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서초구 소재 페리지갤러리에서 함진 작가의 개인전 ‘엄마’를 준비했다. 경원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초소형 미니어처 조각을 만드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미니어처를 실제 사물과 함께 배치해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을 만든다.
함진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 초소형 인물을 실제 사물과 함께 배치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이후 검정의 단색으로 이뤄진 추상적인 형상으로 자신만의 조형감각을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색이 다채롭게 드러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개인전 ‘엄마’에서는 여러 형태와 색을 가진 입체 작업을 소개한다.
단어 그대로
함진이 작업을 만들어 가는 방식은 단순하다. 색깔 점토(폴리머클레이)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그는 특별한 도구 없이 손으로 작업한다. 점토는 손으로 온전히 다루기 용이한 재료이기 때문. 함진은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작업을 위해 손을 사용해왔다. 정확하게는 손바닥이나 손가락이 아닌 손끝이 그의 도구다.
우선 다양한 색의 점토를 조금씩 떠내서 두 손가락으로 비벼 뒤섞는다. 그리고 이를 넓게 펼쳐서 가느다란 철사 혹은 나무 꼬챙이와 같은 기본 뼈대에 붙인다. 그 이후에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손으로 붙이고 늘리고 바늘과 같은 도구로 찌르고 밀고 당기면서 형태를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완성된 점토를 구워서 고정한다. 작업에 특별한 규칙은 없다. 단지 자신의 손끝과 점토가 결합하면서 변해가는 조형의 형태에 따라 본능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할 뿐이다.
이 같은 제작 방식은 작가에게 있어 신이 세상을 창조하는 것과 같이 전지전능한 능력을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 제목인 ‘엄마’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이기도 하면서 모성과 생명력, 창조성과 자연을 상징하는 대지모신의 의미로 읽힌다.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이뤄진 창조물은 여러 생명체가 결합한 괴물 같기도 하고 미생물이나 세포 같은 유기체로 보이기도 한다. 혹은 생명체가 아닌 추상적인 덩어리로도 느껴진다. 함진은 이번 전시에서 하나의 연결된 상황이나 설치로 작품을 구성하지 않고 각자 좌대 위에 놓인 독립된 대상으로 전시했다.
전시장에 놓인 함진의 창조물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하부 구조의 구성원이 아니라 하나하나 자신만의 우주를 지닌 작지만 커다란 개별적인 존재로 기능한다. 그는 생명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을 가시적 형태의 다양한 혼종적인 창조물로 제작했다.
그 결과 무질서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그 안에 무한한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이전 작업에서 드러난 초소형이라는 형태의 정밀함과 검정 작업이 보여주는 조형적 유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드러나는 함진의 작업 방식은 작가의 손끝이 느끼는 감각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가진 창조물을 생산해내는 행위에 주목하게 한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함진의 조각은 ‘손끝 조각’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듯하다.
대지모신
페리지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함진의 손끝이 빚어내는 다양한 색과 모습을 가진 생명력 넘치는 형상을 통해 관람객은 하나하나의 작은 우주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11월12일까지.
[함진은?]
▲학력
경원대학교 조소과 학사 졸업(2000)
▲개인전
‘엄마’ 페리지갤러리(2022)
‘Head’ 챕터투 야드(2020)
‘Head’ 챕터투(2020)
‘클로즈-업’ 두산갤러리(2014)
‘Somewhere Underneath’ 하다 컨템포러리(2014)
‘함진’ 아트앤퍼블릭(2013)
‘Planet’ PKM 갤러리(2012)
‘함진’ PKM 갤러리(2011)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