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금주의 국감 스타 - 김예지·이인선·우원식·조승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가 막이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준비한 송곳 질의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후회 없이 쏟아낸다. <일요시사>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길을 끈 의원들을 금주의 국감 스타로 선정했다.

[문체위] 김예지 의원
“열린 관광지 조성사업 실효성 확보해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만 15세 이상 국민 중 93.9%가 국내여행의 경험이 있는 반면, 장애인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12.6%에 그쳤다고 밝혔다.

해당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민여행조사 보고서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실시한 2020년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 결과다.

수년간 열린관광환경 조성 사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여행 빈도 격차가 벌어졌다. 현실적으로 무장애관광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김 의원은 정부의 주요 장애인 여행사업인 열린관광지 마저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열린관광지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장애인 여행을 지원하는 초록여행의 장애인 대상 관광여행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열린관광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응답은 64.5%에 달한다.

인지도가 낮으면 이용률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관광지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이 문제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의 지난해 관광환경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 텍스트가 시각장애인의 웹접근성에 필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락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관광지 편의시설 이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유도블록과 유도 및 안내시설과 점자 안내판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청각장애인도 열린관광지 내에서 자막 또는 수어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준비되지 않은 여행길은 고생길”이라며 “장애인이 혼자 여행할 수 있고, 더 많은 장애인이 넓은 세상을 볼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무장애관광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통위] 이인선 의원
“인증 부담으로 중소기업 힘들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이 중소기업의 인증제도 부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KS표시인증제도’ 등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14개의 인증 취득·유지에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지난해 62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인증제도별로 살펴보면 KS표시인증 50.8억원, 단체표준인증 52.6억원, 녹색인증 6.3억이다. 또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인증은 34.2억원, 신기술인증 1.5억원, 어린이 제품 안전 인증 45.2억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 제도 145.7억원, 가스 용품 검사 75.2억원 등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30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업체들은 인증 취득 및 유지를 위해 연간 평균적으로 218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3.7%가 인증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안전, 환경 등의 정책목표에 따라 부처별로 도입하는 인증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부담이 한층 더 가증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의 제품에 목적이 다른 유사 인증들이 중복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셈이다.

LED조명은 7개 인증(KS, KC, 전자파, 효율등급, 고효율, 환경표지, 녹색인증)이 유사 중복 상황이다. 이 중 주요 5개 인증(KS, KC, 전자파, 고효율, 환경표지) 취득일은 약 350일, 12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24개 부·처·청에서는 222개(의무 89개, 임의 133개) 법정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의원은 “인증제도는 제품의 품질·안전성 검증에 꼭 필요하지만, 기업의 부담 증가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산업계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유사·중복 인증은 통폐합하고, 중소기업의 부담 경감을 위해 인증 유효기간 연장과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노위] 우원식 의원
“원전사고 후 폐기물 1600만톤 수입”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한국이 지난 12년간 일본으로부터 석탄재, 폐타이어, 폐섬유 등 주요 수입 재활용 폐기물 1678만9744톤을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이 환경부와 각 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공받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부터 한국은 석탄재 1473만9201톤, 폐타이어 189만9704톤, 폐섬유 15만9838톤을 수입했다.

특히 시기가 2012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은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한 폐기물을 대량으로 수입해왔다. 


지지역별로는 강원도와 충청북도 일부의 폐기물 수입을 관리하는 원주지방환경청 구역의 수입량이 1568만8088톤으로 전체 수입 물량 중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강원도 및 충청권에 있는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폐기물 원료 수입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우 의원실 측은 2017년 이후로는 폐기물 수입 물량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2011년 135만1338톤에서 2017년 174만3788톤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수입 규모는 1/3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2022년 올해는 56만7474톤만 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 2021년 발표한 23년 이후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치 중 하나인 ‘일본 석탄재 즉시 수입 조치’ 보도문에서 환경부는 “방사능 오염된 석탄재를 이익이 좀 된다고 수입하는 행위를 즉시 금할 것”이라며 “누구의 이익을 봐주기 위해 하는 것인지 즉시 금지 요함”이라 발표했다.

또한, 우 의원실은 오염 노출 가능성이 높은 폐기물에 대한 감시가 소홀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지난 12년간 일본산 폐기물 수입업체에 대한 수시 점검 횟수는 환경청별로 평균 142건, 연평균 11건에 불과했다. 폐기물 수입량에 대비했을 때 1회 점검 시 수입 폐기물 1만6815톤을 검사한 꼴이다.

 

[과방위] 조승래 의원
“달탐사 헌신 연구원 월급 깎였다”


국내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를 개발한 연구원들이 연구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해 논란인 가운데, 당시 과기정통부 관료가 직접 ‘급료 삭감’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그동안 과기정통부는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 해명해온 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과기정통부 산하 연구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연구원들의 연구수당 등을 5개월치 삭감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담긴 당시 과기정통부 사무관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2019년 6월 과기정통부 사무관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담당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보내드린 것에 맞춰 별지를 작성”라는 지시와 함께 제8차 달탐사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할 달탐사 개발사업 2019년도 시행계획의 초안을 첨부했다.

초안에는 ‘간접비, 인건비, 연구수당 등은 7개월로 계상하고 19년도에 발생한 직접비도 불인정한다’고 쓰여있었다. 이는 항우연이 최초 작성한 시행계획 초안에는 빠져있던 내용이다.

항우연이 작성한 시행계획 초안을 보고받은 사무관이 ‘연구수당 등을 5개월치 삭감해 다시 작성하라’는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것이다.

이는 과기정통부의 기존 해명과 관련 실무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과기정통부는 달탐사 연구수당 청구소송에 대해 “항소 여부는 항우연이 결정할 일”이라며 직접 관련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해왔다.

법원은 소송 과정에서 ‘과기부가 연구수당을 삭감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었고, 이때 이들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한편 달탐사 연구수당 청구 소송은 지난 2020년 항우연 연구원 16이 항우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항우연이 대형 로펌까지 동원해 항소하면서 소송이 2년반가량 이어지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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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