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밀리는 백중세 검찰 왕좌게임 내막

한동훈이 찜한 윤석열 라인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임기가 전 정부와 현 정부에 걸쳐 있던 검찰총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이제 검찰총장 임명권은 새 대통령의 손에 쥐어졌다. 검수완박으로 초토화된 검찰을 이끌 차기 검찰총장은 누가 될까. 파격과 안정, 대통령 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초라한 퇴장이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검찰을 떠났다. 당초 법정 임기 2년을 채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전 총장의 운명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 휩쓸렸다. 그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이 본격화했던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했다. 

2년 법정 임기
절반 못 채워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이튿날(18일) 김 전 총장의 사표를 반려한 뒤 면담을 진행했다. 당시 면담에서 문 전 대통령은 ‘임기를 지키면서 국회와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김 전 총장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장은 사의를 철회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여야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 합의하자 재차 사의를 표명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김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검찰총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와 전국 고검장들의 사표는 반려됐다. 


박경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김 총장의) 사표를 한 차례 반려했으나 김 총장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뜻에서 재차 사의를 밝혀왔다”며 “이제는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돼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총장은 “임기가 있는 검찰총장인데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게 돼서 국민 여러분과 검찰 구성원 여러분께 죄송하다. 또 한편으로는 많은 성원과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감사드린다”며 “검찰이 어렵지만 저력이 있으니 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하고 청사를 떠났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전 총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였다. 2년 임기 중 1년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김 전 총장은 검찰 구성원 사이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의를 표명한 김 전 총장이 퇴임식을 희망했으나 검찰 내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별도의 행사 없이 떠난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취임 때부터 따라붙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끝까지 떼어내지 못했다. 김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에서 22개월 동안 법무부 차관을 맡았고, 감사원 감사위원 등에 거론되는 등 핵심인물로 중용됐다. 

퇴임식도 못하고 짐 싸
조직 내부 싸늘한 시선

검복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전 총장은 ‘검찰총장 0순위’로 꼽혔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피의자로 적시되면서 ‘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 카드로 급부상했다. 

청와대는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까지 김 전 총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김 전 총장은 사법연수원 20기로 전임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23기)보다 3기수 높다. 당시 청와대는 “김 후보자가 적극적 소통으로 검찰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검찰개혁의 시대적 소임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 김 전 총장이 문정부의 ‘방탄 총장’이 되리라는 우려가 나왔다. 앞서 김 전 총장은 법무부 차관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해 검찰 내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박하영 전 성남지청 차장검사의 돌연 사직으로 불거진 ‘성남FC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에 김 전 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15~2017년 기업 6곳(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원으로 받고 그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9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됐다.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지은 것을 고발인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끝에 검찰로 넘어간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부분은 수사 과정이다. 수사팀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이를 뭉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문정부 꽃길
뒤통수 맞아?

여기에 성남지청 수사팀이 지난해 6~7월 네이버 등 기업들의 성남FC 후원금에 대한 FIU 금융자료를 요청한 부분을 두고 김 전 총장이 박 지청장에 전화로 “다시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총장과 박 지청장은 이 문제로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당한 상태다.

사의 표명 이후에는 김 전 총장이 이른바 ‘박병석 중재안’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당시 의혹은 김 전 총장을 바라보는 검찰 내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전 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변명으로 일관한 간담회”라는 싸늘한 반응이 쏟아졌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당일인 지난달 22일 출근 과정에서 나온 “국민이나 국회, 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해 본다”는 발언도 뭇매를 맞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총장에 대해 ‘무능하다’ ‘중요할 때마다 목소리를 내는 시기를 놓쳤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김 전 총장은 검찰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했다. 문정부에서 고위공직자 후보로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올랐던 그가 문정부의 핵심 정책 때문에 물러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검수완박
조직 초토화

김 전 총장의 퇴장으로 차기 검찰총장 임명권은 윤 대통령의 손에 쥐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 임명이 확실시 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호흡을 맞출 검찰총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어수선한 검찰 조직을 다잡는 한편, 윤석열정부 첫 검찰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장 신경 쓰이는 인선 작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현재 검찰은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이끌고 있다. 박 차장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해 사표를 제출했지만 문 전 대통령이 반려한 바 있다. 현재 재차 사의를 밝힌 상태다. 

다만 윤 대통령이 박 차장검사의 사표를 단기간 내에 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박 차장검사가 검찰을 떠날 경우 지도부 공백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박 차장검사는 차기 검찰총장이 정해질 때까지는 계속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차기 검찰총장은 한 후보자(27기)보다 기수가 높은 24~26기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한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다. 현직 검찰 고위 간부 가운데 여환섭 대전고검장(24기)과 김후곤 대구지검장(25기), 이두봉 인천지검장(25기), 박찬호 광주지검장(26기), 이원석 제주지검장(27기)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여 고검장은 과거 윤 대통령과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의 수사단장을 맡기도 했다. 김 지검장은 비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최근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분위기다. 

‘윤의 남자들’ 하마평
인선 절차 최소 한 달

이두봉 지검장과 박 지검장, 이원석 지검장은 모두 윤석열 라인으로 꼽힌다. 이두봉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1차장검사로 호흡을 맞췄다. 대전지검장 시절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기소하는 등 성과를 낸 바 있다.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2차장검사로 발탁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 재수사, 국군 기무사 세월호 유족 사찰 등 박근혜정부 적폐수사를 맡았다. 이원석 지검장은 윤 대통령과 2007년 삼성 비자금·로비 사건을 함께 맡았으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무렵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재직했다. 

검찰 외부에서는 대검 차장검사를 지낸 조남관(24기) 전 법무연수원장, 서울고검 차장검사 출신 조상준 변호사(26기) 등이 거론된다. 조 전 차장검사는 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 때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처럼 파격 인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윤 대통령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지명 당시 ‘파격’이라는 여론이 있었다. 특히 검찰총장에 발탁될 때는 당시 문무일(18기) 검찰총장보다 5기수나 아래였고,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검찰총장이기도 했다.

차기 검찰총장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오는 9월부터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는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찰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검찰 조직의 안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인선 절차에 돌입한다 해도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격이냐
안정이냐

법무부 장관은 ▲대검 검사급 이상 재직했거나 사회적 신망이 높은 사람 ▲법무부 검찰국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변호사 자격이 없는 각계 전문가 3명 등 9명으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추천위는 3명 이상의 후보군을 추천하는데, 이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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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