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성범죄 ‘입꾹닫’ 회장님, 왜?

상사에 당했고 회사가 버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한항공의 성범죄 사건 대처가 점입가경이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도 밟지 않은 데 이어 사직서를 받아들여 논란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피해자와의 민사소송을 재판부가 조정하자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조차 이번 대한항공의 항소는 굉장히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사측이 성범죄 사건 1심 민형사 재판에서 패소하게 되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항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A씨가 피해를 본 것은 5년 전이다. 수치스러운 사건이라 공개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고 조용히 처리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사실상 가해자 편에 서서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 사측의 행태에 분노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동료들의 수군거림, 집단따돌림을 겪어야 했다.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했던 대한항공은 오히려 A씨를 향한 2차 가해를 방관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속된 피해
모르쇠 일관

2017년 여름 가해자는 업무 문제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부하직원을 외부로 불러내 성폭행하려 했다. 그러나 피해자 A씨는 과거 성희롱 사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경험했기에 쉽사리 신고하지 못했다. 그는 가해자와 직원들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과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A씨는 회사에 해당 사건을 알린 후 갑자기 서비스 클리닉 입과자로 통보받았다. 서비스 클리닉은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자아비판 프로그램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교육이라는 이름의 망신주기, 징벌적 조치라고 느낄 수 있다.

A씨는 사측에 가해자에 관한 철저한 조사와 추가 피해는 없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A씨의 의견서에 단 한 차례도 답변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대한항공은 피해자의 첫 번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군지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이후에도 수차례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피해자 보호를 절대 원칙으로 이후 모든 처리 절차를 피해자 측과 상의해 결정했고, 피해자 변호인은 징계위원회 개최 시 가해자의 사직서를 조속히 접수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가해자가 추가 피해를 저지른 게 없는지에 대한 조사 요구는 접수된 바 없다”는 거짓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피해자 측이 위원회 구성원들과 피해 사건의 내용을 최소한만 공유했고, 여러 차례에 걸치게 되는 상벌위원회 기간 등을 고려해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가해자에게 사직서 처리를 요구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사측과의 면담 당시 ‘가해자 징계’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이 먼저 징계위원회를 열면 피해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질 수 있기에 ‘가해자를 따로 불러 가해 사실을 인정하면 사직서를 받는 형식으로 사건 종결 처리가 가능하다’고 거론했다고 한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거치지 말아 달라고 전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피해자에 대한 추가 조사 요구가 있었음에도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는 지적이다.

성폭력 피해자 압박에 사건 축소 시도
가해자 징계 없이 퇴사 처리 속전속결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가해자에게 가해 사실을 재빠르게 인정하도록 압박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처음이자 마지막 면담이 진행된 날 퇴사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라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통상 임직원이 파면 등의 중징계를 받으면 타 회사로의 이직이 힘들어진다. 대한항공이 가해자에게 사건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징계를 면치 못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직서 제출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해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한 대한항공의 행태에 분노한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강간미수)·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사용자 조치 의무 위반’ 혐의로 진정을 넣었다. 고용 당국은 현장조사를 통해 A씨가 제기한 내용을 확인하고 사건 당사자 간의 면담을 진행했다.

당국은 대한항공이 가해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지연 조사, 피해자 보호 소홀,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나 비밀누설 금지 등은 혐의가 없으며 다만 대한항공 직장 내 괴롭힘은 있다고 봤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련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 B씨의 괴롭힘 행위는 2019년 1월로 법 시행일인 2019년 7월16일 이전이므로 처벌이 불가하다고 해석했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처벌하지 못할 뿐 비상식적 행위는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대한항공 내 성희롱 재발방지 및 상호 존중하는 직장문화 정착을 위해 조직문화 점검, 맞춤 전문교육 실시, 고충상담 전담자 지정 등에 대해 개선 지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방관한 회장
의견서 무시

대한항공의 방관으로 A씨는 수면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렸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배포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회사는 직장 내 성폭행·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나 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해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 회사는 징계위원회나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제재를 결정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조치 이전에 회사는 반드시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대한항공이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조정 결정사항을 통해 “피고 주식회사 대한항공은 외부 컨설팅업체에 위임해 회사 내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실태를 전주조사하고 그 조사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피고 회사가 원고(피해자) 측과 협의를 통해 가해 직원을 사직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또는 노동조합을 통해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옴에 따라 피고 회사 내·외부의 오해가 심화되고 있다”며 법원의 판단에 불복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직장 내 성폭력에 기업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유영일 부장판사)은 A씨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5000만원으로 정하고 이 중 1500만원을 대한항공이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는 손해배상액 5000만원 중 가해자가 피해자와의 조정으로 지급한 35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다.

재판부는 “성희롱 방지 교육 등 다수를 상대로 한 교육을 넘어서 실효성 있는 위험 발생 및 방지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한항공의)감독상의 미비가 있었다”며 “강간미수 행위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피고(대한항공)의 피용자인 ○○○(가해자)의 사무집행에 관해 발생한 사고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직 쉽게?
취업 돕기

앞서 2020년 7월 A씨는 가해자와 대한항공(대표이사 조원태·우기홍)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해 1월 재판부의 강제조정을 가해자만 받아들이면서 피고는 대한항공만 남게 됐고, 2년간 진행된 1심 재판의 결과는 ‘대한항공의 1500만원 손해배상금 지급’이었다.

재판의 쟁점은 가해자의 성폭력이 ‘대한항공의 사무집행에 관해’ 발생했는지 여부였다. 민법 756조에는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대한항공)는 피용자(가해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피해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나와 있다.

쉽게 말해 가해자의 성폭력이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정돼야 대한항공의 손해배상 책임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건 당시 가해자가 휴가 중이었던 상황이라, 대한항공은 ‘가해자의 성폭력이 사무집행에 관한 것이 아니다’란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간미수 행위가 비록 휴가 중 행해진 것이긴 하나 (가해자는)원고에 대한 업무 감독과 평정 등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로 복귀할 예정이었다”며 “(업무 관련)설명을 빌미로 원고를 불러 (강간미수 행위가)감행된 것이어서 그 배경과 동기가 외관상 업무와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위험군에 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해자)에 대해 성희롱 방지 교육 등 다수를 상대로 한 교육을 넘어서 실효성 있는 위험 발생 및 방지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한항공의)감독상 미비가 있었다”며 “민법 756조를 그 존재 이유 중 하나인 피해자의 보호 강화라는 취지와 함께 객관적으로 살피면 (가해자의)강간미수 행위는 외형적·객관적으로 피고(대한항공)의 피용자인 ○○○의 사무집행에 관해 발생한 사고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 측이 지적한 가해자 사직 절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해당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 측은 “남녀고용평등법과 대한항공의 취업규칙에 따라 (성폭력 발생 후)대한항공이 가해자를 징계할 의무가 있었다”며 “더욱이 (대한항공은 사내)조사 과정에서 모순된 변명을 하며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직원(가해자)을 징계하지 않았고 그 입장을 원고에게 알려주지도 않은 채 사직 처리를 함으로써, (피해자는)형사고소 등 권리행사를 할 기회마저 상실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민사 조정…항소 후 회유
조사 요청 모르쇠로 일관

그러나 재판부는 “(가해자가)일부 세부 항목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긴 했으나 결론적으로 (성폭력의 사실관계에)수긍했고, 나아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고용관계의 종료로 결론지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징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피고(대한항공)의 입장에 면담 당일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이는 징계 절차를 밟아서 도달하는 해고와 결과의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했다. 이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타 기업들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법원 홈페이지 내 사건번호 조회 시스템으로 사건 진행 내용을 보면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소송대리인(법무법인 한결 담당 변호사 이경우)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다음 날인 9일 대한항공 소송대리인 측은 보정명령 등본까지 받았다.

대한항공은 오히려 A씨에게 노조 활동을 중단하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는 조건을 제시하는 등 회유에 나섰다. 또 언론에 보도된 대한항공 성폭력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를 피해자가 요청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다른 기업은 어떨까? 대다수의 기업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이 같은 압력과 비상식적 행위로 사건을 축소시키려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까지 외면하지는 않는다. 오너가 직접 공식 입장을 밝히거나 심각한 경우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쇄신 계획을 발표했다. ‘성 윤리 위반 제로 회사’를 만들겠다며 사내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사건 초기의 미온적인 태도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모두 성 비위와 관련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부 권위주의적 문화가 남아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성폭력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호텔신라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6년 호텔신라 입사 2년 차인 20대 여성이 같은 팀 상사로부터 세 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

성추행 발생 직후 직속 상사에게 보고했으나 회사 정식 조사는 2년 뒤에야 진행됐고,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피해자만 원치 않는 부서로 인사이동됐다. 고용노동부조차 가해자의 부서 이동이 불가능했다는 회사 쪽 주장을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도의적 책임?
“우린 모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간부는 “성추행 전력이 있는 사람이 임원을 달기도 했고, 성추행 장면이 찍힌 사진까지 나온 팀장급 직원은 보직해임을 당하고 좌천됐지만 여전히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 금융사의 사내 윤리강령 위반 총 220건 중 성희롱·성추행 관련 징계가 76건으로 가장 많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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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