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데이트 폭력’이 아니라 ‘교제 폭력’이다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2.07.02 00:00:00
  • 호수 1383호
  • 댓글 1개

‘데이트 폭력’이란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정서적·경제적·성적·신체적 폭력과 폭력의 위협을 뜻하는 대표적인 ‘관계의 범죄(Relational crimes)’다.

여기서 데이트 관계란 연애를 목적으로 현재 만나고 있거나 과거 만난 적이 있는 관계, 소개나 채팅 등을 통해서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만나는 관계, 아직은 사귀지는 않지만 호감을 가진 관계 등을 일컫는다.

데이트 폭력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관계의 특성상 폭력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재범률도 높고, 폭력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경우가 많다.

반면 폭력의 빈도와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잘 신고되지 않고, 신고되더라도 연인 간의 사적인 문제, 남녀 간의 애정 문제 정도로 치부되기 쉽다. 이런 이유로 폭력이 반복되고 악화될 수 있는 개연성을 높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여성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여성의 61.6%가 최근 데이트 관계에서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가운데 48.8%는 데이트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고 답한 피해자는 5.4%에 불과했다. 

데이트 폭력은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특징이 강하다. 한편으로는 피해자가 폭력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거나 청산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가능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폭력적인 배우자를 떠나지 못하거나 떠나지 않는 이유로 자녀나 경제적 의존 때문이라고 하지만, 때리는 배우자가 원래는 폭력적이지 않은데 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과 유사하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60%는 헤어질 만큼 폭력이 심하지 않아서, 24%는 여성 자신도 잘못한 점이 있어서, 17%는 참고 견디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15%는 가해자를 사랑해서, 12%는 평소 좋을 때는 잘해줘서 관계를 지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폭력성이 더욱 심화되고 빈도도 높아짐에도 피해자는 가해자를 탓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책하고, 폭력에 둔해지며, 급기야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노출되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 문제화였다. 그럼에도 문제가 나아지기보다 오히려 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이트 폭력을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잘못된 통념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에는 여성을 표적으로, 대상으로 하는 폭력을 호감을 가진 남녀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사랑싸움’ 정도로 치부하는 뿌리 깊은 남성중심적 사고가 숨겨져 있다.

강력범죄를 데이트라는 낭만으로 포장하고, 그래서 피해를 더 키운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인 이 관계의 범죄를 더 이상 ‘사랑싸움’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인 관계에서 폭력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데이트 폭력은 데이트로 위장한 폭력일 뿐이다. 잘못된 만남이 낳은 폭력이라면 ‘데이트’가 아닌 ‘교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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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