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임박설’ 멍 때리는 한국 막전막후

방법 없는데 자꾸 있는 척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세계 핵전쟁이 임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엄포를 놓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을 사용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핵전쟁이 시작되면)아마겟돈이 올 것”이라고 응수했다. 세계 핵전쟁이 실제로 발발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긴 할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핵전쟁에 대비한 현재 한국 정부의 처세술은 ‘전무’한 상태다.

인류는 ‘인류 종말’에 대한 걱정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문명을 이룩한 이래 천적이 없어진 인류가 스스로에게 엄격한 경고를 날려온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해 인류가 멸종될 것이라 말하는 ‘기후종말론’부터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개발을 걱정하는 ‘AI 종말론,’ 우주 소행성과의 충돌로 지구가 폭발할 것이라 믿는 ‘소행성 충돌론’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히로시마
2000배

다행히도 이 같은 종말론들은 모두 ‘낭설’로 치부될 만큼 당장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인류의 안위를 걱정할 만큼 실질적인 위협이 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낭설이 하나 있다.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종될 것이라 믿는 ‘핵전쟁 종말론’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가 ‘핵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탓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며 벌어진 ‘우-러 전쟁’ 초기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금방 패할 것으로 보였다.

약 70배에 달하는 군비 지출 규모, 100배가량 차이 나는 공군력과 해군력 등 모든 지표는 우크라이나의 ‘조기 패배’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는 선전 중이다. 수도 키이우를 사수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똘똘 뭉쳐 저항하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의용군이 참전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선전을 예측하지 못했던 나라에는 러시아도 포함된다.

몇 주 내로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 수뇌부를 교체하고 추가 징집 명령을 내리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암울해져만 간다.

그러던 중 푸틴 대통령을 ‘대노’하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 군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인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를 폭파시킨 것이다.

현지 매체들은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평가했다. 크림대교가 푸틴에게 보급로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2014년, 푸틴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했다. 크림반도 사태는 냉전시대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의 영토가 넓어진 사건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는 푸틴의 ‘악행’으로, 러시아 내에서는 푸틴의 ‘공적’으로 기록된 바 있다. 푸틴 대통령 스스로도 ‘크림반도 강제 점령’을 본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언급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합병하자마자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 건설을 추진했다. 총 5조원 가량 들어간 이 공사는 푸틴의 ‘유도 상대’라 알려진 최측근 재벌이 맡아 수년 만에 완성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다리 개공식에서 직접 트럭 운전을 해 다리를 건너가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건설을 자축했다.

크림대교 폭파 후 심각해진 우-러 상황
핵 누르면 나토 참전 불가피 ‘3차 대전’


러시아의 자존심이자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가 파괴되자 푸틴 대통령은 전격적인 ‘피의 보복’을 감행했다. 지난 10일 오전(현지시각) 러시아는 키이우와 중남부 지역, 서부 지역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75개 미사일을 발사했다. 

현지 취재진은 전체적인 피해 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키이우에서만 적어도 네 차례 큰 폭발이 발생했고 최소 19명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매체 BBC는 “초기 일부 폭발은 키이우 중심부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전쟁이 시작된 후로 키이우 중심부가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전례 없던 보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번 폭격은)에피소드 1화에 불과하다”며 추가 보복 계획을 시사했다. 추가 보복 계획에는 ‘핵무기 사용’도 배제되지 않은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국민 방송 연설에서 “러시아의 영토가 위협받을 경우, 국익 수호와 국민 안전을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지체 없이 동원할 것”이라며 “이는 허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모든 수단’에 핵이 반드시 들어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충격적인 연설을 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의 발언이 허세가 아님을 재차 확인해줬다. 그는 “푸틴이 전술핵이나 생물무기 또는 화학무기를 말할 때는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핵 위협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가)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아마겟돈으로 끝나지 않게 할 능력 같은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아마겟돈’이란 성경에 등장하는 ‘인류 종말 전쟁’이다. 성경 내용에 따르면, 아마겟돈 후 현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고, 신이 ‘새 인류’를 창조한다.

푸틴은 한다?
아마겟돈 공포

군사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아마겟돈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저 정도로 ‘센’ 발언이 구체적인 보고 없이 가능하겠냐는 분석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무수히 많은 예측을 쏟아냈고, 대부분 사실로 귀결됐다. 

언론은 그의 예측이 맞아들어갈 때마다 바이든에게 보고된 미군의 정보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정확하다고 분석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핵전쟁 가능성을 직접 시사한 이면에 ‘러시아의 핵사용 징후 보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푸틴의 핵 발언 이후, 미국은 러시아의 핵을 찾아내기 위해 미군 위성과 정찰기를 총동원하고 있다. 미 정치 일간지 <폴리티코>는 백악관 인사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러시아를 전보다 더 밀착해서 감시하고 있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우주와 공중 모두를 감시 대상에 넣고 있으며 핵무기 예상 배치 지역에 상업용 위성까지 동원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고 있는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갖고 있다. 신뢰도가 높은 매체 중 하나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가 총 7454개라고 보도했다. 이 중 전략 핵탄두는 2565개, 비전략 핵탄두는 1830개, 비축 핵탄두는 2889개다. 

위력도 상당하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러시아는 미사일 ‘사르마트’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사르마트는 '악마의 미사일'이라 일컬어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최대 18000km를 날아갈 수 있는 초장거리 미사일이다. 

군 전문가
한 목소리 

이날 사르마트에 장착된 핵탄두의 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의 약 2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텍사스주 전체나 프랑스 영토 전체를 순식간에 증발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러시아는 현재 가장 많은 수의 핵탄두를 만들었을뿐더러 초경량 기술까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제’ 핵무기가 우크라이나에 떨어지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근 국가들 또한 피해를 보게 된다. 폭탄 자체의 위험만큼 치명적이라 평가받는 낙진 피해가 접경 국가들에게 빠르게 퍼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러시아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이유다.


접경국에 대한 피해가 현실화된다면 세계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핵 사용을 걱정하고 있는 접경국이 모두 군사공동체인 ‘나토(NATO)’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나토는 경제적, 정치적 색채를 거의 띠지 않는 대신, 강력한 군사적 색채를 띤다. 나토 헌장 제5조에는 “어느 일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적혀 있다. 즉 나토 회원국에 대한 낙진 피해는 회원국 전체의 피해로 인식되는 것이다.

비록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 위험에서 대한민국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서방 세계에 대항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있는 나라 중 북한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향력 확장을 억제하기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은 ‘반미’ 블록화를 모색해왔다.

그리고 이 블록에는 북한도 포함된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이후 북한과 대한민국은 크고 작은 전투를 지속하며 긴장 상태를 유지해왔다. 양측의 국력 격차가 점차 차이 날 무렵인 1980년대, 북한은 군사력에서라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핵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시키려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정부 처세? “사실상 없다”
전술핵, 사드 등 무용지물?

그 결과, 북한은 현재 상당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평가받고 있고, 이는 한국을 괴롭히는 만성적인 근심거리로 자리 잡았다. ‘북핵’이라는 고질병은 한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형태로 발현됐다.

비교적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는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는 더욱 그랬다. 북한은 본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늘 무력 시위를 펼쳤고, 반응이 없으면 ‘더 센’ 무력 시위를 보여줘왔다. 최근 선을 넘는 위협 비행이나 일본 국경 인근에 발사한 미사일이 대표적인 예다.

윤석열정부도 굴하지 않았다. 전술핵 재배치를 계획하고있는 것이다.

<일요시사>와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가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있었던 저수지 미사일 발사에 정부가 크게 놀란 상태”라며 “저수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사전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다. 만일 저 주장(저수지에서 미사일 발사)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미사일이 발사된 후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술핵 재배치 의지에 대해서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그 자체로 ‘무력의 평등’을 가져오는 의미가 있는 만큼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될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에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일요시사>는 용산에서 근무 중인 군인에게도 비슷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사실상 핵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사드가 유일하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사드 요격으로 북핵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며 “전술핵을 재배치한다고 해서 핵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같이 사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 단계까지 넘어가면 그 이후 군사적 대응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핵 대응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고 일침한다. 한 외교안보전문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에 핵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미국이다. 전술핵을 용인해줄 리가 없다”며 “갖다 놔도 무용지물이겠지만 북한 무력 시위에 명분만 더 만들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푸틴이 핵을 사용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 이거는 말이 안 되겠지만 ‘핵 사용’ 자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사용 전
대처해야

그는 통화 말미에 “전술핵 재배치와 사드가 모두 전문가들에게 ‘실익 없는 안보’라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끊임없는 잡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다분히 정치적으로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핵전쟁 위험이 엄습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필사적으로 처세술을 연구해야한다. 다만 그 처세술은 핵 사용 ‘후’가 아닌 ‘전’이어야 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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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