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질’ 처럼회 초선들 안하무인 백태

하나회 ‘처럼’ 가는 이재명 빠조직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군대 내 사조직에 불과했던 ‘하나회’는 박정희정권과 만난 뒤 그 면모가 뒤틀려갔다. 국민을 지키던 조직에서 권력자를 지키는 군대로 변하더니, 급기야 국가를 강제로 찬탈한 ‘강도 세력’으로 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민주당 내 사조직 ‘처럼회’가 하나회의 변질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고 <일요시사>에 제보했다. 본래 ‘공부 모임’이었던 이들이 권력자를 비호하는 ‘빠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국회에 의원단체 하나를 등록했다. 정식 명칭은 국회 ‘공정사회 포럼’으로, 모임의 목표는 ‘삼권분립의 헌법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입법을 통한 공정사회 구현’이었다.

햇병아리서
싸움닭으로

최 의원이 깃발을 꽂자 김남국·김용민·김의겸·문정복·민형배 등 다수의 초선 의원들이 합세했다. 이것이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이라 불리는 ‘처럼회’의 시작이었다. 처럼회의 시작은 미약했다. 모임의 주축 의원들 대부분이 초선이었던 탓이다. 추후 민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당시 ‘꼼수 탈당’으로 현재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모임이 설립된 시기는 제21대 국회 초반부로, 초선 의원들이 의원실 인력 배치도 제대로 끝내기 힘든 시점이었다. 여의도 정치에 이미 익숙해진 다선 의원들이야 늘 하던대로 하면 됐지만, 모든 걸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초선들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4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 국정을 연구하는 일 등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작이 느렸던 처럼회는 안정세도 느리게 잡혀갔다. 불안정성을 이어간 이유에 이런저런 핑계가 따라붙겠지만 가장 큰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주축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였다.

특히 모임을 만든 최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리며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최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경력서를 발급해 입학사정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씨의 부탁을 받고 그가 일하는 법무법인에서 조씨가 인턴 업무를 했다는 허위 경력서를 작성해줬다.

조씨는 해당 경력서를 발급받아 본인이 지원한 대학원의 입학 담당자들에게 제출했고,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월28일,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며 최 의원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 의원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 5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항소 5-1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세상을 뒤흔든 이른바 ‘조국 사태’에 현직 의원이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으며 최 의원 본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졌다. 또 다른 주축인 김용민 의원 또한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민심을 잃어갔다.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 그는 코로나 방역 기간 중 심야까지 동료 국회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른바 ‘코로나 술자리 논란’을 일으켰고, 폭우로 인해 대전에 물난리 피해가 발생했을 때 처럼회 의원들이 모여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해 큰 논란을 빚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처럼회는 민주당의 ‘애물단지’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입성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처럼회는 점점 안정세를 찾아갔다. 각종 사건사고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모임 본연의 뜻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초선 공부 모임으로 시작해 실세로
시작 미약했으나 지금은 ‘기세등등’

연구모임에 참여한 의원들 모두는 공부 열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탄희, 박주민 의원 등은 ‘학구파 정치인’으로 불리는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처럼회의 본래 취지인 ‘공부와 토론’의 기치에 집중했고, 분위기를 재정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덕분에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모임을 자주 갖고 매주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참석률 또한 매우 높았다. 

당시 처럼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한 의원은 “처음에는 모임이 매우 생산적이었고, 분위기가 좋아 서로 끈끈했다”며 “또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로 뭉친 모임이라 전반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두루 얻고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의 말대로 처럼회는 본래 민주당의 염원이었던 ‘검찰개혁’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공식적인 모임의 취지는 ‘공정사회의 구현’이었지만, 처럼회에 속한 의원들은 공정사회가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 대한민국 아래에서 구현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는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검찰 조직을 불신하게 된 친노 (친 노무현) 성향의 지지자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강압 수사를 수차례 봐온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지지자들은 처럼회의 ‘검찰개혁’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처럼회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만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86그룹이 주축이 돼 만든 더좋은 미래(더미래), 친문 의원들이 만든 민주주의 4.0 등과 비교하며 건강한 모임으로 추켜세워줬고, 원내대표 경선이나 국회의장 후보 선출, 대선후보 선출 등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잠시,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처럼회의 입지는 다소 흔들리게 됐다. 처럼회가 친문의 대표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할지 ‘비문, 비주류’의 대표인 이재명 대표를 지지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럼회는 본래 ‘친이해찬계’ 성향의 정치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초선 의원 대부분이 이해찬 전 대표 시절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한 터라, 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럼회 소속 초선 의원들의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점도 한몫했다.

이해관계
상부상조

애초에 어느 세에 규합될 명분이 없었던 이들은 자연스레 이 전 대표의 뜻에 항상 동조해줬고, 이 전 대표 또한 이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대표적인 친문 정치인 출신인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이재명 후보를 밀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기존 친문 성향 정치인들은 모두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추세였지만, 이 전 대표는 의외로 당시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었던 이재명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함께 걸어갈 뜻을 내비치자, 처럼회의 주축 의원들도 하나둘 동행에 나섰다. 이것이 처럼회와 이 대표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인연이 싹튼 계기였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와 함께 대선 운동을 뛰면서 그와의 관계를 공고화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선 캠프 측에서 각종 비리 스캔들로 이 대표를 괴롭힐 때, 이들은 적극 방어에 나섰으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각종 집회에 참석해 진보층 결집을 유도하기도 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이들의 ‘상부상조’는 계속됐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몇 개월 안 됐을 무렵, 이 대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보궐선거에 나갈 뜻을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당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은 그런 이 대표를 성토하고 나섰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고 권력을 욕심낸다는 내용의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이때 이 대표의 국회 입성을 주도적으로 이끈 세력이 처럼회다.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이재명이(8월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우리 당이 너무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 이 상황쯤 되면 창당 수준의 재건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처럼회 소속의 김남국 의원은 보궐선거 출마가 방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대장동은 법적으로 풀 문제다. 국회의원 배지가 있다고 해서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를 독려하면서 그의 강성 지지자들을 ‘처럼회 지지자’로 흡수했다. 현재 민주당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팬덤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개혁 성향의 이면에는 ‘안하무인’식 밀어붙이기가 있었다. 본인의 신념이 워낙 강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찍어 누르는 것이다.

검수완박 당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계 의원들은 처럼회가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의 구조적인 모순점을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민주당 강성 팬층은 이들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수박’이라는 별칭을 붙이며 ‘수박 의원들’에게 테러 행위를 가한 것이다.

방패막이
일등공신

테러의 종류도 다양했다. 조직적으로 의원 개인 핸드폰에 ‘문자 폭탄’을 보내는가 하면, 의원실에 종일 전화를 해 하루 종일 불통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자주 날리는 의원실에는 다량의 수박이 배달되기도 했다.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강성 팬덤은 최 의원의 징계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처럼회 지키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최 의원에 대한 강한 징계를 주장한 박지현 당시 비대위원장은 강성 팬덤의 공격을 받으며 흔들렸고, 비대위가 끝난 후 전당대회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으나 당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로 출마가 무산된 바 있다.

각종 풍파를 함께 겪은 처럼회와 이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난 현재까지 서로 깊게 얽힌 사이가 됐다. 1년 남짓한 시간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처럼회가 유일한 국회 내 ‘친명’ 세력이었고, 구심점이 마땅치 않았던 처럼회도 막강한 리더가 필요했다. 

정치적인 성향도 죽이 잘 맞았다. 기존 정치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이 대표의 행보는 늘 파격적이었고,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주장에 항상 동의했다.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던 처럼회에 알맞은 리더였던 것이다.

처럼회 소속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친문 세력에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이라며 “기존의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데 우리(처럼회)와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이 대표가)개혁에 열려 있는 리더고 의원 대부분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너지를 발휘한 두 세력은 이제 민주당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력까지 얻게 됐다.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민주당 전당대회의 압승을 이뤄낸 뒤 당의 얼굴이 됐고, 처럼회 소속 의원은 대거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지도부를 꿰찼다.

중진 합세 민주당 장악
하나회 같은 수순 밟나

이 대표는 민주당 내 비주류에서 리더로 올라갔고, 초선 공부모임이었던 처럼회는 당의 실세가 됐다.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출범되자 당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대표도, 최고위원도 모두 심하게 강성이라는 지적이다. 중도로의 확장을 도모해야 하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였다.

당내에서는 이미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가 그동안의 민주당 대표들과는 달리 소통에 많이 닫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그를 돕고 있는 최고위원들과 처럼회 소속 의원들 또한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심지어 몇몇 처럼회 소속 의원은 강성 팬덤 문화에 취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종종 하는 중이다.

최근 극단적인 행보를 보인 의원은 김용민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9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 대행진’에 현역 의원 최초로 참석했다.

그는 참석 뿐만 아니라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나가 극단적인 언행들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가 함께 행동해서 윤석열정부 (임기)를 5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국민 주권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는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비명계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정부가 비상식적인 수사 탄압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발언은 너무 나간 것 같다”며 “임기를 이제 시작한 대통령에게 퇴진하라는 소리에 강성 지지자들 말고 누가 동의하겠나. 당에 도움 되지 못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그는 “요즘 친명계 의원들(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에 대한 비판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강성 팬덤의 보복 문제도 있고 당내 실세로 거듭난 이들이 너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들(김남국, 김용민)이 조국 집회 때 길거리 유세를 통해 스타가 된 뒤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 아니냐”면서 “정치 경험이 적은 탓에 당내 실세가 된 요즘 많이 들떠 있는 것 같다”고 다소 수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대표의 당선과 친명 의원들의 최고위원 당선에 힘입어 당내 주류로 거듭난 처럼회는 사실상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됐다. 당내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위치에 올라간 이들은 당의 성공에도, 당의 실패에도 책임을 떠안아야만 한다.

길거리 스타
시험대 위에

처럼회는 “누구‘처럼’되자, 혹은 누구‘처럼’ 되지 말자”라는 뜻으로 붙여진 모임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회‘처럼’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당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사조직’이 권력의 맛을 본 후, 특정 정치인을 비호하기 위한 ‘빠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이들은 “처럼회가 하나회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본래의 취지를 상기하고 정상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