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도 결정하는 여론조사 허실 파헤치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19 17: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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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생명 쥐락펴락, 울고 넘는 '그래프'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대선후보들의 여론조사 수치는 대선판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이제 여론조사는 정치를 판단하는 자료에서 벗어나 현실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정치권도 이에 따라 울고 웃고 있으니 여론조사가 놀랄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혹시 이러한 조사방식과 결과에 한계와 위험은 없는지, 여론조사의 허와 실을 <일요시사>가 집중 분석해 보았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하고 있다. 양측의 여론조사 그래프가 여느 때처럼 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조사방식과 선정대상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정 후보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사과정 천차만별

우리나라 정치에 여론조사의 역사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은 선거결과 예측조사를 실시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을 실제 결과와 2.2%p 차이로 맞춰 맹위를 떨쳤다.

당시 선거여론조사는 불법이었지만 집권당인 민정당에 유리했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이후에 선거법 개정으로 여론조사가 가능해지자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여론조사 활용도가 높아졌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6~9%p 정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득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42%, 김대중 전 대통령이 33.8%로 이때부터 여론조사는 결정적인 신뢰를 받게 된다.

이후 선거구도는 여론조사의 절대적 영향 아래에 놓이게 된다. 1997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의혹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내에서 후보교체 요구가 터져 나왔다.

이에 이인제 의원이 대선후보 자리를 꿰차기 위해 당시 경기지사를 탈당했다. 하지만 곧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제자리로 회복됐고, 역으로 이인제 후보가 사퇴요구에 시달렸다.

여론조사가 정치인을 쥐락펴락하는 웃지 못 할 모양새가 연출됐던 것이다.

이 외에도 여론조사는 경선과정에서 대세론을 몰고 다니며 크고 작은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가 이러한 여론조사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당시 개표 결과는 그동안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특히 서울시장선거의 개표 결과가 그러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15%p 따돌리며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오 후보 47.5%, 한 후보가 46.8%의 득표율을 기록해 0.7%p 간발의 차이로 시장 자리를 겨우 연명해 오 후보가 간담을 쓸어내린 것이다.

강원도도 마찬가지였다.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는 10%p 차이로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 앞서고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이광재 후보가 53.4%를 기록하고 이계진 후보는 46.6%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대치했던 인천시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10%p 앞섰지만, 개표에서는 송 후보가 9%p 차로 이겼다.

이같이 여론조사가 개표결과와 어긋나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이유를 진단했다.

그들은 조사방법, 응답률, 표본과정, 조사원의 숙련도 차이와 선거 전 일주일 동안 부동층의 표심 변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론조사는 ARS·유선·무선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나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10%p 앞서다 개표하면 주저앉아
조사 결과가 투표율 결정하기도

당시 집 전화 외에 휴대전화 조사를 한 언론사에 따르면 집 전화(624명) 응답자들의 지지율은 나경원 후보 42.8%, 박원순 후보 35.4%였던 반면 휴대전화(561)의 경우엔 나 후보가 36.4%, 박 후보는 46.7%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반전화 방식을 이용한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 전문가는 "일반전화 방식의 여론조사 수용자들은 주로 중장년이기 때문에 젊은 유권자 표본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전화 방식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10%에 불과한 것도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여론조사 기관이 주로 이용하는 표본추출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주로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샘플을 뽑는데 조사시간에 전화를 받기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을 여론조사에 포함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처음 뽑은 샘플과 수차례 재통화를 시도한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조사 완료에 5~7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우리나라는 비용의 문제로 한 번 통화가 안 되면 바로 다음 전화번호로 넘어가는 형식으로 여론조사 표본이 결여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설문문항과 대상자 표본, 조사 설계가 같더라도 양 기관 조사원들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사장은 매체를 통해 "여론조사는 하나의 게임의 룰로서 양측이 도입한 것이지 조사결과 자체를 절대시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도 여론조사를 절대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유권자는 잘못된 여론조사에 어떤 영향을 받기에 이를 맹신해선 안 된다는 것일까?

여론조사의 실체를 밝히는 <락더보트>의 저자는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의 지방선거 때 만약 여론조사가 두 후보가 '접전'을 펼치는 양태로 나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가 결집되었다면 승자는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점으로 흔히 지적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밴드에건 효과'이다.

이는 편승 효과로 대중이 의사결정을 할 때 강자나 다수파가 택하는 것을 추종해 같은 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론조사 결과 1위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현상이 바로 이러한 효과에 바탕을 둔 유권자의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특정후보에 대한 소극적 지지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경쟁후보보다 지지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면 투표를 포기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는 특정지지층의 투표율을 낮추는 '악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투표율이 조작 막아

론조사 방법과 표본 등을 일방에 유리하게 전개한다면 충분히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해 유권자의 선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여론조사 방식에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공정성과 정확성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락더보트>의 저자는 "오로지 유권자의 투표만이 이러한 조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가 늘어나 조작이 발붙일 수 없는 선거풍토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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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