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 사진 저작권 장사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5.12 09:36:51
  • 호수 1374호
  • 댓글 0개

무료 이미지 아니야? ‘공짜의 덫’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모든 콘텐츠에는 저작권이 있다. 초보 창업자들이 무료 사진인 줄 알고 안일하게 사용했다가 뒤통수를 맞고 있다. 무료 사진에 미리 저작권 등록을 한 업체들이 합의금을 종용하기 때문이다. 초보 창업자들은 어떻게 무료 사진의 덫에 걸렸을까.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진입장벽이 낮은 것은 인터넷 쇼핑몰 창업과 해외·국내 구매대행 서비스다. 온라인 쇼핑몰 창업이 가장 좋은 점은 점포 없이 팔리는 아이템을 사입해 무재고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하며 유통의 모든 과정을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마진율 믿고…

2년 전 A씨도 해외구매대행 창업 관련 특강을 수강했다. 해외구매대행 서비스라고 해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중국 보부상에게 연락한 뒤 B급 상품을 추천받는다. 이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쿠팡 등 쇼핑 사이트에 판매 게시글을 올린 뒤 구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상품 구매 희망자가 주문하면 중국 보부상에게 연락한 뒤 상품을 요청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마진율 10% 수익을 챙긴다. 

A씨는 판매 상품 사진을 올리는 과정을 손쉽게 배웠다. 상품 사진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미지 사이트에서 사진을 다운받은 뒤 손쉽게 첨부하는 형식이었다. 그는 구매대행 목적이다 보니 법적인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A씨는 수익이 크지도 않았다. 판매 건수도 적다 보니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2만~3만원대였다. 돈벌이가 안 된다고 판단한 A씨는 구매대행 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사이트 접속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뒤 A씨는 한 법률사무소로부터 내용증명을 받게 됐다. 해당 내용증명에는 “(A씨가)운영하는 제품 상세 페이지의 저작권자인 B사로부터 위임받아 문서를 보낸다. 상세 페이지는 B사가 2018년 10월 창작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편집저작물로 정식 등록했다. 해당 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해 저작권자(B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허락받아야 한다. 하지만 귀하(A씨)는 계약한 사실도, 이용을 허락받지도 않았다”고 적혀있었다. 

이어 “해당 행위는 저작물을 무단 사용한 것이며, 저작권자(B사)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 재산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영리 목적이 명백하므로 저작권자는 저작권법 제125조 ‘고의 또는 과실로 침해한 자에 대해 사실심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는 실제 손해액에 갈음해 침해된 저작물마다 1000만원 이하, 영리의 목적으로 거의로 권리를 침해한 경우 5000만원 이하 범위 내에서 금액을 배상 청구할 수 있다’에 기반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었다.

아울러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정당한 사용료를 지급해달라고 요청하며 답변이 없거나 요청을 거절할 경우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내용증명을 확인한 A씨는 저작권 위반 여부를 확인했다.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사진을 다운받아 사용한 것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증명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B사가 무료 이미지 사진을 저작권으로 등록한 뒤 합의금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무료 이미지 사이트 이용 제한 규정에는 ‘보도·편집 전용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금지’ ‘상표 또는 로고에 사용금지’ ‘창작자의 허위 표시 금지’가 위반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등록한 뒤 합의금 요구
사이트 이용제한 규정위반 의혹


이외에도 사용 약관에는 ‘저작권 표시 없이 상업적 사용을 위해 상업용 라이선스를 구입 요구’ ‘상업적 사용을 위한 사진에는 사진 크레디트를 포함할 필요는 없지만 편집 목적으로 사진을 사용할 경우에는 사진 크레디트를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문의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A씨는 “억울한 사연을 설명했지만 위원회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B사도 허위로 저작권을 등록한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협회 관계자는 ‘일일이 다 검수하기도 힘들고 저작권에 대해서만 등록할 뿐 검수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위원회 측은 나를 피의자로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정당하지 않은 이미지를 등록시켜주는 위원회가 문제인지, 이미지를 다운받아 편집한 뒤 고소하는 업체가 잘못인지 모르겠다. 나 말고도 합의금을 종용당해 공포심을 느끼는 창업자가 많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벌금 처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제는 벌금을 내고도 또 민사재판으로 고소할 수 있어 벌써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 말고도 구매대행 창업을 시작했다가 사진 저작권 문제로 합의금을 종용받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매대행 관련 카페에서는 저작권 관련 피해를 봤다는 호소 글들이 올라왔다. 

피해 케이스는 대부분 유사했다.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 공유된 사진을 사용했다가 뒤늦게 사진 저작권 관련 내용증명을 받은 뒤 합의금을 종용받는 방식이다. 합의 금액은 대략 5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다.

일부 창업자들은 합의금을 물지 않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 ‘유입 수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 경찰 조사에 성실히 답변해 기소유예를 받은 뒤 저작권 교육을 받고 끝나기도 한다.

위원회 관계자는 “저작권 등록은 저작물 창작에 대해 증빙을 해주는 곳은 아닌 등기부등본처럼 올려놓는 기능이다. 권리 처리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저작물 계약 관계에 있어 양도 과정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위원회서 원작자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등록제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원작자가 날짜를 추정해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그 사람 창작물 원작자인지 확인해주는 제도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등록제도의 경우 ‘내가 이 저작물의 저작자’라고 등록해도 위원회에서 진짜 저작자인지 확인할 만한 법적인 책임은 없다. 다만 나중에 다른 제작자가 나타나 등록 취소를 원하면 심의를 거쳐 처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원작자 누구?


김동우 법무법인 에이앤랩 변호사는 “저작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이 그 침해행위에 의해 받은 이익액을 저작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또 저작권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수를 저작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추정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