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자식 잃은 부모를 가리키는 말은 없다.
어떤 단어로도 그 참담의 무게를 담을 수 없기 때문.
하물며 그 자식의 죽음이 의문투성이라면 어떨까.
대한민국을 뒤흔든 ‘고(故) 손정민군 사망 사건’, 당시 경찰은 군데군데 ‘비어 있는’ 수사로 숱한 의혹을 낳았다.
<일요시사>는 손정민군의 아버지 손현씨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물었다.
Q. 최근의 삶은 어떤가.
집에서 USB를 며칠 전에 찾다가, 정민이 방에서 초등학교 6학년 졸업 기념 USB를 찾았거든요. 그렇게 정민이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그 자체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해요. 아마 그건 저보다 아내가 훨씬 더 힘들 거예요. 여전히 지금 하루 세끼를 아내가 차려주고, 집에 들어오면 "정민아"하고 부르고 "뭐 뭐 사 왔어"라고 얘기하고... 정민이가 똑같이 존재하는 것처럼 생활하거든요, 사실은.
Q. 故손정민군 수사, 가장 가슴 아팠던 점이 있다면.
지금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이 괴로운 게, 최소한 처음에 정민이 발견하고 이럴 때는 경찰에서 뭔가 밝혀 주리라 믿었거든요. '드디어 강력계로 넘어갔으니까 이 사람들은 뭔가 밝혀내겠지'. 근데 한 달이 지나도록 별로 나온 것도 없고. 중간 수사보고를 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밝힌 게 없거든요.
본인들이 얘기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고, (수사)종결에도 아무 문제가 없고. 제일 아쉬운 것은 그런 경찰의 행태에요. 그게 지금도 제일 속이 타고요.
‘이 세상에 정말 정의가 있는 건가?’
사람들이 왜 미치는지, 왜 자살을 하게 되는지 1년 내내 공감하기도 했죠.
‘이렇게 무력할 때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굉장히 한정적이구나’
Q. 초동수사 당시 상황이 어땠나.
실종신고 했을 때 여성청소년과 담당이었어요. 근데 여성청소년과가 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CCTV를 찾으러 다니는 일이 다였는데… 제가 생각한 거랑 다르게 (CCTV가)어디에 있는지 위치도 모르고, 본인들이 공문을 쳐서 받으러 다니고, 사건 당일이 마침 일요일 아침이니까 거의 못하고. 월요일부터 받으러 다니는데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찾으면 이미 삭제된 것도 많고. 그걸 찾아서 분석해야 되는데 분석할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 무슨 '탐색 전문가'인가...
그때까진 그래도 무능한 건 있어도 무책임하지는 않았는데, 근데 <연합뉴스TV>였을 거예요. 정민이가 발견되자마자 “경찰은 머리의 상처가 ‘물속에 쓸린 듯’이라고 했다” 그다음 날 부검하고 며칠 있다 결과가 나왔는데, 부검 결과는 머리에 좌열창이 '생전에 난 상처'라고 분명히 쓰여 있거든요. (경찰은)본인들이 원하는 얘기 아무거나 하고 입 딱 씻으면 끝이에요 그냥.
‘이 사람들은 언론 플레이만 중요하고 이 사건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 않구나’ (중략)
총괄: 배승환
취재: 김민주
기획: 강운지
촬영&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