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성장은 프랜차이즈 산업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가맹점과 공생 성장을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과 공생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이때,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혁신 전략을 살펴본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은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빠른 산업일수록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새로운 기술이 수시로 등장하는 변화무쌍한 시장이다.
트렌드 변화
‘이디야커피’는 중저가 커피를 내세워 파괴적 혁신에 성공했다. 과거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주류시장은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엔젤리너스, 탐앤탐스, 할리스, 파스쿠치 등이었다. 이들은 커피 맛과 품질, 인테리어 등에 초점을 맞춰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이디야커피는 커피 가격이 주류시장 브랜드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로엔드 시장을 파고들었다. 가맹점포 규모는 중소형으로 하여 창업비용도 대폭 줄였다. 맛과 품질, 인테리어, 그리고 중심상권 입점 경쟁을 하고 있던 커피전문점 혁신 기업들은 초기에 이디야커피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디야커피는 로엔드 시장 진입 후 지속적으로 맛과 품질을 개발해나갔다. 동시에 국내 커피 산업의 발달로 커피의 수입과 원두의 유통도 원활해졌다. 주류시장 커피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 또한 나쁘지 않은 이디야커피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도 대기업이 아닌 이디야커피를 비켜갔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이디야커피는 국내 커피 산업의 발달과 함께 주류시장을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커피베이도 이디야커피 포지션의 2위 전략으로 성장했다. 이디야커피를 3~5년 뒤따라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디야커피 점포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자 가맹점 창업자들은 커피베이로 몰려들었다.
게다가 커피베이는 커피 및 음료뿐 아니라 베이커리 샌드위치 토스트 케이크 등 디저트 메뉴에 경쟁력이 있어서 나름대로의 마니아 고객층이 두꺼운 편이다.
현재 커피베이는 600여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한 브랜드가 500개 점포를 넘어서면 웬만한 경영 실패를 하지 않고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커피베이는 국내에서는 이디야커피에 이은 2위 자리를 굳히고, 코로나19 이후 잠시 주춤했던 해외 진출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상권을 중심으로 다시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디야커피와 커피베이 커피에 대항하는 새로운 파괴적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1000원대의 가격파괴 커피 전문점과 쥬스 전문점, 무인카페, 1000원 선에서 판매하는 편의점 커피와 캡슐커피 등이 그것이다. 맛과 품질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대가 1500원 하는 대용량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극심한 불황에 저가 대용량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커피 브랜드에서 저가 빅사이즈의 원조는 빽다방이다. 2011년부터 직영점 위주로 운영하다가 2014년부터 본격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빅사이즈 컵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1500원에 내놓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특히 올해 들어 점포 확장 속도를 높이면서 현재 1190여개 점포가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수시로 등장
극심한 불황에 저가 먹혀
그 후 최근 몇 년간 커피전문점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메가엠지씨커피 역시 빅사이즈 커피로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원두 투샷을 넣고 대용량의 아메리카노 한 잔을 1500원에 판매하는 것이 젊은 층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전국에 2000여개 점포가 있다.
컴포즈커피 또한 2020년부터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컴포즈커피는 원래 부산에서 로스팅공장을 운영하면서 대형 커피전문점 다수를 직영점으로 운영해오던 업체다. 그러한 커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가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를 시작하여 8년 정도 지난 현재 전국에 1800여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컴포즈커피의 성장요인 역시 빅사이즈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역시 1500원에 판매, 경쟁 브랜드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더벤티도 부산서 시작한 브랜드로 빅사이즈 커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현재 1000여개 점포가 있고 올해 들어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저가 커피전문점 빅4는 작년에만 1000여개 점포가 증가했고, 올해도 그 성장세를 더해가고 있는 중이며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등장해 올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는 롤스커피다. 대형 컵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1500원, 중간 컵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900원에 판매하고, 맛있는 크로와플, 크로피쉬, 토스트, 케이크, 스콘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롤스커피는 빅사이즈 아메리카노와 미들사이즈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1500원과 900원으로 나눠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차별화돼있다. 또한, 롤스커피는 커피 및 음료와 베이커리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함께 취급하는 것이 장점이다.
간편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베이커리 등 간단한 먹거리로 식사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바빈스커피도 커피와 다양한 먹을거리로 인기다. 대표 메뉴인 스페셜티커피는 스페셜티 2샷 빅사이즈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제공하여 차별화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샌드위치와 샐러드는 바빈스커피를 찾아오게 하는 원동력이다.
1500원 커피
이와 같이 파괴적 혁신 전략은 프랜차이즈 산업에서도 먹혀들고 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게 시장경제의 원리다. 파괴적 혁신에 성공했어도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어느새 또 다른 파괴적 혁신으로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커피전문점 시장의 다음 파괴적 혁신은 뭘까? 1500원 커피를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음료와 강력한 먹을거리 메뉴로 새로운 파괴적 혁신의 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