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유서 깊은 골프장 둘러보는 테마 여정

살면서 한 번쯤은 찾아봐야 할 유서 깊은 골프장은 어떤 곳일까. 전 세계에 산재한 전통의 골프장을 찾아 테마 있는 여정을 떠나보자. 골프의 모든 출발은 물론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코스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못지않은 유적지인 뮤어필드를 먼저 방문한다.

 

스코틀랜드 골프장에 감도는 4번 홀의 벙커와 전경이 올드 코스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이내 경외로움과 경배심에 숙연해지는 곳이다. 숨어있는 벙커도, 솟아오른 언덕도,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브라인드 샷이 있는 곳도 아니다.

남다른 코스

나무라고는 몇 그루밖에 없고, 워터해저드는 한 군데도 없다. 이곳은 골퍼들에게 정직한 샷을 요구한다. 고대 선조들의 영혼이 깃든 이곳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면 절대 코스를 정복할 수 없다.

300여년 전 최초의 골프동우회인 에딘버러협회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리스 골프장을 거쳐 1891년 이곳 뮤어필드에 자리 잡은 이래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비밀스러운 조직답게 오직 회원들끼리만 공유하면서 디 오픈만 개최하는 다분히 폐쇄적인 골프장이다.

오세아니아, 낭만 가득 라운딩
아시아, 여전한 영연방 흔적


여성들은 게스트로만 입장이 허용돼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예외적으로 화·목요일에 한해 여성은 남성을 동반하는 조건으로 라운딩이 가능하다. 단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웃한 노던 아일랜드는 어떨까. 로리 맥킬로이와 그레엄 맥도웰 등 대형 선수들을 배출한 이곳은 스코틀랜드보다 오히려 더 수려함을 자랑한다. 로얄 카운티 다운클럽은 1889년 세워져 노던 아일랜드에서 최고로 오래된 골프장이다.

올드코스처럼 해안가를 끼고 있으며, 뒤로는 웅장한 모운산맥의 산봉우리에 감긴 초원 위의 골프장이다. 프라이빗으로 운영되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부분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며 성수기에는 200~300파운드의 그린피를 요구하고, 겨울철에는 60파운드밖에 들지 않는다. 다만 멀고 먼 나라여서 여행 경비가 더 드는 게 흠이다.

 

남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세비 바예스테로스를 배출한 스페인의 남부 해안에 오래된 도시인 안달라시아로 향한다. 1974년에 세워진 발데라마클럽은 고풍스러운 참나무와 자연적으로 생성된 폭포가 절경을 이룬, 유럽 최고의 골프장으로 뽑혔다. 방문객에 한해 제한적으로 라운딩을 허락하지만 1인당 471달러는 내야 한다.

이번에는 예전의 영국인들이 그랬듯이 신대륙 미국으로 가면서 뉴욕의 쉬네콕 힐을 먼저 찾아야 한다. 1894년 미국골프협회를 창시한 5곳의 골프장 중 하나답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사설 골프장에다 일반인은 허락지 않는 곳이지만 유서 깊은 이 골프장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대신 인근의 뉴저지주에 위치한 파인밸리클럽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1913년에 세워진 이래 수십년간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치고 싶은 코스 1위를 고수한다. 930명의 엄선된 명망 있는 회원으로 구성됐지만, 여성 회원은 없다. 여성들은 일요일 오후에 한해 방문객의 자격으로 회원과 함께 겨우 코스를 구경할 수 있는 자격만 주어진다.


유럽, 곳곳에 포진한 유명 골프장
미국, 숙식하는 패키지 상품 발달

칠 수 없는 곳이기에 꼭 치고 싶은 코스 1위로 선정되는 것일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인 파인허스트는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고마운 골프장이다.

메이저 대회가 개최되는 넘버2 코스는 이 지방 특유의 상록수가 무성하다. 375달러의 그린피와 별장 숙박료 398달러를 내면 메이저 선수들처럼 이곳에서 라운딩이 가능하다.

이제 미국의 중부 지방으로 가보자.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미시간호숫가에 만들어진 링크스 코스인 위슬링 스트레이트도 가야할 곳 중 하나다. 영국의 갈대 언덕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700개가 넘는 벙커가 도사리는 난코스이다. 바로 옆의 블랙울프런코스는 박세리가 1998년 맨발의 투혼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갈 곳은 서쪽 태평양을 끼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페블비치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퍼블릭 골프장으로, 1919년에 만들어진 명문 골프장이다. 17마일 구간의 바닷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안쪽에 자리 잡은 골프장에 이르게 된다.

 

내가 친 공이 바닷가로 빠지는 아찔함을 제공하는 이곳은 스파, 호텔 등 숙식을 함께하는 패키지로 20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골프라운딩만 고집한다면 450달러에 가능하다.

오세아니아 대륙은 어떨까. 호주에 있는 로얄 멜번 골프장은 빅토리아시대였던 1880년대 호주에 정착한 영국인들이 세운 호주 최초의 골프장이다. 지속적인 관리로 현재 동·서 18홀씩 36홀을 만들어 놓았다.

프라이빗 골프장이라 회원만 출입 가능하지만, 예외 조항이 있다. 해외 방문객들을 위해 특별히 월·화요일에 라운딩을 허용한다. 남녀 모두에게 핸디캡북을 요구하지만, 남성핸디 27과 여성핸디 36이어서 형식적이다.

만약 호주를 찾은 낭만 있는 여행객이나 열성 골프팬들은 호주 최초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번 해보는 것도 인생의 기억에 남는 일이다. 라운딩은 300호주달러 수준이다.

뉴질랜드의 케이프 키드내퍼는 이름 그대로 ‘납치봉’이란 뜻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4년에 만들어진 골프장이지만, 뉴질랜드에서 가장 명망 있는 사설 골프장이다. 뉴질랜드 동쪽 해안을 따라 자연경관을 그대로 놔둔 채 울퉁불퉁 골짜기를 따라 코스가 만들어졌다. 여차하면 볼은 45도로 경사진 굴곡을 따라 태평양 바닷속으로 빠져버린다.

아시아대륙은 어떨까. 인도에도 빠져서는 안 될 골프장이 하나 있다. 영국인이 타국에 세운 최초의 골프장으로 1829년에 만들어진 로얄캘커타이다. 여러 번 장소를 옮긴 끝에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았다. 인도의 동쪽 끝 방글라데시 인근의 웨스트벵갈주 콜카타시에 위치해 있다. 일반인들이 이곳을 찾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영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이니 골프 유적지로서는 중요한 곳이 아닐까.

역사를 머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대륙에도 골프의 유적지는 존재한다. 1886년 빅토리아시대 영국인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최대 관광지이자 유적지인 케이프타운에 세운 로얄케이프골프 클럽으로 희망봉 자연보호구역의 서쪽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샷을 하려고 티박스에 서면 산정상이 ‘식탁같이 평평하다’해서 붙여진 거대한 테이블 산맥이 페어웨이보다 먼저 눈앞에 다가와 그 위용에 주눅이 들고 만다. 유럽인들이 항해 중 희망을 봤다해서 붙여진 희망봉, 요하네스버그 등 말로만 듣던 아프리카 최남단에서도 여행만 가능하다면 20만원으로 라운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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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