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비가 꽤 많이 내리면서 습도가 올라가자, 아내는 실내를 쾌적하게 하기 위해 제습기를 틀었다. 그런데 1시간을 예약 설정한 제습기가 시간이 다 되어 전원이 꺼졌는데도, 약 1~2분 정도 더 작동되고 있었다.
아내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제습 기능은 끝났지만, 제습기 내부에 남은 물기가 그대로 남아있으면 각종 세균이 서식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 내부 건조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요즘 실내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나 제습기는 곰팡이를 자체적으로 없애는 기능이 다 있지만 세탁기, 청소기, 음식물처리기 등은 자체 정화기능이 없기 때문에 균이 많을 것”이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더러운 것을 처리하는 모든 기기에는 제습기처럼 본래의 기능을 다 마친 후, 더러운 것에 오염된 기기 자체를 깨끗하게 정화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오전 아는 선배와 함께 검찰청에 다녀왔다.
10년 전만 해도 매일 범인들을 상대하는 경찰이나 검찰은 범인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행동이나 말투까지 범인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10년 전 제습기가 제습 기능을 마치고 난 후, 남아 있는 물기로 인해 오염되어 있듯이, 10년 전 경찰이나 검찰도 범인을 다루고 난 후, 자신도 모르게 범인의 성격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사회는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을 상대하기 위해 범인보다 더 힘이 좋아야 하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범인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경찰과 검찰이 범인과 닮았다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어제 검찰청 민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검찰의 모습은 마치 최근의 제습기가 제습 기능을 마치고 난 후, 자체적으로 정화되듯이, 검찰도 스스로 정화된 것처럼 전혀 범인을 닮지 않은 선한 모습이었다.
직장인도 직장에서 하루 동안 일했던 업무를 마친 후, 귀가하기 전에 스스로를 정화하는 시간을 통해 업무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를 풀어야, 더 건강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요즘 직장인은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10년 전과 달리, 회사 업무를 마친 후 스스로 마인드컨트롤하면서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사는 편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최신 공기청정기나 제습기가 기간을 정해 놓고 사람이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할 때마다 매번 기기 자체가 스스로 물기를 없애면서 균을 없애고 있다는 것이고 또, 외부의 힘에 의해 건조하는 게 아니라 기기 자체적으로 건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직장인은 매년 3~4번의 정기적 교육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능력을 키웠지만, 이제는 최근 출시되는 공기청정기나 제습기처럼 매일 업무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어컨과 제습기에 내부 건조 기능이 없어 기기 내부에 곰팡이와 미생물이 서식하게 되고, 이 중 곰팡이가 공기 중으로 전파되어 알레르기 질환, 전염성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듯이, 직장인도 업무상 남아 있는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고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특히 범인을 상대해야 하는 경찰청, 검찰청, 법원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매일 같이 업무를 마친 후, 제습기의 자동 내부 건조 시스템 같은 ‘자동 내부 정화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일반인들도 나쁜 일을 자주 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이나 레저를 통해, 나쁜 일로 인해 자신에게 남아 있는 스트레스나 자기도 모르게 나쁜 일에 익숙해져 있는 습관을 없애야 한다.
내가 왕성하게 사업하고 있던 40대 시절, 어머님에게 거짓말을 안 했는데도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거짓말을 자주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수많은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좋지 않은 모습들이 나에게 배어 있어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등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가정의 에어컨을 조사한 결과 기회 감염균은 38.8%, 알레르기 유발균은 89.8%가 검출됐다고 한다.
에어컨이나 제습기 같은 모든 가전제품도 자동 내부 건조 시스템이 필요하고, 공무원이나 직장인 그리고 일반인도 자동 내부 정화 시스템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대통령 집무실의 명칭을 당분간 ‘용산 대통령실’로 사용한다고 한다. 바라기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모든 공직자가 반드시 자동 내부 정화 시스템을 가동해 날마다 새롭고 건전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면 좋겠다.
※ 이 기고문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