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혁신적 패러다임으로 1조달러 커머스 미래 선도

23일, BCG와 ‘쇼퍼테인먼트’ 리포트 발표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글로벌 숏폼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틱톡(TikTok)과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이하 BCG)이 23일 ‘APAC에 1조달러 가치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줄 쇼퍼테인먼트’ 리포트를 발표했다. 

쇼퍼테인먼트란 엔터테인먼트와 교육을 1순위로 추구하는 동시에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결합해 몰입도 높은 쇼핑 경험을 만드는 콘텐츠 중심의 커머스다. 

리포트는 한국을 포함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태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6개 시장의 소비자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를 통한 브랜드의 새로운 시장 가치 가능성을 의미있게 조명하고 있다. 

틱톡은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에게 이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가 발견되고, 진정성 및 커뮤니티가 이끄는 추천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내는 등 시장은 이미 온라인 커머스의 다음 단계인 ‘쇼퍼테인먼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전 단계에 있는 쇼퍼테인먼트는 영상 중심 및 사운드온(sound-on) 포맷을 기반으로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한편 소비자의 정서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경로를 제시한다. 

2025년까지 쇼퍼테인먼트는 아태 지역 브랜드들에게 예상 시장 가치로 1조달러(한화 1320조 이상)가 넘는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태지역 내 높은 영향력을 가진 상위 3개 시장에서는 쇼퍼테인먼트가 63%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해당 3개 국가는 기존의 대규모 이커머스 기반에 힘입어 오는 2025년까지 쇼퍼테인먼트 총 시장 가치(GMV, Gross Market Value)의 67%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의 쇼퍼테인먼트 총 시장 가치는 2025년까지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Top2에 해당할 만큼 중요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26%, 한국&일본 공동 22%, 태국 12%, 호주 11%, 베트남 8% 순) 

설윤환 틱톡 코리아 글로벌 비즈니스 솔루션 제너럴매니저는 “이커머스는 가능한 효율적으로 고객들에게 가장 좋은 거래를 강조해왔으나, 소비자의 구매 습관이 진화하며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며 “즉, 영업을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재미는 얻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설 매니저는 “이것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교육적이면서도 즐거운 콘텐츠 중심 접근 방식인 쇼퍼테인먼트를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쇼퍼테인먼트는 콘텐츠, 문화, 커머스를 매끄럽게 결합해 브랜드가 광고보다는 구매 여정 전반에 걸쳐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게 한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현실적, 정서적 수요 모두를 충족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강력하고 더 오래 가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틱톡과 BCG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소비자가 구매 경로에서 마주하는 주요 문제들로 ▲26% 소비자는 구매를 고려할 시간을 더 갖기를 원하고, 실제 46%는 당일이 아닌 다른 날 구매를 결정(관성적 의사결정) ▲ 89% 소비자는 앱 안팎에서 제품에 대해 더 알아보며, 63%는 콘텐츠를 최소 3~4회 이상 봐야 하고, 85%는 구매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여러 앱을 전환(구매 여정의 분산화) ▲ 34% 소비자는 브랜드 콘텐츠에 회의적이며 구매를 망설이는 점 등이 꼽혔다.

틱톡이 전망한 쇼퍼테인먼트, 오는 2025년까지 한국 등 아태 시장에 1조 달러 가치 창출 예상
영향력 높은 아태 3개 시장 내 연평균 성장률 63%, 국내 총 시장가치 22%로 일본과 함께 TOP2


이에 BCG는 소비자 수요를 더욱 잘 이해하고자 심층적이고 지리문화적인 인사이트 분석과 정량적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두 가지의 핵심 그룹(현실적·정서적)에 걸친 6개의 주요 수요 영역(편의성, 개선, 검증, 추천, 플렉싱, 영감)을 밝혔는데, 이는 소비자가 구매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의하고 향후 브랜드의 참여 노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실적 수요 영역

새로운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고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등 소비자가 습관적으로 거래하는 순간이다. 이커머스 에코시스템의 약 60%를 차지하며 편의성, 개선, 검증으로 구성된다.

정서적 수요 영역

변화가 발생하는 결정적인 순간으로 이커머스 에코시스템의 약 40%를 차지한다.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고려하고 브랜드를 전환한다. 추천, 플렉싱, 영감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 수요 영역들을 이해함으로써, 브랜드는 새로운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경로들을 다시 통합하고, 영감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중심 콘텐츠를 통해 기존 고객들과 다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커머스 중심에 ‘엔터테인먼트’를 두는 전략 

소비자 정서는 시장마다 다르지만 쇼퍼테인먼트는 향후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리포트에 따르면 아태 지역 소비자들은 브랜드들이 명확한 제품 정보와 직관적인 구매 경로를 보완하기 전에 콘텐츠 몰입감, 유용한 정보와 진정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인지도와 전환 욕구를 원활하게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미와 즐거움

소비자의 81%는 스토리텔링과 교육 중심의 콘텐츠를 기대하며, 76%는 영상에 최적화된 형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영상 콘텐츠는 인플루언서와 브랜드 간 협업으로 만들어지고, 쇼핑이 가능한 TV나 라이브 스트림 방송, 온라인 라이브 이벤트를 통해 보여질 수 있으며, 코미디와 엮여 엔터테인먼트와 참여를 유도한다.

신뢰할 수 있고 독창적


소비자의 71%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제품 리뷰나 언박싱 영상 등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리뷰와 사용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커뮤니티 및 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진정성있는 브랜드 정서를 형성할 수 있다.

영감 및 만족감 제공 

소비자의 71%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의사결정을 강요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브랜드는 그들의 콘텐츠가 소비자의 관심사 및 취미와 연결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는 영감을 주거나 즐거운 주제로 스토리를 구축하고 긍정적인 감정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좋은 스토리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하다.

트렌드와 커뮤니티 

65%의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브랜드에 관해 신뢰할 수 있는 조언과 추천을 받아보길 원한다. 브랜드는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콘텐츠에 담는 한편 친구 및 사용자들 간의 대화가 확장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파르나 바라드와지(Aparna Bharadwaj) 보스턴컨설팅그룹 매니징 디렉터 겸 파트너는 “쇼퍼테인먼트는 브랜드들에게 소비자의 구매 열정을 진정성 있게 소비자 중심의 방법으로 다시 불러일으키는 최적의 순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의 열망을 소비자의 수요 영역, 특히 새로운 제품과 경험을 찾고자하는 중요한 순간에 맞출 경우, 소비자에게 구매 과정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인상을 남기는 몰입도 높은 온라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브랜드는 1조달러 규모의 쇼퍼테인먼트 분야에서 수익성이 좋은 부분의 개척 등 성장세를 더욱 기대할 수 있 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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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