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의 재발견 ②한국민속촌과 에버랜드

추억 따라갔다가 신세대 감성 담아 온

빠르게 변하는 요즘,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고마운 공간이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과 에버랜드가 대표적이다. 둘 다 단골 수학여행지로, 많은 이에게 추억을 안겨줬다. 옛 기억을 더듬으며 민속촌과 에버랜드를 방문한 이들은 깜짝 놀란다. 오래된 공간에 생동감이 넘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1974년 문을 연 한국민속촌은 조선 시대 가옥과 생활 문화를 볼 수 있는 전통문화 놀이공원이다. 양반이 살던 집, 지방에 따라 특징이 드러나는 농가와 민가, 관아 등 전통 가옥 270여동이 있다. 가옥은 옛 모습 그대로지만, 과거에 비해 활기가 넘친다. 사또나 포졸, 거지 등 조선 시대 인물을 비롯해 특정 역할을 하는 연기자가 구석구석 누비며 방문자와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전통문화 놀이공원

놀이공원의 꽃이라 불리는 퍼레이드도 생겼다. <춘향전>을 바탕으로 전통 무용과 마당극이 어우러진 민속 퍼레이드 `얼씨구 절씨구야ʼ다. 신나는 농악과 화려한 부채춤을 선보인 뒤 춘향이와 이 도령이 등장, 상가마을을 한 바퀴 돌며 흥을 돋운다. 한껏 오른 분위기에 관람객도 어깨를 들썩인다. 공연이 끝나면 연기자와 손바닥 인사를 나눈다.

다채로운 전통 공연도 펼쳐진다. 부채춤과 농악, 탈놀이 등 전통 가무악으로 구성된 풍물 한가락과 버나돌리기가 볼만한 삼도 판굿은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으로 꼽힌다. 완향루에서 진행되는 ‘우리 가락 좋을씨고’는 전통 가락의 선율이 곱다.

야간 공연도 마련했다. 조선 시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연분’이 오는 11월6일까지 금~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8시 무대에 오른다.


한국민속촌은 곳곳이 사진 명소다. 그중에서 남부 지방 대가 앞 염색 천이 늘어진 곳에 방문객이 몰린다. 바람에 따라 색색 천이 나풀거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또 민속촌은 영화 〈관상〉 〈역린〉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다양한 사극 촬영지로, 한류 영화와 드라마에 빠진 외국인 방문객이 특히 좋아한다.

눈으로 민속촌을 봤다면 몸으로 즐길 차례다. 바이킹부터 범퍼카, 회전목마 등 다양한 놀이 기구를 갖췄다. 대기 시간이 길지 않고, 키 100㎝ 미만 어린이가 이용 가능한 놀이 기구도 있어 유아 동반 가족 여행자에게 필수 코스다. 오싹한 공포를 체험하는 ‘귀신전’ ‘전설의 고향’도 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 모형에 비명이 절로 터진다.

한국민속촌 이용 시간은 오는 11월6일까지 오전 10시~오후 11시(금~일요일·공휴일 자정)다. 이용권은 어른·청소년 3만2000원, 어린이 2만6000원(놀이 기구 이용 포함), 야간 이용권은 어른·청소년 2만5000원, 어린이 2만2000원이다.

휴일 없이 365일 개장하는 민속촌
한국 최대 규모 놀이공원 에버랜드

에버랜드는 한국민속촌과 짝을 이루는 수학여행지다. 국내 최대 놀이공원으로,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간다. 수학여행 때 에버랜드에 가면 에버랜드 캐릭터 레니와 라라 조형물이나 높이 13m ‘매직트리’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특히 매직트리는 시즌마다 특색 있게 꾸며, 일반 방문객의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다.

전에는 아이들이 단체 사진을 찍자마자 ‘T익스프레스’로 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줄을 서야 놀이 기구를 더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앱에서 ‘스마트 줄서기’를 누르면 해결된다.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대기 방법도 달라졌다.


‘에버랜드 앱’은 에버랜드 이용에 꼭 필요하다. 놀이 기구 예약뿐만 아니라 퍼레이드 시간과 장소 등 에버랜드를 즐기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에버랜드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으나, ‘포시즌스 가든’이 가장 사랑받는다. 에버랜드 대표 정원으로 계절마다 형형색색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을에는 국화 잔치가 열린다. 근처 ‘홀랜드빌리지’는 네덜란드를 주제로 꾸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회전목마 ‘로얄 쥬빌리 캐로셀’도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코스 중 하나다. 특히 밤이 되면 더없이 낭만적이다.

1950~1960년대 미국을 모티프로 한 아메리칸어드벤처의 ‘락스빌’을 찾는 이가 많다. 방탄소년단이 히트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으로, 배경 분위기가 노래와 잘 어울려 호평을 받았다. 레스토랑 안에 포토 존이, 밖에는 촬영 당시 사진을 담은 표지판이 있다.

에버랜드에서 긴장감 넘치는 놀이 기구만큼 상징적인 행사가 퍼레이드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퍼레이드가 시작하면 관람객은 환호성을 지르며 동화 속 시간을 불태운다. 어두운 밤을 반짝반짝 수놓는 야간 퍼레이드가 추억 여행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에버랜드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 입장료는 날짜와 시간에 따라 다르다. 어른·청소년 5만8000원, 어린이 4만6000원이다(9월 평일 기준).

용인에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상상력을 키워줄 실험적인 작품을 만나자.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업과 레이저 작업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이 다음 해 1월24일까지 이어진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서 영감을 받은 ‘시스틴 성당’이 눈길을 끈다. 백남준의 독창성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장욱진 가옥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상상력을 충전한 뒤에는 용인 장욱진 가옥(국가등록문화재)으로 향한다. 화가 장욱진이 1986년부터 1990년 타계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한 집이다. 한옥의 고즈넉한 매력과 화가의 숨결이 느껴진다. 한옥과 양옥으로 구성되며, 입구에 한옥 일부를 개조한 찻집이 있다. 장 화백이 직접 설계한 양옥은 작품 전시실로 꾸몄다.

장욱진 가옥에서 도보 약 10분 거리에 용인향교(경기문화재자료)가 있다. 대성전과 명륜당을 중심으로 제기고, 동재·서재 등이 자리한다. 조선 시대에 학생을 가르치고 제사 드리는 역할을 해온 향교로, 근대에는 보통학교로 사용했다. 현재는 충효 교육과 현대문학 강의 등 시민을 위한 전통문화 교육 공간으로 활용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한국민속촌→에버랜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국민속촌→백남준아트센터 
-둘째 날: 장욱진 가옥→용인향교→에버랜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투어용인(용인시청 문화관광포털) www.yongin.go.kr/yitour
-한국민속촌 www.koreanfolk.co.kr
-에버랜드 www.everland.com
-백남준아트센터 http://njp.ggcf.kr

문의 전화
-용인시청 관광과 031)324-2068
-한국민속촌 031)288-0000
-에버랜드 031)320-5000
-백남준아트센터 031)201-8500
-장욱진미술문화재단(장욱진 가옥) 031)283-1911

대중교통
-한국민속촌: [버스] 수도권전철 수인분당선 상갈역 3번 출구에서 37번·10-5번 일반버스 이용, 한국민속촌·보라해링턴 정류장 하차, 약 15분 소요. 수도권전철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 7번 출구에서 1560번 직행좌석버스 이용, 민속촌입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문의: 경기버스정보 031)120, www.gbis.go.kr [셔틀버스] 수원역-민속촌, 수도권전철 1호선 수원역 4번 출구 뒤 셔틀버스 승강장에서 하루 3회(10:30, 12:30, 14:30) 무료 운행, 약 30분 소요. *문의: 한국민속촌 031)288-0000, www.koreanfolk.co.kr
-에버랜드: [전철] 수도권전철 수인분당선 기흥역에서 경전철 에버라인 환승, 전대·에버랜드역 하차, 에버랜드까지 셔틀버스(무료) 이용.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수도권전철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 5·6번 출구에서 5002A번·5002B번 광역좌석버스 이용, 에버랜드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문의: 경기버스정보 031)120, www.gbis.go.kr

자가운전
-한국민속촌: 경부고속도로→수원 IC 신갈·민속촌 방향→상갈교사거리에서 민속촌 방향 좌회전→민속촌입구삼거리에서 좌회전→한국민속촌
-에버랜드: 경부고속도로→신갈 JC 원주·인천 방향→마성 IC에서 마성·에버랜드 방향→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호암미술관 오른쪽→에버랜드

숙박 정보
-홈브리지: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031)320-5000, www.everland.com/web/hb
-용인자연휴양림: 처인구 모현읍 초부로, 031)336-0040, https://yonginforest.foresttrip.go.kr
-골드훼미리콘도: 기흥구 기흥단지로, 031)286-9111, www.goldcondo.co.kr
-양지파인리조트: 처인구 양지면 남평로, 031)338-2001, www.pineresort.com


식당 정보
-산고을오리(누룽지백숙): 기흥구 마북로, 0507-744-9252, http://fnara462.modoo.at
-기와집순두부(옛날순두부): 기흥구 백남준로, 031)282-2708
-물레방아(누룽지백숙): 기흥구 지삼로250번길, 031)287-2447
-애나의정원 수지점(한우·바닷가재철판구이): 수지구 신봉1로369번길, 031)261-8192, www.instagram.com/annasgarden__

주변 볼거리
와우정사, 용인농촌테마파크, 경기도어린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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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