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짠내투어 ②신안 퍼플섬

바다 위를 걸어 보랏빛 섬 여행

한 번에 섬 3곳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이색 명소가 있다. 마을 지붕부터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까지 보랏빛 일색인 전남 신안군 퍼플섬이다. 퍼플섬은 안좌도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면 입장료(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000원)가 면제된다.

전남 신안군은 섬 천국이다. 유인도와 무인도 합쳐서 1000개가 넘는다. 흑산도나 홍도처럼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이름조차 처음 듣는 섬이 대부분이다. 반월도와 박지도 역시 미지의 섬이었으나, 퍼플섬으로 단장한 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지난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 마을’에 들었고, 같은 해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의 별’ 본상을 받았다.

퍼플섬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보라색 해상보행교로 이어진다. 안좌-반월 간 문브릿지 380m, 반월-박지 간 퍼플교 915m, 박지-안좌 간 퍼플교 547m다. 섬 관광을 생략하고 보행교만 따라 걸어도 족히 30분은 걸린다. 문브릿지는 배가 지날 때 부잔교가 열리는 전천후 교량이다.

퍼플교는 평생 박지도에 산 김매금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됐다. 안좌도에서 배를 타고 드나들던 섬에 2007년 처음 다리가 생겼다. 그 뒤 반월·박지도에 많이 나는 도라지와 꿀풀 꽃, 콜라비가 보라색이라는 점에 착안해 두 섬을 퍼플섬으로 만들기로 하고, 이때 다리를 보라색으로 단장했다. 퍼플교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매표소는 2곳, 반월매표소와 박지매표소다. 어느 섬에 먼저 가도 상관없지만, 대개 반월도로 들어가 박지도를 거쳐 나온다. 문브릿지로 향하는 매표소 옆에 미디어 아트 쇼를 상영하는 복합 문화 창고 ‘퍼플박스’가 있다. 신안 앞바다 해저 유물 이야기, 고흐와 고갱, 클림트 등의 작품이 20×10m 초대형 공간에 펼쳐진다. 입장료 7000원이 아깝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바다 위를 걷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낭만적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만조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푸른 하늘과 바다, 보라색 섬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간조에는 찰랑이는 물결 대신 너른 갯벌을 만난다.

섬에 아기자기한 포토 존이 여러 곳이다. 반월도에서 박지도로 건너가는 퍼플교 앞 조형물이 특히 인기다. 예쁜 반달 위에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나란히 앉아 박지도를 바라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다리쉼하기 좋은 ‘반월도카페’가 퍼플교 앞에 자리 잡았다.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
신안군 1004개의 섬에서 착안한 천사대교

여유가 있다면 해안을 따라 걸어보자. 반월도에 5.7㎞, 박지도에 4.2㎞ 해안일주도로가 있다. 걷기 부담스러우면 전동카트를 이용한다. 박지도 퍼플교 앞에서 4인승 전동카트를 2만원(30분)에 대여한다. 반월도에서는 1인당 3000원으로 전동카트 섬 일주가 가능하다.

반월·박지도를 여행할 때 보라색 아이템이 필수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하거나 우산(양산)을 소지하면 무료로 입장한다(양말, 스카프, 안경 등 액세서리는 2인 이상 착용 시 무료). 매표소 옆 기념품점에서 구입해도 된다. 섬은 상시 개방하며, 박지마을호텔과 식당에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해가 진 뒤 보라색 조명을 밝힌 퍼플교도 아름답다. 반월·박지도의 본섬인 안좌도는 한국 추상미술 1세대 김환기 화백의 고향이다. 그의 생가가 읍동리에 있다. 2007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무료로 개방한다. 읍동선착장에 김환기 작품을 본뜬 벽화와 대표작 ‘사슴’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반월·박지도에 가려면 여러 섬을 거쳐야 한다. 목포나 무안에서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로 들어가 천사대교를 건넌 뒤,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를 지난다. 섬끼리 연륙교와 연도교로 연결돼 반월·박지도매표소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는 바다 위 교량만 7.2㎞에 달하는 신안 명물이다.


천사대교라는 이름은 신안군에 1004개 섬이 있는 데서 착안했다. 압해도 천사대교전망대와 암태도 오도선착장이 조망 명소다.

암태도로 건너가기 전 천사섬분재공원에 들러보자.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압해도 송공산 기슭에 조성한 생태 예술 공원이다. 분재원과 야생화원, 초화원, 애기동백숲길을 거닐고, 저녁노을미술관 전시를 관람한 뒤 북카페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도 지나치기 아쉬운 포토 존이다. 집주인 노부부의 머리카락을 동백나무로 표현한 벽화가 담장 안에 자라는 동백나무와 맞물려 볼수록 재미있다. 기동삼거리 벽화를 마주 보고 우회전하면 자은도, 좌회전하면 팔금도와 안좌도, 반월·박지도로 간다.

자은도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기로 유명하다. 최근 대규모 리조트가 개장한 백길해변, 울창한 솔숲이 장관인 분계해변, 퍼플교에 이은 명물 무한의다리가 있는 둔장해변이 인기다. 양산해변에는 해양 복합 문화단지 ‘1004뮤지엄파크’가 들어섰다. 국내 최대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세계조개박물관, 바다휴양숲공원 등 특색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시티투어버스

신안시티투어버스가 매주 토·일요일 목포역과 광주송정역에서 퍼플섬까지 운행한다. 목포역과 광주송정역에서 각각 오전 10시30분, 10시에 출발해 오후 7시쯤 돌아온다. 요금은 어른 기준 목포역 출발 1만5000원, 광주송정역 출발 2만원이다(관광지 입장료·식비 별도). 천사섬분재공원, 천사대교(오도항),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 등 주요 장소를 거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천사섬분재공원→천사대교→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신안 김환기 고택→퍼플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사섬분재공원→천사대교→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신안 김환기 고택→퍼플섬 
-둘째 날: 무한의다리→1004뮤지엄파크→분계해변→백길해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신안군 문화관광 https://tour.shinan.go.kr
-신안군관광협의회 www .shinantour.kr
-반월·박지도 http://반월박지도.com
-천사섬분재공원 https://shinan-bjpark.or.kr
-바다타임닷컴(물때표) www.badatime.com

문의 전화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980
-신안군관광협의회 061) 262-3003
-안좌면사무소 061)240-3901
-반월매표소 061)271-7575
-천사섬분재공원 061)240-8778
-1004뮤지엄파크 070-4272-5611
-신안시티투어버스 061)285-2853(목포역 출발) 010-6717-5789(광주송정역 출발)

대중교통
[버스] 서울-목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회(06:00~23:55)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목포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04번 신안 군내버스 이용, 안좌면 탑마트(읍동) 정류장에서 안좌도 농어촌버스 환승, 두리(퍼플교) 정류장 하차.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www.usquare.co.kr/kor/terminal/mokpo.do 신안군청 교통지원과 061)240-8167 [기차] 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9회(05:10~21:21)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서울역-목포역, KTX 하루 7회(06:24~19:36)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목포역 정류장에서 1번·2번 일반버스나 200번 좌석버스 등 이용, 목포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04번 신안 군내버스 환승, 안좌면 탑마트(읍동) 정류장에서 안좌도 농어촌버스 환승, 두리(퍼플교) 정류장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신안군청 교통지원과 061)240-8167


자가운전
무안광주고속도로 북무안 IC→압해로 송공리선착장 방면→천사대교→암태면사무소·자은 방면→박달로→중부로→안좌남부길 마명리·소곡리·구대리 방면→소곡두리길 반월·두리 방면→퍼플섬 주차장

숙박 정보 
-박지마을호텔: 안좌면 박지도길, 061)262-3003(신안군관광협의회)
-천사바다펜션(1004펜션): 암태면 진작지길, 010-7654-5107, https://1004place.modoo.at
-남강하하펜션: 암태면 중부로, 010-4934-3308, https://hahalodge.modoo.at
-해피하우스펜션: 안좌면 중부로, 010-5413-0474, https://blog.naver.com/cyy0474
-라마다프라자호텔&씨원리조트 자은도: 자은면 자은서부1길, 061)988-8888, www.class-one.co.kr

식당 정보
-박지마을식당: 전복죽·제육볶음·낙지연포탕·갈치조림, 안좌면 박지도길, 061)262-3003(신안군관광협의회)
-진번칼국수(바지락칼국수·전복칼국수·낙지칼국수): 안좌면 소곡두리길, 061)275-6089
-하나로식당(병어조림·백반): 암태면 장단고길, 061)271-3400
-샨샤(짜장면·짬뽕·탕수육): 암태면 장단고길, 061)271-2199
-신바다횟집(회·낙지탕탕이·낙지연포탕): 압해읍 압해로, 061)271-1270

주변 볼거리
세계화석광물박물관, 오도선착장·요트계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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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