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⑥무지개 하숙집 노녀의 사연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01 09:02:18
  • 호수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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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흐흐, 헌데 그런 잘난 척하는 연놈들일수록 팝송과 샹송은 왠지 꽤 신성시하며 한 구절 반 곡조만 틀려도 부끄러워하잖아. 

자기 고조할아버지에게 바치는 성곡(聖曲)이라도 되는 듯이 말야.

흥, 그게 한국 대중가요와 같은 미국과 프랑스의 대중적 노래란 사실을 모르진 않을 텐데….

못난이 꽃

물론 곡 자체는 정말 좋은 게 많지.


다만 문젠, 우리 한국뿐 아니라 몽골 미얀마 베트남 아프리카 각지에도 제각기 아름다운 감정을 실은 노래가 많건만 우린 그저 미국 위주의 숨소리만 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야.

흠, 괴롭군.

나도 고민을 많이 하는 문제인데…

만일 팝송과 샹송 마니아들이 그 평범하고 유치찬란한 가사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도 숭배한다면 박수나마 쳐 주겠지만…

대부분 좃도 씹도 모른 채 그 속에 무슨 대단히 신비스러운 의미가 깃든 줄 알고 몽상에 빠진단 말야.

흥, 알고 보면 같잖은 개소리의 반복에 불과한 것을….

우리 대중가요보다 수준이 더 높은 것도 아닌데 왜 천박한 싸가지들이 개폼은 다 잡고 지랄이냐구, 씨발…


당신네들, 혹시 이걸 알어?

내가 가황님을 존경하지만 할 말은 하구 산다구.

모창이란 그냥 잘 따라 부른다고 장땡이 아니야.

모방하되 내 개성을 섞어서 색다른 거울로 만들어, 오리지널 조용필 마저도 앗! 하고 엉겁결에 반성의 비명을 지르게 해야 한다구.

그래야 거울로서 서로 비추며 공존할 수 있는 거지….

흠, 여기서 비화를 하나 소개해볼까?

인생의 미스터리가 담긴 전설적인 일화…

진정 위대한 인물들은 탁월성과 더불어 평범한 보통성도 지닌 것 같아. 사실 조 가황 자체가 얼마나 평범한가!

마치 키 작은 시골 청년처럼 생기지 않았던가?

용필이라는 이름 또한 얼마나 범상하고 촌스러웠던가?

그리고 또 데뷔 출세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처음 얼마나 유치찬란했던가?

아니, 이건 지어낸 헛소리가 아니라 조 가황님 스스로 토로하신 얘기란 말씀이야.


외모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열등감 콤플렉스에 시달렸지.

아무리 노력해도 꼬마 용필이라는 비웃음밖에 돌아오지 않았으니깐….

일개 모창꾼인 나하곤 달리 대학 문턱에도 못 가봤으니 구슬픔이 오죽했으랴!

흠,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애초엔 가황님 취향에 맞지 않아 술 마시며 허무감에 젖은 채 연습했다잖아.

하지만 모든 달걀 속엔 노른자가 있어.

그분은 악조건을 극복하려는 피 끓는 노력으로 마침내 껍데기를 평범한 노랠 국민 애창곡으로 승화시킨 거지.


하하, 이젠 어떤가?

작달막한 체구 속엔 거인이 들어 숨쉬고, 평범한 얼굴은 만인의 희비애락을 품었으며…

촌뜨기 같은 이름조차도 한번 입속으로 불러 보는 순간 영혼을 그윽히 울리지 않느냔 말씀야.

흠, 내 말인즉슨…

주어진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이나 결점까지도 창의적으로 잘 활용하면 누구든 자신의 못난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얘기지. 으하하하핫….” 

일장연설을 뇌까리다가 탁자에 코를 박곤 쿨쿨 잠들어 버린다.

그는 어떤 꿈을 꿀까?

그의 소망은 과연 뭘까?

본인 자신도 잘 모를 텐데 누가 어찌 알랴. 

피에로 씨는 모창 가수와 좀 친한 편이었다.

당대 인기 코미디언인 ‘절뚝밤피’를 누구처럼 잘 모방해 자신도 연예계로 진출하리라는 야망을 은근슬쩍 내비치곤 하는 피에로 씨의 얘기에 의하면, 조필필의 진짜 속셈과 꿈은 유명가수를 빙자한 여자 사냥이라는 것이었다.

숫처녀를 딱 열 명만 따먹는 것.

그게 사실인지 허풍인진 모르지만, 필필은 때때로 눈길 끄는 아가씰 보면 작업을 걸어 보려 슬쩍슬쩍 시도하곤 했다.

하지만… 실적은 전무했다.

간혹 피에로 씨가 짓궂게 놀려대면, 필필은 진실한 사랑이란 영혼과 정감의 교류라고 강변했다.

처녀란 처녀막의 유무가 아니라 순수 정신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피에로 씨가 킬킬 비웃어도 필필은 별 상관하지 않았다.

정신과 영혼이 서로 교류하게 되면 육체적 합궁은 곧 따라온다는 얘기였다.

창녀집, 즉 돈을 주고 육신을 매매하는 곳에 절대 출입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란다. 

둘 다 몽상적이고 망상적이었기에 현실에서는 어떤 여인에게도 왕자나 야수가 되지 못했다.

나중에 그들은 한 여자를 놓고 숙명적인 라이벌이 된다만…. 

모창 가수의 헛된 망상…뻔한 작업
강제 수용된 채 온갖 망측스러운 고초

하숙집은 많았다. 그런데 여자와 남자를 함께 받는 곳은 거의 없었다.

무지개 식당만 해도 남녀 하숙생의 비율은 8:2 정도였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곤 해도 특별히 고급이거나 여성 전용이 아닌 일반 하숙에서 여성은 홍일점 혹은 양념쯤으로 여겨졌다.

설령 당찬 여자가 용기내어 남녀 평등을 부르짖어 본들 어찌 고정관념을 쉬 타파하겠는가.

하숙엔 나름대로 흘러 내려온 생리가 있는 걸.

의식주가 함께 섞인 생활이랄까.

그래도 시간이 지나 적응하게 되면 큰 불편이나 마찰은 그닥 없었다.

언젠가 한번 조필필을 따라 피에로 씨가 청파동 쪽의 어느 여성 전용 하숙에 들어가 혹시 묵는 게 가능한지 물어 보았는데 단박 거부당했단다.

피에로 씨가 짐짓 계속 애걸하자, 하숙집 마담 왈 숙식비를 세 배 낸다면 특별히 전망 좋은 독방을 내줄 수 있다기에 씁쓸히 발길을 돌렸다며 킬킬 웃었다. 

무지개 하숙집엔 여자 하숙생이 세 명 있었다.

식권파가 아닌, 숙식비를 완납한 진짜 하숙생….

그 외에 특별히 하숙비를 내지 않고 상주하는 여자는 여주인의 딸과 여동생이었다. 

무남독녀 외딸은 서른을 갓 넘긴 미혼 여성이었는데, 엄마를 닮지 않아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다.

혹시 엄마의 강단성이 싫어 스스로 부드러움을 택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분위기를 약간이나마 중화시키는 역할은 했다.

일종의 상반(相反) 미학이라고나 할까.

그녀는 자신의 엄마뿐만 아니라 여타 하숙인에 대해서도 그런 묘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얼굴은 평범해도 목소리를 한번 들으면 황홀해진 나머지 인간(부모)의 작품이라기보다 천상의 예술이라고 예찬하는 자도 있었다.

옥구슬 구르는 듯하다느니 뭐니 과장스러운 옛말도 있지만, 그 목청엔 정신과 마음을 문득 순화시키고 영혼마저 울리는 고혹적인 매력이 살짝 깃든 듯싶었다.

반면 그녀의 이모, 즉 여주인의 언니는 크게 말하든 작게 얘기하든 늘 쇳소리가 섞여들었다.

그 노녀는 60세가 넘었는데도 마치 처녀인 양 굴길 좋아했다.

길게 기른 머리칼을 갈색이나 검정 혹 때로는 보라색으로 염색하곤 화장까지 진하게 한 모양새였다.

분가루가 흩날릴 만큼 허연 얼굴에 빨간 루주를 바른 채 젊은 하숙생들에게 아양을 떨었다.

처음엔 타고난 색기가 지나쳐 그런가 싶어 퍽 불쾌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조카 아가씨의 말에 따르면, 이모(노녀)는 오래 전 꽃다운 스무 살 무렵(1980년 초) 봉재공장 잔업을 겨우 마치고 돌아오다가 통행금지령 위반으로 경찰에게 붙잡혀 지옥 같은 형제복지원엘 끌려 갔단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불리는 그곳에 강제 수용된 채 성폭행 등 온갖 망측스러운 고초를 당한 끝에 정신이 약간 이상해졌다는 얘기였다. 

잃어버린 청춘

그래서 그런지, 늦게나마 억울히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고 싶은 희망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며 조카 아가씨는 고갤 살래살래 흔들었다.

노녀는 청년들에겐 맛난 음식을 듬뿍 가져다 주었지만, 늙수그레한 로맨스 그레이 영감들이 작업 걸려는 기색을 살짝이나마 보이면 짐짓 질색을 했다. 실상 객관적으로 보면 더 어울리는데도…. 

하지만 본인이 싫다는데 누가 어쩌겠는가.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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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