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1호 공약에 두 번 우는 소상공인 속사정

다 준다더니 골라서 한입씩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소상공인들이 화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1호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때문이다. 정부는 22조원 지급과 100% 지급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손실보전금을 신청해도 지급되지 않았고, 100% 지급된다고 했던 금액만큼 지원되지도 않았다. 소상공인들은 윤 대통령에게 “제발 말바꾸기 하지 마라”고 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으로 피해가 발생한 소기업·소상공인 사업체 363만개사에 22조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내용은 지난달 28일 개최한 제20차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2022년 1분기 손실보상 지급 계획안’에서 최초로 밝혔고, 이후 사업체와 손실보전금 기준은 더 올렸다.

해당자 기준
더 올려 공지

1분기 손실보상 대상은 지난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시설 인원 제한 조치를 이행한 소상공인·소기업과 연 매출 30억원 이하 중기업 중 매출이 감소한 곳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월30일,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 1조6000억원을 편성해 올해 1분기부터는 소상공인·소기업에 더해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기업까지 보상 대상을 확대하기로 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결한 바 있다.

이에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기업 5000개사가 추가됐으며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강화한 방역조치 지속으로 매출 이 감소되면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보상 대상은 4만곳이 늘었다. 아울러 추경예산 편성 및 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보정률은 90%에서 100%로, 분기별 하한액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됐다.

신속 보상 대상은 84만개사로 1분기 전체 대상자의 89% 수준이다. 이들은 전체 보상금액의 89%인 3조1000억원을 받는다. 소상공인은 개업일이 속한 달의 매출액을 제외하고, 연도별 또는 반기별 매출 비교 시 신고 매출액을 연 환산해 비교한다.


신속 보상은 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자료로 보상금을 미리 산정해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도 신청 즉시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2020년 개업한 사업체나 지난해 3분기 손실보전금 정산 대상자로서 지난해 4분기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사업체 등 21만개사는 개별 사업체의 보상금액이 최종 확정된 이후에 올해 1분기 신속 보상 신청 및 지급이 가능하다.

‘22조원’ 100% 손실보전금 지급한다고?
상반기보다 하반기 매출 적게 나와야

또 지난 1~3월 손실보상금을 선지급받았거나 지난해 3분기 손실보전금 정산 대상자로 지난해 4분기 보상절차가 진행 중인 사업체는 정산 결과가 확정된 이후에 올해 1분기 손실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신속 보상 대상 업체를 구체적으로 보면 식당·카페가 38만1000개사로 가장 많고, 미용업 10만4000개사, 실내체육시설 3만6000개사 순이다. 업종별 평균 보상금액은 늦은 시간에 매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따른 손실이 큰 유흥시설이 72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간이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연 매출 8000만원 미만 영세 사업체가 36만개사로 신속 보상 금액 확정 사업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 매출 1억5000만원 이상에서 10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사업체는 신속 보상 금액 확정 사업체의 25.2% 수준이다. 보상액 규모를 보면 하한액 100만원을 받는 사업체가 32만4000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1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가 19만곳, 500만원 이상이 10만8000곳이다.


상한액인 1억원을 받는 업체는 952곳으로 전체 신속 보상 대상의 0.2% 수준으로 총 22조원을 지급한다.

손실보전금이 제한된 업종은 ▲도박 및 사행성 오락 ▲담배 중개업 ▲예술품·골동품 및 귀금속 중개업 ▲모피 제품 도매업 ▲약국·한약국 ▲성인용품 판매점 ▲다단계 방문판매 ▲통관업 ▲일반유흥주점업 ▲온라인게임 아이템 중개업 ▲금융업 ▲보험 ▲부동산업 ▲법무 관련 서비스업 ▲수의업 ▲감정평가업 ▲탐정 및 조사 서비스업 ▲휴게텔·키스방·대화방 등이다.

매출 5000원 
늘었다고…

이번 손실보전금 지급 계획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준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업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특히 소상공인은 ‘온전한 손실 보상’ 약속 이행 여부에 큰 힘을 실었다.

당시 걸었던 공약은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 확보 후 온전한 손실 보상 ▲코로나 피해자에 대한 과감한 금융 지원 실시 ▲IMF 외환위기 당시의 긴급구제식 채무재조정 방안 적극 추진 ▲대통령 직속 코로나 긴급 구조 특별본부 설치 ▲임대료 나눔제 추진 ▲자영업자 대상 직업 능력 개발 확대 ▲세금 임대료 공과금 부담 경감을 위한 자금·세제 지원 확대 ▲전통시장 활성화 위한 주차장 조성 지원 확대 ▲전통시장 디지털 점포 전환 지원 확대 ▲중소여행사 및 관광업계 피해 해소 적극 지원이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체 규제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생각”이라며 코로나로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들을 위로했다. 소상공인들도 윤 대통령에게 “온전한 손실 보상 공약을 지켜달라”며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소상공인들은 22조원을 지원받게 됐지만, 신청 단계부터 부지급 판정을 받은 소상공인이 많아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의류 판매업을 시작한 A씨 역시 매출 조건 부적합으로 부지급이 확정됐다. 

손실보전금을 받으려면 상반기보다 하반기 매출이 적게 나와야 하는데, 의류판매업 특성상 봄·여름의 옷보다 가을·겨울의 옷의 단가가 비싸다. A씨는 현재 직원 인건비조차 주기 힘든 상황이지만, 상반기와 하반기 매출 조건이 맞지 않아서 손실보전금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손실보전금을 상반기와 하반기의 매출액 감소를 비교해서 준다는 것 자체를 지적한다.

우선 2020년 4월8일부터 집합금지명령을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두기는 점차 강화됐다. 2단계 때는 집합이 사적 모임 9인 이상 금지됐고, 3단계부터는 오후 10시 이후 외출 자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다.

넘쳐나는 
부지급 사례

지난 2월부터 비수도권을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다. 이후 서울에도 완화되면서 운영 시간 제한 등과 같은 조치가 사라졌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서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비교해서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니 부지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공업체를 운영 중인 B씨도 부지급 판정을 받았다. B씨는 2020년 12월에 개업해 당시 매출은 당연히 0원이었고, 지난해 하반기에 1900만원 매출이 발생했다. 그런데 2020년의 비교 구간이 없다고 부지급 결정이 났다.

B씨는 “아무리 장사를 해본 경험이 없어도, 이런 부분은 충분히 고려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더 큰 문제는 손실보존금을 받지 못하면 1금융 저금리 희망 대출도 지원이 안 된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실외‧실내체육시설 종사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애당초 체육시설은 매출과 상관없이 손실보전금을 받기로 약속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은 손실보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헬스클럽과 같은 실내체육시설이 그렇다. 이유는 지원 제외 업종이라는 것이다. 

헬스클럽 등의 실내체육시설은 지원 제외 업종표에 없다. 문제는 지원업종 표에 ‘헬스클럽’이라고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문제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손실보전금을 신청하면 사람이 하는 육안 검증과 컴퓨터가 하는 검증 둘 중 무작위로 배정된다. 그런데 컴퓨터 검증은 정해진 코드나 값 이외에 전부 부지급으로 검증된다. 애매하거나 오류 등으로 부지급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문제가 있으면 이의제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또 매출이 하락됐고,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다 받았지만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정책의 일관성과 공정성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말 바꾸지 마라”
속 터지는 사장들

특히 소상공인들 중에서는 이미 폐업했지만 사업자등록증을 처리하지 않아서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자가 된 사람도 있고, 집합건물에 입주한 소상공인은 관리사무소 직인이 있어야 손실보전금을 준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집합건물에 관리소가 없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지난 26일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전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배 의원은 손실보전금 부지급 소상공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배 의원은 “손실보전금은 손실보상금과 다르다. 손실과 무관하게 정액으로 지급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너무 많은 부지급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에 두 달 영업하고, 지난해에 매출이 증가한 걸로 나와 탈락한 사람이 있다. 폐업일 기준이 안 돼 탈락한 사람도 있고, 개인교습소 운영자인데 방역조치에 협조했지만 행정명령이행서를 받지 못해서 부지급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성도…
일관성도…

아울러 “심지어 매출이 5000원 늘어서 부지급된 사람도 있다. 이의신청 제도가 있지만, 그러면 소상공인들은 계속 기다려야 한다. 된다는 보장도 없고, 희망고문당하다가 죽는다. 제발 폐업일, 매출 비교 기준, 행정명령이행서 등 사각지대가 있는지 살펴보고,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나 달라. 소상공인이 면담을 신청해도 답이 없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달아 발생하는 노동자들 과로사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과 노동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 움직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 산업노동조합, 한국 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공정위를 비판했다.

공정위는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배송·유통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산업법을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면 노동자의 야간노동과 과로사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의원은 “최근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유통 노동자가 연달아 과로로 사망했다. 이런 비극이 노동계에서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노동자들의 노동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 편의만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트 노조는 “지난 수년 동안 온·오프라인 유통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질 나쁜 일자리에 내몰려 고용 불안과 야간노동을 감내했다”며 “공정위가 규제를 완화한다면 야간노동 노동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국제사회는 야간노동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유통산업법 개악 시도를 멈추고 야간노동을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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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