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④장흥 선학동유채마을

들판에 가득한 노란 봄

봄이 왔다. 동백나무를 시작으로 산수유, 매실나무, 개나리, 벚나무가 차례로 꽃을 피운다. 여기에 유채가 봄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들판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인다. 사람들은 유채 하면 제주를 떠올리지만, 장흥도 못지않다. 선학동유채마을은 해마다 봄이면 노랗게 치장하고 상춘객과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은다.

유채꽃을 보러 가기 전, 잠깐 장흥의 문학에 대해 알아보자. ‘장흥에서 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서편제〉의 이청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녹두장군〉의 송기숙, 〈생의 이면〉을 쓴 이승우 등 한국 현대문학을 빛낸 문인들이 장흥 출신이다. 시인으로는 김영남, 이성관, 이한성, 박순길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가는 단연 고 이청준 선생이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 년 동안 우리 소설계를 이끌었으며, 장흥을 무대로 많은 작품을 썼다.

장흥의 문학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곳이 회진면 진목마을이다. 그는 중편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큰 산 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들이 부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마을 풍경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목마을에 가다 보면 멀리 득량만 바다를 바라보는 산자락이 노랗게 물든 것이 보인다. 마을 주변 논밭에 유채꽃이 가득 피어 봄바람에 흔들린다. 2019년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서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선학동에서 한 달 살기를 체험했는데, 이 길을 걷는 장면이 나왔다.

선학동유채마을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비워둔 논과 밭에 보리를 심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보리를 수매하지 않아 대체 작물로 유채를 파종했고, 이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4년 전남 경관우수시범마을,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새뜰마을로 지정했고, 2017년에는 장흥9경에 들었다. 유채밭이 마을을 싹 바꾼 셈이다.


유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원두막에 닿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노란 유채꽃 물결 너머로 쪽빛 득량만 바다가 펼쳐진다. 사진작가들도 몽환적인 이 풍경을 찍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자리 잡는다. 유채밭은 30~6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다지 넓지 않지만,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다. 원두막에 가만히 앉아 노랗게 흔들리는 유채꽃을 바라보노라면 온몸에 봄이 스며드는 것 같다. 유채밭은 가을이면 메밀밭으로 변한다. 9월 말부터 메밀꽃이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유채밭을 나와서는 진목마을로 가자. 마을 입구에서 좁은 골목을 돌아가면 이청준 선생의 단편 〈눈길〉에서 어머니가 “다섯 칸 겹집에다 앞뒤 터가 운동장이었더니라”고 자랑한 생가가 보인다. 조그만 집 방에는 선생의 사진과 유물이 다소곳이 놓였고, 마당에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듯 장독대가 앉았다. 선생은 이곳 진목에서 중학생 때까지 보냈다고 한다.

봄이면 상춘객·사진작가 불러 모아
한국 현대문학 빛낸 장흥 출신 문인들

마을 동쪽에는 옛날에 포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간척해 논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어릴 때만 해도 밀물이 들 때면 바다에 드리운 산줄기가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처럼 보였다고 한다. 선생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남도 사람〉 가운데 한 편인 〈선학동 나그네〉를 썼고, 임권택 감독이 자신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으로 만들었다. 마을 갯가 둑에 〈천년학〉 세트장이 있다. 방앗간 겸 선술집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이후에도 드라마 〈일지매〉 〈꽃할배 수사대〉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해마다 물축제를 여는 장흥은 물을 주제로 여행할 수도 있다. 읍내에 자리한 탐진강 변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잘 정비돼 느긋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 적당하다. 저녁 무렵 장흥대교나 예양교에 올라 탐진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봐도 운치 있다.

아이들과 떠난 길이라면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에 가볼 것을 권한다. 장흥댐은 탐진강 하류의 홍수 피해를 막고, 전남 9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다. 댐을 건설하면서 장흥군 유치면과 부산면, 강진군 옴천면에 살던 697세대가 수몰됐는데, 물문화관에 수몰 지역의 문화와 유물을 전시한다. 1층 역사문화실, 2층 워터리움과 전망대로 구성되며 수자원의 중요성, 물의 원리를 살펴보는 과학 놀이 등 흥미로운 체험 거리가 많다.

억불산은 울창한 편백 숲으로 유명하다. 장흥군이 이 숲에 숙박 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마련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를 조성했다. 봄 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에 산책로가 있으며, 편백 톱밥을 깔아놓은 톱밥산책로는 솜이불 위를 걷는 듯 푹신푹신하다.


장흥은 ‘정남진’으로도 불린다. 광화문 기준으로 정남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남진전망대는 10층 높이로 장흥 앞바다는 물론, 보성과 고흥, 완도의 섬까지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입구의 계단을 올라가면 통일정원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한반도의 정동진(강릉)과 정남진(장흥), 정북진(중강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정남진전망대

장흥삼합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를 함께 구워 먹는 음식이다. 한우의 진한 맛과 표고버섯의 감칠맛, 관자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들판과 산, 바다의 기운을 한 번에 맛보는 별미다. 장흥 읍내와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 식당이 많다. 정육점에서 한우를 사고 식당에 상차림 비용을 내면 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선학동유채마을→진목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선학동유채마을→진목마을
둘째 날: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장흥문화관광 www.jangheung.go.kr/tour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www.jhwoodland.co.kr

문의 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 061)860-3302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061)864-0063
- 정남진전망대 061)867-0399

대중교통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50~16: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용산행 버스 이용, 용산정류소에서 회진행 버스 환승, 회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체국 정류장까지 도보 약 5분, 대덕·진목행 버스 이용, 선학동 정류장 하차, 선학동유채마을까지 도보 약 4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장흥시외버스터미널 061)863-9036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고창담양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동광주톨게이트→문흥 JC에서 제2순환도로·화순·동광주 방면→소태톨게이트→지원교차로에서 화순·지원동 방면→이양교차로에서 품평리·금능리·장흥 방면→오류삼거리에서 순천·장흥·보성 방면→순지교차로에서 천관산·관산 방면→회진로→선학동유채마을

숙박 정보
- 해오름펜션: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2288, www.heorm.co.kr
- 스테이1978: 장흥읍 장흥로, 010-2003-8400
- 천관산자연휴양림: 관산읍 칠관로, 061)867-6974,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 여다지회마을(갯장어샤부샤부): 안양면 한승원산책길, 061)862-1041
- 장흥다원(청태전): 안앙면 기산길, 061)863-8758, https://jangheungdawon.com
- 싱싱회마을(된장물회): 장흥읍 동교3길, 061)863-8555
- 우리집횟집(된장물회): 회진면 회진선창길, 061)867-5208
- 끄니걱정(매생이탕·한우구이):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5678
- 만나숯불갈비(장흥삼합):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4-1818

주변 볼거리
유치자연휴양림, 천관산문학공원, 남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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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