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의 재발견 ③속초 설악산 흔들바위

수학여행의 추억이 방울방울

강원도 속초는 예나 지금이나 수학여행 명소로 통한다. 설악산을 품고 동해에 접한 고장이니, 수학여행에 이보다 맞춤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속초에서도 설악산 흔들바위는 단골 수학여행지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의 힘은 추억을 공유하는 데서 나온다고.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다녀온 수학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가슴속에 또렷이 각인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흔들바위를 찾아가는 길이 여전히 설레는 이유다.

흔들바위는 설악산 자락에 터 잡은 계조암(繼祖庵) 앞 와우암(臥牛岩) 위에 있다. 100여 명이 함께 식사할 만큼 넓어 식당암(食堂岩)이라고도 하는 반석 끄트머리다. 공처럼 둥근 바위가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선 모습이 꽤 인상적인데, 흔들바위가 유명한 건 손만 대도 굴러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이 장면 때문이다.

해마다 만우절이면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 소문이 나돌지만, 지금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슬아슬한 흔들바위

흔들바위로 가려면 발품을 조금 팔아야 한다. 설악산소공원주차장에서 흔들바위까지 약 3㎞. 제법 먼 거리지만, 마지막 600m 산길을 뺀 나머지가 대부분 평지처럼 완만하다. 걷는 내내 길동무가 되는 시원한 계곡과 울산바위의 그림 같은 자태도 이 길의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먼저 만나볼 곳이 신흥사(강원문화재자료)다. 설악산국립공원 매표소에서 800m쯤 떨어진 곳에 자리한 신흥사는 652년(진덕여왕 6)에 자장율사가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고찰이다. 이후 화재로 소실된 사찰을 1644년(조선 인조 22) 지금의 자리로 옮겨 ‘신흥사’로 다시 세웠다.


경내에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남아 있다. 높이 14.6m 통일대불은 신흥사, 아니 설악산의 명물이다.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원하며 청동 108t으로 만들었다. 제작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린 통일대불 내원법당에는 1992년 미얀마 정부가 기증한 부처님 진신 사리 3과와 다라니경, 칠보 등 복장 유물이 봉안됐다.

신흥사를 지나면 예쁜 숲길이 열린다. 깔끔하게 정비된 길은 어른 3~4명이 나란히 걸어도 여유로울 만큼 널찍하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이라 지루할 것 같지만, 초록빛 숲 터널의 싱그러움과 투명한 계곡의 맑은 물소리에 마음이 편안하다. 꽃향기처럼 발끝으로 은은하게 전해오는 부드러운 흙의 느낌도 참 좋다.

신흥사의 부속 암자인 내원암을 지나면 다소 좁고 험한 산길이 나온다. 평지와 다름없던 숲길에 비해 험하다는 것이니,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가볍게 오르는 동네 뒷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끔 만나는 급경사 구간에는 나무 계단이 설치돼, 오르내리기에 불편하지 않다.

흔들바위 낙하 농담 만우절 단골 소재
예전 일부 남부지방의 수학여행 단골코스

계조암 입구, 절벽 위에 다소곳이 자리한 둥근 바위가 설악산 흔들바위다. 정말이지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처럼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이 거대한 바위를 누군가가 이곳에 가져다 놓았을 리 만무. 흔들바위는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풍화작용의 결과물이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 중심의 핵석만 남은 것.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풍화작용으로 기반암과 분리된 핵석을 토르(tor)라고 한다.

흔들바위에 대해 살펴봤으니 이제 밀어볼 차례. 혹시나 ‘바위가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면 어떡하지?’같은 소심한 생각이 든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흔들바위 무게는 대략 32t. 슈퍼맨이 아닌 이상 흔들바위를 밀어서 아래로 떨어뜨릴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 흔들림은? ‘흔들린 것 같다’와 ‘꼼짝도 안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니, 각자 느낌대로 받아들이면 될 듯.

흔들바위와 한참 씨름하다 보면 자연스레 주변으로 시선이 옮겨 간다. 설악산국립공원 매표소에서 계조암까지 ‘흔들바위’ 이정표만 좇아왔지만, 흔들바위를 떠받친 와우암, 온갖 한자를 새겨놓은 수직 절벽, 목탁 닮은 둥근 바위를 파내 조성한 석굴 법당, 우뚝 솟은 울산바위 등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를 연상시키는 계조암의 암석군은 흔들바위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다.

신라 승려 자장이 창건한 계조암은 동산, 각지, 봉정에 이어 의상, 원효 등 조사의 칭호를 얻을 만한 승려가 계승해 수도한 곳으로 알려졌다. 자장율사는 계조암 석굴에 머물며 향성사를 창건했다. 여유가 되면 흔들바위와 계조암을 돌아본 뒤 울산바위까지 다녀와도 괜찮다. 울산바위는 흔들바위에서 1㎞ 남짓 떨어져 있다.

설악산으로 떠나온 여정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곳이 권금성이다. 설악산성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화채능선 정상부에 있다. 권씨와 김씨가 이곳에서 난리를 피하려고 하루 만에 쌓았다는 전설 때문에 권금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신흥사 앞 설악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해발 800m 권금성까지 5분 만에 닿는다. 설악케이블카 운영 시간은 하루 전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탑승권 예약은 불가하며 탑승료는 중학생 이상 1만3000원, 어린이 9000원이다.

속초항 인근에 있는 아바이마을은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란 온 이들이 정착해 형성됐다. 아바이는 ‘나이 많은 남성’을 뜻하는 함경도 사투리. 아바이마을은 2000년 방영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가 갯배를 타는 모습이 소개되며 세간에 알려졌다.

마을에서는 지금도 관광객을 위해 갯배를 운영한다. 내장을 뺀 오징어에 다진 고기, 채소, 찹쌀을 넣고 찐 오징어순대와 돼지 대창에 찹쌀과 선지를 넣은 아바이순대가 대표 먹거리다. 아담한 청호해변도 아바이마을의 자랑이다.

속초해수욕장

속초에서 가장 ‘핫한’ 해변을 꼽으라면 단연 속초해수욕장이다. 아바이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속초해수욕장은 모래밭이 곱고 바닷물이 맑아 피서지로 사랑받는다. 해수욕장 북쪽에 서핑 전용 해변도 마련했다. 최근 선보인 우리나라 최초의 해변 대관람차 속초아이는 또 다른 명물. 아파트 23층 높이에서 시리도록 푸른 동해와 멀리 설악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설악산 흔들바위→설악케이블카(권금성)→아바이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설악산 흔들바위→설악케이블카(권금성)→아바이마을
-둘째 날: 속초해수욕장→속초아이→칠성조선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속초관광 www.sokchotour.com
-설악케이블카 www.sorak cablecar.co.kr
-아바이마을 www.abai.co.kr


문의 전화
-속초시청 관광과 033)639-2539
-설악산국립공원 033) 801-0900
-설악케이블카 033)636-43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속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50분 간격(06:00~23:3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0여회(06:05~23:00) 운행, 2시간10분~3시간 소요. 속초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번·7번·7-1번 일반버스 이용, 설악산소공원 정류장 하차,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도보 약 3㎞.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7-1번 일반버스 이용, 설악산소공원 정류장 하차,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도보 약 3㎞.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속초시대중교통정보 www.sokchoterminal.com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북양양 IC→장재터로→설악산로→청봉로→설악산국립공원(설악산 흔들바위)

숙박 정보
-호텔 아마란스: 속초시 온천로, 033)636-5252, http://www.hotelamaranth.com
-헬리오스모텔: 속초시 장사항해안길, 033) 632 -7676 http://www.heliosmotel.com
-뉴스타트설악리조트: 속초시 설악산로836번길, 033)637-2239, www.nsseorak resort.com
-초원리조텔: 속초시 청봉로5길, 033)636-7169, http://greenresort.co.kr
-켄싱턴호텔 설악: 속초시 설악산로, 033)635-4001, http://kensington.co.kr/hsr

식당 정보
-대포면옥(명태회냉면): 속초시 설악산로4번길, 033)632-66 88
-솔향(산채비빔밥): 속초시 설악산로, 033)638-8288
-아바이식당(오징어순대·아바이순대): 속초시 아바이마을1길, 033)635-5310

주변 볼거리
울산바위, 청초호, 외옹치해수욕장, 대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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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