틸 수가 없었다. 순간 사람들이 밀거나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왔고 이때 다시 일어났다. 넘어지는 것도 힘을 안 줘서 넘어지는 게 아니라, 다리는 그대로 있는데 몸만 앞으로 밀려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넘어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옆에 있던 남자의 어깨에 목이 눌려서 숨을 쉬기 힘든 상황이 됐다. 흉부 쪽 공간을 확보해도 키가 작으면 다른 사람 어깨에 목이 눌렸다. 


B씨는 바로 옆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넘어져서 못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이 겹쳐있던 상황은 아니지만,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B씨가 넘어진 여자를 부축해서 겨우 일어났다.

근처 술집 난간에 매달려서 버티는 사람들도 있었다. 길바닥에는 중간중간 장애물이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B씨는 중간에 있었던 클럽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클럽에서는 사람이 많다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 큰 문제 없이 이태원에서 빠져나갔다. 시간은 오후 8시30분이었다.

“넘어지고, 매달리고
비명 지르는 사람들”

B씨는 “내가 있었을 때는 재미로 사람을 미는 사람은 없었다. 먼저 빠져나가려고 하는 사람이나 지나가려는 사람만 있었다.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핼러윈 파티를 구경하러 이태원에 갔는데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며 “내가 있었던 공간에서 참사가 일어난 게 너무 무섭다. 넘어진 사람들, 매달린 사람들,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생생하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사람이 조금만 많아져도 숨을 쉬기가 힘들다. 몸은 크게 다친 곳이 없다. 멍들고 어깨가 뻐근하고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한 정도다. 정말 체구가 작으면 숨쉬기가 너무 힘들다. 불편한 옷이나 신발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혼잡한 출근길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A씨와 B씨의 증언에서 나오듯 오후 8시부터는 이미 인파에 밀려 사람들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확인된 상황은 아니지만, 분명히 부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오후 9시부터는 더 많은 사람이 이태원역 인근으로 몰려들었다. 이때부터는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가득 찼다. 일반적으로 길을 걷거나, 끼어있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거의 앞사람을 끌어안고 걸어가는 형국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은 내리막길이라 더 위험했다. 이때부터는 간헐적으로 밀리는 경우도 있어, 사람들이 도망치게 됐고, 다시 밀고 밀리는 사람들이 마주하게 됐다. 골목길 안에서 사람들은 휩쓸려 다녔고 결국 도로로 나가게 됐다. 

이태원역에서 골목길로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인구 밀집도가 높아지니 휴대폰 데이터도 먹통이 됐다. 이때부터는 골목뿐 아니라 이태원 전체 지역에 사람이 밀리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술을 마신 사람들이나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사람들은 사람이 밀리는 현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1시간에서 2시간 전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놀이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 몸싸움이 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이태원 압사사고 신고가 첫 번째로 들어간 오후 6시부터 마지막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까지 있었던 일이다.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오후 10시15분 전부터 이미 사람이 넘어지고 뒤엉키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만 많이
빨리 왔어도…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112 신고자 변모씨는 이태원 참사가 오후 7시부터 예견됐다고 주장한다. 변씨는 “사고는 이미 오후 8시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산발적인 압사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내가 신고한 것이 오후 9시가 넘은 시점인데, 나는 해밀톤 호텔 컨테이너 창고에 올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5분 간격으로 사람들이 계속 들어찼고, 술을 마신 청년이 모여서 밀기도 했다. 사방에 비명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발에는 옷 같은 것이 계속 밟혔다. 클럽 음악이 너무 크게 틀어져 있어서, 바로 밑에서도 상황을 몰랐다. 나도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