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회장입니다. 규약에 따라 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제가 동의하지 않은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하는 공고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일단 동대표 몇몇 사람과 관리소장이 공고문을 붙였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증거자료를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공고문이 발견된 다음날이 소집일이어서 적법하지 않은 임주자대표회의가 열리면 향후 바로잡기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서 제가 돌아다니면서 공고문을 전부 뜯어버렸습니다. 동대표들은 공고문을 훼손했다며 저를 재물손괴로 고소했고,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고문을 뜯은 게 재물손괴죄에 해당되나요?
[A]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 등에 의하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지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란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물건 등을 본래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물건 등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기타 방법이란 형법 제366조 규정 내용 및 형벌법규의 엄격 해석 원칙에 비춰 손괴 또는 은닉에 준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해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재물의 호용을 해하는 것인지는 ▲재물 본래의 용도와 기능 ▲재물에 가해진 행위와 그 결과로 재물의 본래 용도와 기능이 미치는 영향 ▲이용자가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질문자의 경우 각 동마다 게시된 게시물을 뜯음으로써 그 재물의 손괴해 효용성을 떨어뜨렸다고 볼 수 있는 사건입니다.
다만 질문자는 형법 제20조에 정해진 정당행위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질문과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자신이 승인하지 않았는데 동대표들이 관리소장과 함께 게시한 입주자대표회의 소집 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함으로써 그 효용을 해하여 재물손괴로 기소된 사건에서 ①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소집 공고문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게시돼야 하는 점 ②위 공고문이 계속 비치될 경우 적법한 소집권자가 작성한 진정한 공고문으로 오인될 가능성 ③이를 신뢰한 동대표들이 해당 일시에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할 것을 충분히 예상되는 점 ④아파트 관리소장이 가담해 적법하게 철회하기 어려운 점 ⑤다음날 회의가 소집돼 긴급하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점 등을 인정해 재물손괴 유죄를 판결한 원심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당행위를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관리규약을 검토하고 재물손괴 혐의에 적극 방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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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형사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