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타는 여행 ②보령 외연도

상록수림 울창한 둘레길 산책

바깥 외(外)에 안개 연(煙). ‘멀리 해무에 가린 신비한 섬’이란 뜻이다. 충남 보령시에 속한 70여개 섬 중 육지에서 가장 먼 외연도는 실제로 안개에 잠겨 있는 날이 많다. 그러다 문득 해가 나고 해무가 걷히면 봉긋하게 솟은 봉화산(238m)과 울창한 상록수림, 알록달록한 외연도몽돌해수욕장 등이 마술처럼 나타나 동화 속 풍경을 이룬다.

신비의 섬

파도를 헤치고 섬에 이르면 자그마한 항구 가까이 구름 모자를 쓴 봉화산이 반겨준다. 외연도는 1.53㎢로 면적이 좁고 산과 언덕이 대부분이라, 주민 400여명은 선착장 일대 마을에 모여 산다. 낚시하러 오는 관광객에 더해 아름다운 둘레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외연도를 찾는 이가 제법 많아졌다. 덕분에 민박이 10여곳 생겨, 하루나 이틀 묵어가는 데 불편이 없다. 다만 마을에 하나뿐인 슈퍼마켓에 식료품이 많지 않으니, 먹거리는 섬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하는 편이 낫다.

숙소에 짐을 풀었다면 우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자. 길 잃을 염려가 없는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다 보면 물고기가 그려진 노란 벽이 예쁜 외연도교회가 나오고, 전교생이 6명인 외연도초등학교도 만난다. 1943년 광명국민학교 외연도분교장으로 문을 연 외연도초등학교는 올해 개교 79주년을 맞았다.

교문에 들어서면 옛날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 읽는 소녀상’과 ‘반공 소년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보인다.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 너머로 아담한 학교 건물은 울긋불긋 원색으로 칠했다.

초등학교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령 외연도 상록수림(천연기념물)이다. 약 3㏊ 면적에 동백나무, 후박나무, 보리밥나무, 먼나무, 돈나무 같은 상록활엽수와 팽나무, 찰피나무, 푸조나무, 자귀나무, 때죽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어우러진다. 예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숲으로 보호받아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나무 덱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아름드리나무와 덩굴이 빽빽해 마치 밀림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특히 동백나무가 많아 한겨울에도 붉은 꽃밭을 이룬다. 동백나무는 수백 년 전 섬사람들이 남쪽 땅에 왕래할 때 옮겨 심었다고도 하고, 중국의 전횡 장군이 외연도로 들어와 심었다고도 한다. 전횡은 전국시대 말 제나라 장수로, 한나라의 추격을 피해 군사 500여명과 함께 외연도까지 왔다고 전해진다. 이 지역 섬 주민은 전횡 장군을 풍어의 신으로 모시는데, 외연도 상록수림에도 장군을 모신 사당이 있다.

원형 그대로 유지 중인 천연기념물 상록수림
대천타워에서 즐기는 짜릿한 짚트랙 체험

상록수림이 자리 잡은 야트막한 당산을 넘으면 외연도몽돌해수욕장이다. 여기부터 외연도둘레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도 있고, 봉화산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 둘레길에서 만나는 해안 풍경도 아름답고, 봉화산 정상에서 바다와 함께 보이는 마을 풍경도 예술이다.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 항구에 세워진 정자에 앉아 잠시 쉬자. 붉은 등대가 선 방파제 안쪽에는 고깃배가 줄지어 있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상록수림과 외연도몽돌해수욕장을 돌아 봉화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외연도둘레길은 약 8㎞. 쉬엄쉬엄 다녀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외연도행 여객선이 출항하는 대천항은 서해에서 드물게 청정수역을 끼고 있는 항구다. 덕분에 보령 특산물인 꽃게와 배오징어(배에서 잡자마자 말린 오징어)를 비롯해 소라, 우럭 등 해산물도 풍부하다. 새벽 경매에서 낙찰된 물건은 대천항종합수산물시장에서 소비자를 만난다. 시장 인근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은 외연도뿐 아니라 원산도, 효자도, 삽시도, 장고도 등으로 떠나는 출항지다.

대천항에서 1㎞쯤 떨어진 대천해수욕장은 해마다 약 1000만명이 찾는 서해안 대표 해수욕장이다. 3.5㎞나 이어지는 백사장의 모래는 조개껍데기가 오랜 세월 잘게 부서진 패각분이다. 보통 모래보다 몸에 덜 달라붙고 물에 잘 씻긴다. 거기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해 아이에서 어르신까지 누구나 안심하고 해수욕하기 적당하다. 백사장 너머 울창한 솔숲은 햇살을 피해 쉬기 좋다.

해수욕장 북쪽에는 20층 대천타워(높이 52m)에서 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짚트랙이 있다. 휴대폰을 들고 타서 바람을 가르는 짜릿한 순간을 동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짚트랙 아래쪽엔 대천항까지 왕복 2.3㎞ 해변을 달리는 스카이바이크가 운영 중이다.


상화원

대천해수욕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죽도는 작은 섬 전체를 상화원이라는 전통 정원으로 꾸몄다. 2㎞ 회랑으로 연결된 섬 둘레를 걷다 보면 한옥마을과 석양정원, 하늘정원, 동굴와인카페 같은 다양한 시설을 만난다. 지붕이 있는 회랑이라 비 오는 날도 산책하는 데 문제없다. 육지와 제방으로 이어져 승용차로도 접근하기 쉽다. 상화원은 4~11월 주말과 휴일에 개방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대천항→외연도→대천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대천항→외연도
둘째 날: 외연도→대천항→대천해수욕장→상화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보령시 문화관광 www.brcn.go.kr/tour.do
-대천해수욕장 http://daecheonbeach.kr
-상화원 www.sanghwawon.com

문의 전화
-보령시관광안내소 041)932-2023
-보령시청 관광과 041)930-6565
-오천면행정복지센터 041)930-0803
-대천해수욕장 041)933-7051
-상화원 070-7456-2200

대중교통
[버스/여객선] 서울-보령,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9회(06:00~21:5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보령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100번 일반버스 이용, 여객선터미널 정류장 하차, 약 40분 소요.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외연도행 여객선 하루 2회(08:00, 14:00)운항, 약 1시간4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보령종합터미널 1688-0137 충남고속 041)333-2911~7, www.chungexp.co.kr 신한해운 041)934-8772~4, www.shinhanhewoon.com

[기차/여객선] 용산역-대천역, 새마을호·무궁화호 하루 14~15회(05:37~20:45) 운행, 2시간25분~2시간50분 소요. 대천역 정류장에서 100번 일반버스 이용, 여객선터미널 정류장 하차, 약 35분 소요.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외연도행 여객선 하루 2회(08:00, 14:00)운항, 약 1시간4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충남고속 041)333-2911~7, www.chungexp.co.kr 신한해운 041)934-8772~4, www.shinhanhewoon.com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대천 IC→대천항로 대천항 방면 좌회전→대천항→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

숙박 정보
-여기서민박: 오천면 외연도1길, 041)935-1971
-덕산민박: 오천면 외연도1길, 041)934-8433
-제니스호텔: 보령시 대천항1길, 041)935-1140, https://brdczenithhotel.modoo.at
-메리머드호텔: 보령시 해수욕장8길, 041)933-3366

식당 정보
-추억식당(회·매운탕): 오천면 외연도1길, 010-3472-7008
-장미식당(가정식백반): 오천면 외연도1길, 010-4418-4566
-대천항오뚜기횟집(회·매운탕): 보령시 대천항로, 041)931-7484

주변 볼거리
무창포해수욕장, 충청수영해안경관전망대, 화장골계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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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