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강운지 기자 = 제576주년 한글날(10월9일)을 앞두고 ‘한중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9일, 서울시가 한글날 하루 전날인 8일 ‘제3회 한중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이하 경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서남권글로벌센터가 주최하는 이번 경연대회는 지난 2019년부터 한글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매해마다 진행돼왔다.
이번 경연대회는 지난 8월29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예선을 거쳐 30일 본선 진출자가 발표됐다.
본선을 거친 이들은 오는 8일,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강당에서 대상, 최우수상 등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참가 대상 및 방법은 한중 이중언어가 가능한 국내 다문화 청소년(초·중·고)으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함께 사용해 발표해야 하며 발표문도 이중언어로 작성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연을 두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매해마다 한글날 즈음에 경연대회를 개최한다는 점, 해당 언어가 중국어라는 점, 사설이 아닌 서울시의 공식 주관하는 행사라는 점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경연대회는 ‘이주 청소년과 한국 청소년이 상호 문화를 이해하고 글로벌 인재로 동반 성장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 나라가 심각하다” “한글날 기념으로 중국어를 하는 게 말이 되나” “나중에 중국에서 한글 동북공정의 근거로 쓸 수도 있지 않냐” “세종대왕님은 ‘나라말이 중국어와 문자가 달라(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한글을 창제하셨는데, 저승에서 통곡하시겠다” 등의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누리꾼들의 반응은 ‘김치 공정’ ‘한복 공정’ 등 몇 년 전부터 지속된 중국의 문화침탈 시도로 인해 반중 감정이 거세져 있던 상황에서 이번 경연대회가 서울시 공식 보도자료로 배포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가 내놓은 ‘2021 한국인의 아시아 인식 설문조사’ 중 한국인의 전 세계 20개 주요국 호감도 영역에서 중국은 17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담당 주무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서남권 특성상 중국 동포들의 수가 많으므로 ‘한글날을 맞아 한중 문화교류를 촉진하자’는 좋은 취지로 기획된 행사”라며 “오히려 중국 출신 청소년들에게 한국어를 알리고 익숙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남권글로벌센터는 2014년 설립된 서울시 외국인 주민 종합지원기관으로 ▲고충 상담 ▲한국어 교육 ▲컴퓨터 교육 ▲의료서비스 지원 ▲편의시설 제공 등 외국인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