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

장관도 없는데 다시 대유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도리어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2년여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갔던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가철과 맞물려 확진자가 폭발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경고등이 울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주무부처의 수장이 공석이라는 점이다.

바짝 조였던 방역의 끈이 올해 들어 느슨해졌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패스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들이 국민을 꽁꽁 묶었다. 그럼에도 수차례의 대유행을 지나고 나서야 코로나  사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경제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안정된 줄
알았는데…

방역정책의 직접적 타격을 맞은 자영업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민이 ‘일상 회복’을 외쳤다.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한 수준이니 아예 함께 살아가자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상황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기 상조’ ‘확진자가 다시 크게 늘어날 것’ 등 부정적인 예측이 나왔지만 경제 상황, 국민 피로감 등을 고려해 방역정책을 완화했다. 

2020년 1월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2년여 동안 이어진 문재인정부의 방역정책은 지난 3·9 대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방역정책의 효용성을 두고 ‘정치 방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 대선 기간 동안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일종의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마무리되고 그 사이 실내 마스크 착용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역정책이 완화되면서 코로나는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국민의 삶은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처음에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길 꺼리던 사람도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하나둘 맨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흥업소 이용 시간 제한이 풀렸고 지하철 막차 시간도 늦춰졌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든 하지 않았든 가게 출입도 자유로워졌다. 수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은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고 콘서트와 뮤지컬 등 공연도 재개됐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던 말이 무색할 만큼 빠른 변화였다. 

한동안 줄었다 다시 증가세로
전문가 “8월 하루 20만도 가능”

시간마다 경마 경주처럼 보도됐던 확진자 수 추이나 사망자 수 통계는 어느새 언론 지상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확진자 수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던 ‘코로나 라이브’는 지난 5월16일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코로나 라이브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지 21개월 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지 꼭 한 달째였다. 

당시 코로나 라이브 운영자는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확진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며 거리두기와 외부 마스크 해제된 지 각각 한 달, 2주가 됐다”며 “확진자 수의 중요성이 이전에 비해 하락했고 각 지자체에서 매일 제공하는 확진자 자료가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실시간 집계에도 어려움이 생겨(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민의 경각심이 옅어진 동안에도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국민의 삶을 강하게 할퀴었던 코로나가 다시 이빨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춤했던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면서 휴가철 대유행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 역시 8월 대유행을 경고하는 중이다. 

지난 6일 기준 코로나 확진자 수가 2만여명에 육박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1만9371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달 29일(1만455명) 대비 8916명(84.8%) 증가했다. 1주일 새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이른바 ‘더블링’에 근접한 수준이다.

5월25일 2만3945명 이후 6주 만에 가장 많은 수치기도 하다.


주간 단위로 보면 3월 3주(282만2000명) 이후 줄곧 감소하다 15주 만에 다시 증가했다. 감염재생산지수도 1.05로 3월 4주(1.01) 이후 14주 만에 다시 1 이상을 기록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1 이상이면 유행이 확산된다고 본다. 

정치 방역?
과학 방역?

전문가들은 재유행이 임박했거나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빠르면 8월 중순, 늦으면 9월이나 10월쯤 하루 최대 20만명까지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유행이 시작됐다고 평가하시는 분이 많다. 하강 국면은 끝났고 계속해서 상승 국면으로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또 “여러 수학적 모델링 예측 자료를 보면 이번에 오르는 건 예전처럼 거리두기가 해제됐거나 새로운 변이가 유입돼서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되는 양상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확진자는 매우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향후 확진자 증가 규모에 대해 예측했다. 

변수는 7~8월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정책으로 2년 동안 발이 묶였던 만큼 이번 휴가철에 역대급 인파가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만큼 코로나 재감염, 확산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20~30대 자녀 세대의 확진이 50~60대 부모 세대로 이어지는 가족 간 감염이 폭증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 최근 8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일평균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일평균 28.6명)이 나왔고, 전체 발생 중 연령대별 비중도 20대가 22.2%로 가장 많았다. 60세 이상 확진자 규모 역시 지난 6월 4주 7657명에서 5주 8206명으로 늘었다. 

이 교수도 “본격적으로 재감염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오미크론 시기에 우리나라 국민 절반 정도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절반은 아직 감염도 안 되신 분들”이라며 “이번 유행이 커지면 그분들이 감염 표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감염이 됐던 분들 중에서도 면역이 빨리 떨어지는 분들, 고령층이나 면역 저하자, 만성질환자분들은 재감염 확률이 꽤 높다. 이 두 그룹이 합쳐지면 꽤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대 악재
첫 시험대

코로나 재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윤석열정부의 방역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정부의 방역정책을 ‘정치 방역’이라 비판하고 ‘과학 방역’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한의사협회를 찾은 자리에서 “(문재인)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너무 성급하게 시행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이 윤정부 방역정책의 첫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윤정부는 ▲여름철 활동량 증가 ▲면역 회피 가능성이 높은 BA.5 변이 검출량 증가 ▲면역력 감소 등의 악재를 뛰어 넘어야 한다. BA.5 변이는 기존 우세종보다 전파력이 세고 감염이나 백신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가졌다. 3차 백신과 확진으로 높아졌던 면역력이 이달 이후 본격적으로 낮아지는 점도 변수다. 

윤정부는 일단 재유행에 대비해 특수·응급 병상 확보, 방역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의료와 방역 대응 체계가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중대본 제2차장을 겸하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수 환자는 입원이 가능한 병원으로 바로 이송할 수 있도록 지침을 명확히 하고, 응급 시에는 자체 입원도 가능하게 하는 등 이송과 입원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차 접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60세 이상에 한정돼있던 4차 접종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 백신의 효용성이다. 지난 7일 기준 4차 접종률은 전 국민 기준 8.7%, 60세 이상 기준으로 31%에 불과하다.

백신 패스 제도도 없기 때문에 접종을 강제할 명분도 없다. 또 3차 접종자 가운데 돌파감염된 사례도 26.8%나 된다. 국민 3명 중 1명이 3차 접종 이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아빠 찬스 논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무덤 되나


더 큰 문제는 방역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두 달째 장관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방역정책은 경제 피해와 맞물리기 때문에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유행 규모와 기간에 따른 선제적인 판단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등 정부 부처와의 협조도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리더십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됐던 후보자가 2번 연속 낙마했다. 윤정부 장관 낙마자 3명 가운데 2명이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나온 것이다. 한 정부부처에서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한 사례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4일 김승희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지명 40일 만으로 ‘아빠 찬스’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 낙마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부분은 김 후보자가 의원 시절에 사용하던 업무용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해 개인용으로 돌린 것이다. 

김 후보자는 사퇴 입장문에서 “(정치자금을)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며 “최종적으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사퇴가 국민을 위한 국회의 정치가 복원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며 “국민 행복과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후보
현역 의원?

보건복지부가 장관 후보자의 무덤이 되고 있는 만큼 세 번째로 지명되는 후보자는 부담이 클 전망이다. 하지만 장관 공백이 길어지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마냥 후보자 지명을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 통과가 한결 수월한 현직 의원들이 거론된다. 세 번째 낙마까지 이어지지 않게 안전한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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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