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질’ 처럼회 초선들 안하무인 백태

하나회 ‘처럼’ 가는 이재명 빠조직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군대 내 사조직에 불과했던 ‘하나회’는 박정희정권과 만난 뒤 그 면모가 뒤틀려갔다. 국민을 지키던 조직에서 권력자를 지키는 군대로 변하더니, 급기야 국가를 강제로 찬탈한 ‘강도 세력’으로 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민주당 내 사조직 ‘처럼회’가 하나회의 변질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고 <일요시사>에 제보했다. 본래 ‘공부 모임’이었던 이들이 권력자를 비호하는 ‘빠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국회에 의원단체 하나를 등록했다. 정식 명칭은 국회 ‘공정사회 포럼’으로, 모임의 목표는 ‘삼권분립의 헌법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입법을 통한 공정사회 구현’이었다.

햇병아리서
싸움닭으로

최 의원이 깃발을 꽂자 김남국·김용민·김의겸·문정복·민형배 등 다수의 초선 의원들이 합세했다. 이것이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이라 불리는 ‘처럼회’의 시작이었다. 처럼회의 시작은 미약했다. 모임의 주축 의원들 대부분이 초선이었던 탓이다. 추후 민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당시 ‘꼼수 탈당’으로 현재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모임이 설립된 시기는 제21대 국회 초반부로, 초선 의원들이 의원실 인력 배치도 제대로 끝내기 힘든 시점이었다. 여의도 정치에 이미 익숙해진 다선 의원들이야 늘 하던대로 하면 됐지만, 모든 걸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초선들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4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 국정을 연구하는 일 등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작이 느렸던 처럼회는 안정세도 느리게 잡혀갔다. 불안정성을 이어간 이유에 이런저런 핑계가 따라붙겠지만 가장 큰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주축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였다.

특히 모임을 만든 최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리며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최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경력서를 발급해 입학사정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씨의 부탁을 받고 그가 일하는 법무법인에서 조씨가 인턴 업무를 했다는 허위 경력서를 작성해줬다.

조씨는 해당 경력서를 발급받아 본인이 지원한 대학원의 입학 담당자들에게 제출했고,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월28일,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며 최 의원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 의원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 5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항소 5-1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세상을 뒤흔든 이른바 ‘조국 사태’에 현직 의원이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으며 최 의원 본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졌다. 또 다른 주축인 김용민 의원 또한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민심을 잃어갔다.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 그는 코로나 방역 기간 중 심야까지 동료 국회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른바 ‘코로나 술자리 논란’을 일으켰고, 폭우로 인해 대전에 물난리 피해가 발생했을 때 처럼회 의원들이 모여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해 큰 논란을 빚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처럼회는 민주당의 ‘애물단지’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입성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처럼회는 점점 안정세를 찾아갔다. 각종 사건사고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모임 본연의 뜻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초선 공부 모임으로 시작해 실세로
시작 미약했으나 지금은 ‘기세등등’

연구모임에 참여한 의원들 모두는 공부 열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탄희, 박주민 의원 등은 ‘학구파 정치인’으로 불리는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처럼회의 본래 취지인 ‘공부와 토론’의 기치에 집중했고, 분위기를 재정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덕분에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모임을 자주 갖고 매주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참석률 또한 매우 높았다. 

당시 처럼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한 의원은 “처음에는 모임이 매우 생산적이었고, 분위기가 좋아 서로 끈끈했다”며 “또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로 뭉친 모임이라 전반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두루 얻고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의 말대로 처럼회는 본래 민주당의 염원이었던 ‘검찰개혁’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공식적인 모임의 취지는 ‘공정사회의 구현’이었지만, 처럼회에 속한 의원들은 공정사회가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 대한민국 아래에서 구현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는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검찰 조직을 불신하게 된 친노 (친 노무현) 성향의 지지자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강압 수사를 수차례 봐온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지지자들은 처럼회의 ‘검찰개혁’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처럼회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만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86그룹이 주축이 돼 만든 더좋은 미래(더미래), 친문 의원들이 만든 민주주의 4.0 등과 비교하며 건강한 모임으로 추켜세워줬고, 원내대표 경선이나 국회의장 후보 선출, 대선후보 선출 등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잠시,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처럼회의 입지는 다소 흔들리게 됐다. 처럼회가 친문의 대표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할지 ‘비문, 비주류’의 대표인 이재명 대표를 지지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럼회는 본래 ‘친이해찬계’ 성향의 정치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초선 의원 대부분이 이해찬 전 대표 시절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한 터라, 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럼회 소속 초선 의원들의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점도 한몫했다.

이해관계
상부상조

애초에 어느 세에 규합될 명분이 없었던 이들은 자연스레 이 전 대표의 뜻에 항상 동조해줬고, 이 전 대표 또한 이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대표적인 친문 정치인 출신인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이낙연 당시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이재명 후보를 밀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기존 친문 성향 정치인들은 모두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추세였지만, 이 전 대표는 의외로 당시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었던 이재명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함께 걸어갈 뜻을 내비치자, 처럼회의 주축 의원들도 하나둘 동행에 나섰다. 이것이 처럼회와 이 대표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인연이 싹튼 계기였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와 함께 대선 운동을 뛰면서 그와의 관계를 공고화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선 캠프 측에서 각종 비리 스캔들로 이 대표를 괴롭힐 때, 이들은 적극 방어에 나섰으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각종 집회에 참석해 진보층 결집을 유도하기도 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이들의 ‘상부상조’는 계속됐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몇 개월 안 됐을 무렵, 이 대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보궐선거에 나갈 뜻을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당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은 그런 이 대표를 성토하고 나섰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고 권력을 욕심낸다는 내용의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이때 이 대표의 국회 입성을 주도적으로 이끈 세력이 처럼회다.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이재명이(8월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우리 당이 너무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 이 상황쯤 되면 창당 수준의 재건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처럼회 소속의 김남국 의원은 보궐선거 출마가 방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대장동은 법적으로 풀 문제다. 국회의원 배지가 있다고 해서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를 독려하면서 그의 강성 지지자들을 ‘처럼회 지지자’로 흡수했다. 현재 민주당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팬덤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개혁 성향의 이면에는 ‘안하무인’식 밀어붙이기가 있었다. 본인의 신념이 워낙 강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찍어 누르는 것이다.

검수완박 당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계 의원들은 처럼회가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의 구조적인 모순점을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민주당 강성 팬층은 이들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수박’이라는 별칭을 붙이며 ‘수박 의원들’에게 테러 행위를 가한 것이다.

방패막이
일등공신

테러의 종류도 다양했다. 조직적으로 의원 개인 핸드폰에 ‘문자 폭탄’을 보내는가 하면, 의원실에 종일 전화를 해 하루 종일 불통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자주 날리는 의원실에는 다량의 수박이 배달되기도 했다.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강성 팬덤은 최 의원의 징계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처럼회 지키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최 의원에 대한 강한 징계를 주장한 박지현 당시 비대위원장은 강성 팬덤의 공격을 받으며 흔들렸고, 비대위가 끝난 후 전당대회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으나 당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로 출마가 무산된 바 있다.

각종 풍파를 함께 겪은 처럼회와 이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난 현재까지 서로 깊게 얽힌 사이가 됐다. 1년 남짓한 시간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처럼회가 유일한 국회 내 ‘친명’ 세력이었고, 구심점이 마땅치 않았던 처럼회도 막강한 리더가 필요했다. 

정치적인 성향도 죽이 잘 맞았다. 기존 정치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이 대표의 행보는 늘 파격적이었고,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주장에 항상 동의했다.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던 처럼회에 알맞은 리더였던 것이다.

처럼회 소속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친문 세력에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이라며 “기존의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데 우리(처럼회)와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이 대표가)개혁에 열려 있는 리더고 의원 대부분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너지를 발휘한 두 세력은 이제 민주당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력까지 얻게 됐다.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민주당 전당대회의 압승을 이뤄낸 뒤 당의 얼굴이 됐고, 처럼회 소속 의원은 대거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지도부를 꿰찼다.

중진 합세 민주당 장악
하나회 같은 수순 밟나

이 대표는 민주당 내 비주류에서 리더로 올라갔고, 초선 공부모임이었던 처럼회는 당의 실세가 됐다.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출범되자 당 안팎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대표도, 최고위원도 모두 심하게 강성이라는 지적이다. 중도로의 확장을 도모해야 하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였다.

당내에서는 이미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가 그동안의 민주당 대표들과는 달리 소통에 많이 닫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그를 돕고 있는 최고위원들과 처럼회 소속 의원들 또한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심지어 몇몇 처럼회 소속 의원은 강성 팬덤 문화에 취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종종 하는 중이다.

최근 극단적인 행보를 보인 의원은 김용민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9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 대행진’에 현역 의원 최초로 참석했다.

그는 참석 뿐만 아니라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나가 극단적인 언행들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가 함께 행동해서 윤석열정부 (임기)를 5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국민 주권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는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비명계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정부가 비상식적인 수사 탄압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발언은 너무 나간 것 같다”며 “임기를 이제 시작한 대통령에게 퇴진하라는 소리에 강성 지지자들 말고 누가 동의하겠나. 당에 도움 되지 못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그는 “요즘 친명계 의원들(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에 대한 비판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강성 팬덤의 보복 문제도 있고 당내 실세로 거듭난 이들이 너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들(김남국, 김용민)이 조국 집회 때 길거리 유세를 통해 스타가 된 뒤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 아니냐”면서 “정치 경험이 적은 탓에 당내 실세가 된 요즘 많이 들떠 있는 것 같다”고 다소 수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대표의 당선과 친명 의원들의 최고위원 당선에 힘입어 당내 주류로 거듭난 처럼회는 사실상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됐다. 당내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위치에 올라간 이들은 당의 성공에도, 당의 실패에도 책임을 떠안아야만 한다.

길거리 스타
시험대 위에

처럼회는 “누구‘처럼’되자, 혹은 누구‘처럼’ 되지 말자”라는 뜻으로 붙여진 모임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회‘처럼’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당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사조직’이 권력의 맛을 본 후, 특정 정치인을 비호하기 위한 ‘빠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이들은 “처럼회가 하나회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본래의 취지를 상기하고 정상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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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