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꾼 성지’ 양산 마을에 무슨 일이…

밤새 울려 퍼지는 “문죄인 XXX”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문죄인 XXX” “간첩XX 내가 감옥 보낸다” “살인 백신, 너나 맞아라” 등 <일요시사>가 들은 녹음 파일에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들이 가득했다. 목이 쉰 목소리로 하염없이 외치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10개가 넘는 보수단체, 백신 사망자 가족 모임 등으로 이뤄진 평산마을 ‘시위꾼’들은 요즘 경상남도 양산시에서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욕설을 쏟아내고 있다. 

평산마을은 본래 조용하디 조용한 동네였다. 평균 주민 연령 70대, 총 주민 100여명뿐인 마을에 큰 소음이라고는 하루에 몇 번 울리는 경운기 소리가 전부였다. 주민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며 소박한 삶을 살고 있었고, 마을 주민간의 사이도 돈독한 동네로 유명했었다고 한다.

소음 폭행

그런 동네에서 평생을 살던 70~90대 주민 10명이 불면증과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지난달 셋째 주 병원을 찾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낙향한 지난달 10일부터 지속적인 ‘소음 폭행’에 시달린 탓이다.

평산마을 주민 A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 때문에 집회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욕설만 머리에 맴돈다”며 “손주가 왔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욕설을 따라해 경악했다”고 마을 상황을 전했다.

시위꾼들의 성격은 두 가지로 나뉜다.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세력은 보수성향을 띤 시민단체다.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신고한 단체가 10개가 넘었다.


모두 다 다른 단체들로, 이들은 시간을 일정하게 배분해 24시간 내내 쉴 새 없이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여의도에서 만난 보수단체 소속의 한 회원은 “우리 단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갈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미 11일까지 계속 평산마을에 갈 인력이 확보된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강성’ 시민단체만 6~7개가 된다는 점이다. 문 전 대통령을 격렬히 비판하고 있는 이들은 당분간 시위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국회 경험이 있는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래도 문 전 대통령이 지난 정권들을 심판한 대가 아니겠냐”며 “물론 문정부의 입장에선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뿐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실향민을 대량으로 양산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석했다.

문 전 대통령 임기 중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죄를 입증해 형 확정을 받아낸 바 있다.

10개 넘는 보수단체 모여 확성기 시위 
하다 하다…신고 막는 전화 시위까지? 

문 전 대통령 임기 말에 박 전 대통령은 사면 받아 석방됐지만, 이 전 대통령은 아직도 형을 살고 있다. 여의도 평론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보수 세력 눈에는 문 전 대통령이 커다란 상처를 준 가해자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이들이 시위가 끝나는 시점을 “문 전 대통령이 감옥 갈 때까지”라고 잘라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세력은 백신 부작용으로 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가족이다. 지난해부터 전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장려한 문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한동안 ‘백신패스’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한민국 국민의 백신 접종률은 86%가 넘었다.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높은 백신 접종률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운명을 달리했다.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실이 분석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9일 까지 ‘백신 접종 사망 사례’로 신고된 건수는 총 1230건이었다.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한 정계 관계자는 “이들이 보수단체의 시위보다 더욱 격렬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족을 잃은 이유를 개인에게 찾는다면 그 분노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신 접종 사망자 가족 모임은 보수단체들보다 그 수가 적지만 시위 빈도 수는 보수 단체 못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지지자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루 이틀간 이어질 줄 알았던 시위가 몇 주째 이어지자 지지자들은 시위꾼들을 막아달라며 경남도청과 양산시청, 양산경찰서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

보수 진영 “전 정권 심판한 업보”
경찰 “막을 법률적 근거 못 찾아”

경남도청 측은 “요즘엔 잠잠해졌지만 지난달 셋째 주까지 민원이 700여 건이나 몰렸다. 경상남도 홈페이지 ‘도지사에게 바란다’란 코너가 있는데, 그곳에 시위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한동안 올라왔다”며 “도청 업무 소관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지만 고민을 다 듣고 있는 중”이라 <일요시사>에 전했다.

양산시청은 도청보다 더 많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전화 민원을 많이 듣고 있고, 시위가 극심해지는 휴일이나 주말에 특히 전화가 많다고 했다.

시청 공보팀은 “시청은 행정업무만 보는데도 시민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경찰서보다 시청 직원들과 더 친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건 양산경찰서다. 이들에게는 하루에 수십통, 한 달에는 1000통 가까운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양산경찰서 측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소음 신고 관련은 예삿일이고 지금은 집회를 좀 막아달라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그런데 시위는 11일까지 신고돼있고, 이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위의)종료 기점이 언제인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한숨 섞인 토로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막을 법률적 근거는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집시법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지금 당장 ‘시끄럽다’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시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법률적인 검토를 조금 더 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못 막아


경찰서 측이 밝혔듯, 시위는 계속될 것이고 양산경찰서의 전화는 계속 마비될 것이다. 경찰서 전화 마비는 양산시민들의 치안과 직결되는 문제다. 경찰서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시민들의 사건 신고접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격렬한 정치 싸움에 양산 시민들의 위험이 노출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정치 싸움에 피해를 보는 쪽은 애꿎은 일반 시민들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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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