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밀리는 백중세 검찰 왕좌게임 내막

한동훈이 찜한 윤석열 라인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임기가 전 정부와 현 정부에 걸쳐 있던 검찰총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이제 검찰총장 임명권은 새 대통령의 손에 쥐어졌다. 검수완박으로 초토화된 검찰을 이끌 차기 검찰총장은 누가 될까. 파격과 안정, 대통령 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초라한 퇴장이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검찰을 떠났다. 당초 법정 임기 2년을 채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전 총장의 운명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 휩쓸렸다. 그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이 본격화했던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했다. 

2년 법정 임기
절반 못 채워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이튿날(18일) 김 전 총장의 사표를 반려한 뒤 면담을 진행했다. 당시 면담에서 문 전 대통령은 ‘임기를 지키면서 국회와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김 전 총장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장은 사의를 철회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여야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 합의하자 재차 사의를 표명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김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검찰총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와 전국 고검장들의 사표는 반려됐다. 

박경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김 총장의) 사표를 한 차례 반려했으나 김 총장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뜻에서 재차 사의를 밝혀왔다”며 “이제는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돼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총장은 “임기가 있는 검찰총장인데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게 돼서 국민 여러분과 검찰 구성원 여러분께 죄송하다. 또 한편으로는 많은 성원과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감사드린다”며 “검찰이 어렵지만 저력이 있으니 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하고 청사를 떠났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전 총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였다. 2년 임기 중 1년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김 전 총장은 검찰 구성원 사이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의를 표명한 김 전 총장이 퇴임식을 희망했으나 검찰 내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별도의 행사 없이 떠난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취임 때부터 따라붙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끝까지 떼어내지 못했다. 김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에서 22개월 동안 법무부 차관을 맡았고, 감사원 감사위원 등에 거론되는 등 핵심인물로 중용됐다. 

퇴임식도 못하고 짐 싸
조직 내부 싸늘한 시선

검복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전 총장은 ‘검찰총장 0순위’로 꼽혔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피의자로 적시되면서 ‘문정부 마지막 검찰총장’ 카드로 급부상했다. 

청와대는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까지 김 전 총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김 전 총장은 사법연수원 20기로 전임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23기)보다 3기수 높다. 당시 청와대는 “김 후보자가 적극적 소통으로 검찰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검찰개혁의 시대적 소임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 김 전 총장이 문정부의 ‘방탄 총장’이 되리라는 우려가 나왔다. 앞서 김 전 총장은 법무부 차관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해 검찰 내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박하영 전 성남지청 차장검사의 돌연 사직으로 불거진 ‘성남FC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에 김 전 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15~2017년 기업 6곳(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원으로 받고 그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9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됐다.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지은 것을 고발인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끝에 검찰로 넘어간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부분은 수사 과정이다. 수사팀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이를 뭉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문정부 꽃길
뒤통수 맞아?

여기에 성남지청 수사팀이 지난해 6~7월 네이버 등 기업들의 성남FC 후원금에 대한 FIU 금융자료를 요청한 부분을 두고 김 전 총장이 박 지청장에 전화로 “다시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총장과 박 지청장은 이 문제로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당한 상태다.

사의 표명 이후에는 김 전 총장이 이른바 ‘박병석 중재안’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당시 의혹은 김 전 총장을 바라보는 검찰 내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전 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변명으로 일관한 간담회”라는 싸늘한 반응이 쏟아졌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당일인 지난달 22일 출근 과정에서 나온 “국민이나 국회, 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해 본다”는 발언도 뭇매를 맞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총장에 대해 ‘무능하다’ ‘중요할 때마다 목소리를 내는 시기를 놓쳤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김 전 총장은 검찰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했다. 문정부에서 고위공직자 후보로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올랐던 그가 문정부의 핵심 정책 때문에 물러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검수완박
조직 초토화

김 전 총장의 퇴장으로 차기 검찰총장 임명권은 윤 대통령의 손에 쥐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 임명이 확실시 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호흡을 맞출 검찰총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어수선한 검찰 조직을 다잡는 한편, 윤석열정부 첫 검찰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장 신경 쓰이는 인선 작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현재 검찰은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이끌고 있다. 박 차장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해 사표를 제출했지만 문 전 대통령이 반려한 바 있다. 현재 재차 사의를 밝힌 상태다. 

다만 윤 대통령이 박 차장검사의 사표를 단기간 내에 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박 차장검사가 검찰을 떠날 경우 지도부 공백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박 차장검사는 차기 검찰총장이 정해질 때까지는 계속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차기 검찰총장은 한 후보자(27기)보다 기수가 높은 24~26기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한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다. 현직 검찰 고위 간부 가운데 여환섭 대전고검장(24기)과 김후곤 대구지검장(25기), 이두봉 인천지검장(25기), 박찬호 광주지검장(26기), 이원석 제주지검장(27기)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여 고검장은 과거 윤 대통령과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의 수사단장을 맡기도 했다. 김 지검장은 비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최근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분위기다. 

‘윤의 남자들’ 하마평
인선 절차 최소 한 달

이두봉 지검장과 박 지검장, 이원석 지검장은 모두 윤석열 라인으로 꼽힌다. 이두봉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1차장검사로 호흡을 맞췄다. 대전지검장 시절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기소하는 등 성과를 낸 바 있다.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2차장검사로 발탁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 재수사, 국군 기무사 세월호 유족 사찰 등 박근혜정부 적폐수사를 맡았다. 이원석 지검장은 윤 대통령과 2007년 삼성 비자금·로비 사건을 함께 맡았으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무렵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재직했다. 

검찰 외부에서는 대검 차장검사를 지낸 조남관(24기) 전 법무연수원장, 서울고검 차장검사 출신 조상준 변호사(26기) 등이 거론된다. 조 전 차장검사는 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 때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처럼 파격 인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윤 대통령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지명 당시 ‘파격’이라는 여론이 있었다. 특히 검찰총장에 발탁될 때는 당시 문무일(18기) 검찰총장보다 5기수나 아래였고,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검찰총장이기도 했다.

차기 검찰총장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오는 9월부터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는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찰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검찰 조직의 안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인선 절차에 돌입한다 해도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격이냐
안정이냐

법무부 장관은 ▲대검 검사급 이상 재직했거나 사회적 신망이 높은 사람 ▲법무부 검찰국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변호사 자격이 없는 각계 전문가 3명 등 9명으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추천위는 3명 이상의 후보군을 추천하는데, 이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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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