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해커’ 권석철 묻지마 흥망기

새빨간 거짓말에 다 넘어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1세대 해커로서 한때 국내 정보보안 업계 중심에 섰던 이가 있다. 바로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다. 그러나 오늘날,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를 수식하는 단어가 ‘악덕 사장’ ‘사기꾼’으로 바뀐 지 오래다. 지난해 임금체불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2심에서 가까스로 실형을 면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그는 2019년부터 불거진 암호화폐 사기 혐의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는 1998년 ‘하우리’를 설립하며 정보보안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안랩의 후발주자이긴 했지만, 자체 개발한 백신 프로그램 ‘바이로봇’은 업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회사는 코스닥에 상장됐고 권 대표는 2000년 국무총리 표창에 이어 2003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1세대 해커로서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였다.

과거의 영광
드러난 진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굴지의 정보보안 회사로 성장하던 회사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권 대표의 84억원 횡령 사실이 드러난 탓이었다. 당시 하우리는 권 대표 지인 회사에 투자하고 있었다. 무리한 해외 사업 확장을 일삼던 이 회사가 어려워지자, 하우리도 덩달아 자금난에 빠졌다.

권 대표는 사채업자에게 본인 몫의 지분을 맡기고 허위 증자까지 감행했다.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권 대표의 부인은 회사 통장에서 84억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관했다. 결국 권 대표는 횡령 혐의로 1년 반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그 사이 하우리는 코스닥에서 퇴출당했다. 일부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는 출소 후 업계 복귀에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2010년에는 ‘큐브피아’라는 새로운 회사도 꾸렸다. 


2010년대에는 유독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잦았다. 권 대표는 지상파 방송과 각종 강연에 잇달아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2015년에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었던 안철수 의원(현 국민의힘)의 초청을 받고 카카오톡 불법 열람‧전면 카메라 원격 작동 등을 시연하기도 했다.

당시 큐브피아는 여러 공공기관에 보안 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매출을 올렸다. 국군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해 북한발 해킹 위협의 최전선에 있는 기관들도 큐브피아의 고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 대표와 큐브피아가 자부하던 ‘기술력’에는 항상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권 대표는 몇 년에 걸쳐 “세계 최초로 해킹 무력화 기술을 개발해 제품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제대로 입증해 보인 적은 없었다. 그는 회사의 기술력이 해커가 프로그램을 읽거나 분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난독화’를 넘어 아예 데이터값을 읽지 못하게 하는 ‘불독화’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2013년 제품 발표회에서 불독화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진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업계 선구자서 악덕사장·사기꾼으로
84억원 횡령·임금 체불로 잇달아 재판

한때 “CC(정보기술 보안 평가를 위한 공통평가 기준)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던 권 대표의 설명과는 달리, 불독화 기술은 상용화되기는커녕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업계를 통틀어 불독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권 대표는 2019년 시작한 암호화폐 사업에도 실패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푸카오글로벌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피코(PKO)코인’이라는 이름의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권 대표는 피코코인 수익을 빌미로 투자자에게 돈을 빌렸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돈을 갚지 않았다.


더군다나 권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상장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한때는 극소수의 중소 거래소에 상장되기도 했지만, 상장폐지·입출금 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피코코인은 지난해부터 거래가 불가능하다. 해외 사이트에서는 2019년 하반기부터 일찍이 신용 사기(스캠) 코인 리스트에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일명 ‘복사 방지(Flu-Fake)’ 기술이 완성됐다고 주장해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 큐브피아가 개발했다고 주장한 ‘권가 온라인 매체 제어 솔루션’과 유사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권 대표 주장에 따르면 권가 온라인 매체 제어 솔루션은 불법으로 중요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할 경우 유출된 파일 자체를 가짜 파일로 변환‧전송하는 기술이다. 홍보 영상에서 소개된 복사 방지 기술과 ‘판박이’인데다, 권가 기술 자체도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다.

투자자들은 이 점을 들어 권 대표가 투자를 실패한 것이 아니라‘투자 사기’를 저지른 걸로 확신하고 있다.

이외에도 권 대표는 “전 세계 암호화폐 지갑을 모두 풀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또 다른 허위 사실을 앞세워 투자금을 모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피코코인에 얽힌 정확한 피해 규모는 산정하기 어렵다. 다만 피해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만큼, 그 금액은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권 대표는 또다시 법정에 섰다. 혐의는 근로기준법 위반. 직원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고도 이를 수년간 지급하지 않았다. 그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임금체불 사건으로는 이례적인 실형 선고였다. 권 대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곧바로 항소했지만, 세간이 이미 ‘임금체불 실형’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반성 없이
2차 가해

이 판결은 권 대표의 ‘악덕 사장’ 행적이 수면 위로 떠 오르는 신호탄이 됐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임금체불을 이유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실형이 선고됐다는 건 상습적 임금체불 등 (피고인의)죄질이 특별히 불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 대표는 근로기준법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등의 처벌 전력이 있다”고 명시한 데 이어 “부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근로자들의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할 능력이 없음에도 근로자들을 채용하고서는 피해 근로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사용자로서의 책임 의식이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권 대표는 실제로 수차례 임금체불을 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직원들에게 각종 ‘갑질’을 이어온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일요시사>는 권 대표를 고소한 A씨와 연락이 닿았다. A씨는 수년간 큐브피아에서 각종 부조리에 시달리다 결국 퇴사했다. 

A씨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5년부터 2017년 초 사이에 총 13개월어치 임금이 체불됐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월급을 받지 못한 셈이다. 체불임금 중 일부는 퇴사 이후에, 나머지와 퇴직금은 형사 재판 2심 선고 전날에야 받을 수 있었다. 3000만원이 넘는 돈을 5년이 훌쩍 지나고서야 마지못해 넘겨준 셈이다. 


권 대표는 A씨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빌려간 1000만원도 갚지 않았다. 회사를 걱정하는 마음에 대출까지 받아 빌려준 돈이었다. 월급도, 빌려준 돈도 받지 못한 A씨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관, 직원 개인정보 무단 도용 등의 만행도 이어졌다. 하지만 직원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0년대 후반 당시 직원 중 상당수가 병역특례자로, 큐브피아에서 대체복무 중이었기 때문이다. 병무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큐브피아는 현재 병역지정업체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다.

A씨는 참다못해 권 대표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여러 직원이 한때 권 대표를 신뢰하고, 임금체불 피해를 감내해가며 꿈을 키웠다”면서 “하지만 권 대표가 직원 사이를 이간질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실망해 법적 책임을 묻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잠수 타고
연락두절

권 대표는 ‘진정취하서’를 앞세워 민형사 재판에서 각종 혐의와 채무를 대부분 부인했다. A씨가 재직 중이던 2016년 11월, 권 대표가 직원들을 압박해 사실상 서명을 강요한 문서였다.

권 대표는 “A씨가 (명시된 날짜에)앞서 퇴사했기에 그날 이후의 임금과 퇴직금 부분에 대해서는 지급 의무가 없고, A씨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힌 만큼 공소기각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 대표의 주장을 대부분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사직서를 작성해 권 대표에게 제출한 적은 있지만 그 뒤에도 계속 권 대표 회사에서 근무한 게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권 대표의 요청에 따라 진정취하서를 작성했지만, 당시에는 A씨가 권 대표를 진정(고소)하지 않았던 때인데다 수사기관에 제출된 바도 없으니 문건 내용과 달리 취하의 의미가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이 판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들, 곧 A씨는 ‘원심 법정에서 회사 측에서 재직 직원 전부를 모아놓고 회사가 어려운데 이 서류를 작성해 주면 투자를 받거나 회사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니 써달라고 해 쓸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의지로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권 대표는 A씨에 대한 미지급 임금 등을 무려 5년이 지나도록 청산하지 않다가 선고 전날 피해자의 계좌에 위 금액을 입금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지난 15일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막판 입금’을 통해 가까스로 실형은 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권 대표는 재판 내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재판 도중 법정 밖에서 ‘장외전’을 폈다. 그는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린 피해자를 겁박했다. 권 대표는 2019년 10월 A씨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권 대표는 “숨어서 비겁하게 글을 남긴다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계속 그렇게 한다면 나도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용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번처럼 후회하지 마라”며 “2년 전 내게 제출한 서류를 잘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재판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반성과 사과 대신 2차 가해를 늘어놨다. 당시 권 대표는 “제대로 근무하지 않은 직원들도 문제가 있다”며 “특히 A씨는 정신질환이 있고 평소 회사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논란이 일자 “그럴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인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위 기술로 투자금 모집…결국 못 갚아
사업 모두 실패…변제능력 사실상 전무

A씨는 민사소송에서도 사실상 승소했다. 민사 재판부는 “회사는 A씨에게 3100만원을, 권 대표는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권 대표는 A씨에게 일부 비용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자나 소송비용·차용금 등은 아직 상환하지 않았다.

권 대표는 형사 1심 판결 직후였던 지난해 8월 “임금체불 사건 등 논란들에 대해 모두 억울한 측면이 많다. 하지만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겠다”며 “2심 재판에서 반박자료가 소상히 다뤄져 의혹을 벗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2심 판결 이후 권 대표 입장을 듣고자 다방면으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 대표는 현재 모든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재판에 성실히 출석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피해자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큐브피아도 등기상으로만 남아있을 뿐, 사실상 폐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 등기에 기재된 큐브피아 사무실 주소로 찾아가 봤지만, 이미 다른 업체가 들어서 있었다. 코인 사기 피해자들에 따르면 권 대표는 이미 지난해 3월 사무실을 비웠다. 

피해자들로서는 권 대표와 접촉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 결국 ‘권 대표의 형사 처벌’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권 대표에게 투자금 상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한 피해자는 “냉정하게 금전 회수가 목적이라면 소송해도 어려울 것”이라며 “형사소송을 통해 법적 책임이라도 지게 하면 그나마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수억 이상
코인 사기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 또 어디서부터가 거짓이었을까. 거짓과 부정으로 점철된 권 대표의 20년에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권 대표의 몰락만으로는 끝나지 않은 고통. 하지만 권 대표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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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