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국이 빨간 빛으로 물들었다. 4년 전 전국이 파란 물결로 넘실댔던 때와 180도 달라졌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에서 여당 당선자가 야당을 압도했다. 야당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선전한 결과다. <일요시사>가 ‘험지에서 살아 돌아온 후보’들을 조명했다.
예상보다 큰 승리였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2일 만에 치러진 제8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크게 이겼다.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개 지역을 차지했다. 4년 전 2018 지방선거에서 3석(무소속 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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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서울 지역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곳을 휩쓸었다. 2018년 국민의힘은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24석을 내주며 참패한 바 있다. 경기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22석을 차지해 9석에 그친 민주당에 크게 앞섰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교육감과 진보 교육감이 각각 8곳, 9곳에서 승리했다. 2014년부터 진보 교육감이 13~14곳을 휩쓸었던 선거 구도가 8년 만에 깨진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진보 교육감과 보수 교육감의 수가 균형을 이루면서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쟁(광역단체장)에서 이기고, 전투(기초단체장)에서도 승리를 거두면서 민주당 텃밭에서 살아남은 후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줄곧 민주당 후보가 이겼던 지역에서 승리한 후보들은 험지에서 살아남았다는 훈장과 함께 정치 체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부상도 얻게 됐다.
▲강서구청장 김태우 당선인=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김태우 당선인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 2년 만에 주류 정치권에 완벽하게 입성했다. 김 당선인은 51.3%를 얻어 48.6%를 얻은 민주당 김승현 후보를 6000여표 차이로 따돌렸다.
서울 강서구는 지난 12년 동안 민주당 후보가 줄곧 당선된 진보진영의 텃밭이었다. 김 당선인 역시 2년 전 강서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민주당 진성준 후보에 패한 바 있다. 3·9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49.1%)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46.9%)에 이긴 곳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험지로 분류됐다.
검찰수사관 출신의 김 당선인은 문재인정부에서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을 폭로하면서 ‘조국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제기한 것도 김 당선인이다. 지난 4월에는 검찰수사관에서 정치인으로 또 유튜버로 지낸 시간을 기록한 저서 <김태우 수사관의 블랙리스트 : 미꾸라지의 반란>을 발간하기도 했다.
4년 만에 정반대 결과
국민의힘 12곳서 승리
김 당선인은 총선 출마를 계기로 서울 강서구를 ‘정치적 고향’으로 삼고 문제점과 개선점 찾기에 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풍부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무기로 강서구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화곡동 등 낙후된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해결해 강서구를 제2의 강남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성남시장 신상진 당선인= 이번 지방선거에서 ‘핫 플레이스’로 꼽혔던 성남시는 국민의힘 신상진 당선인(55.9%)이 민주당 배국환 후보(42.8%)에 여유롭게 승리했다. 성남시는 대선 기간에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이번 지방선거 기간 내내 크게 주목받았다.
성남시는 2010년부터 12년 동안 민주당 후보(이재명-은수미)가 시장으로 당선된 지역이다. 신 당선인은 성남 중원구에서 4선(17~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앞세워 성남시장에 도전, 다시 한 번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신 당선인은 대장동 사건 등으로 추락한 성남시의 위상을 다시 세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성남시가 대장동 사건 등으로 ‘부정부패의 도시’로 낙인이 찍혔다”며 “실추된 성남시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장동·백현동·고등동 3대 특혜 의혹 감사를 위해 성남시 외부개방형 감사관에 감사원 출신을 임명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또 공약과 관련해 “성남 원도심 재건축·재개발 추진 상황과 1기 신도시인 분당의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상황을 먼저 살피겠다”며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해 있는 4차 산업 관련 기업과 미래 먹거리,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초단체장도 민주당에 크게 이겨
강서·성남·경기교육감 12~13년 만
▲경기도교육감 임태희 당선인= 그동안 ‘깜깜이’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는 힘을 쓰지 못했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에서 팽팽한 대결을 펼쳐도 교육감 선거만큼은 진보진영 후보가 싹쓸이하는 일이 반복됐다. 보수진영은 단일화 실패 등으로 번번이 교육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곤 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 교육감 당선인이 크게 늘었다. 그 중심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있다. 임 당선인은 보수 단일후보로 출마해 54.7%를 얻어 진보 단일후보로 나선 성기선 후보(45.2%)에 큰 승리를 거뒀다. 임 당선인의 이번 승리로 ‘김상곤-이재정’으로 이어진 진보 교육감 시대는 1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처음에는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원, 장관 등 화려한 스펙의 임 당선인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것을 두고 뜻밖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바꿔야겠다는 소신이 나를 경기도 교육감 출마로 이끌었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임 당선인은 진보 교육감 13년 시대를 두고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비판하면서 “(진보 교육감 시대에서)학력 저하와 양극화가 심화됐고, 편향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이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교육 강화를 통한 학력 강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 특히 기초 역량 강화를 통해 저하된 학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리·인성 함양을 병행한 디지털 지수(DQ) 강화, ‘언제나 돌봄’ 시스템 구축, 교권 회복, 과밀학급 해소 등 신도시 교육 여건 개선도 시급한 개선 과제”라면서 “경기 교육은 환골탈태 수준으로 변모해야 한다. 압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교육이 풀어야 할 수많은 난제를 헤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동력 얻어
이번 지방선거 승리로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더 잘 챙기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서민의 삶이 너무 어렵다.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지방정부와 손을 잡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