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사유화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18 16:54:45
  • 호수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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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 아니면 나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모든 일은 손발이 맞아야 한다. 근래 들어 한국영화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협회 이사진들의 횡령, 셀프 추천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더니 사유화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면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남미와 유럽 등에서 한국 영화 콘텐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K콘텐츠 관심↑
협회는 뒷걸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이하 협회)는 1945년 ‘대한영화협의회’로 시작돼 지금의 문화관광체육부 소관 사단법인으로 발전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단체다. 영화인의 친목 도모는 물론 1977년부터 매년 감독, 배우, 촬영감독 등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황금촬영상을 집행하며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영화인들이 뭉친 협회 내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이사진이 사익을 위해 협회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발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2년 당시 조모 이사장은 임기를 시작해 2018년 이사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협회 정관 제3장 16조에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 이사장과 임원진은 임기 만료 후에도 자리를 계속 지켰고 이에 반발한 회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임기와 관련해 총회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원 A씨는 “사단법인 단체인데 돈벌이 목적으로(이사장직을) 누리다 보니 욕심을 부렸다. 조 이사장은 임기가 끝났는데도 잿밥에 정신이 팔려서 임기를 내려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 및 이사진은 2019년 6월 임기 문제 등의 정리를 위해 총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한 회원 9명을 강제 제명했다. 제명당한 회원들은 법원에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9월 이사회의 제명 결정에 대한 무효 처분을 받았다. 

원로감독 포함…등급 구분
선거권 없는 평회원 강등

재판부는 제명 결정이 이뤄진 이사회에 참석한 조 이사장 등 이사진이 정관에 따라 임기가 이미 끝난 상태였으며, 불분명한 제명 사유 등으로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제명당한 대표 성종무 감독은 “이들은 마음에 안 드는 회원을 마음대로 내보내려고 했다. 나를 포함해 협회를 지킨 원로 감독들도 있었다.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다 보니 정회원과 평회원 등으로 회원을 구분했다”며 “평회원은 선거권이 없는 회원 등급”이라고 말했다.

성 감독은 “협회 이사진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정회원이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평회원으로 내리는 행위를 일삼았다”며 “최근에도 협회 50~60명이 똘똘 뭉쳐서 회원들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협회에는 사무실 보증금 1억원이 있었는데 월세가 밀리는 바람에 이마저 차감되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국고보조금 3940만원에 대한 보조금 부정적 회수 및 유용·횡령 혐의로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수회에 걸쳐 ‘견적 부풀리기’ 등을 통해 업체로부터 일부 금액을 돌려받았고 용처를 밝히지도 않았다. 또 실제 거래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의 세금 계산을 허위로 증빙해 적발되기도 했다. 

이사장 자녀
장학금 추천

모 예술재단에서 가정환경이 어렵고 성적이 우수한 협회 자녀에게 수여하는 장학금을 조 이사장 두 자녀가 협회 추천으로 받았다. 2013년 상반기(딸)와 2015년 상반기(아들)에 각각 500만원의 장학금을 수령했다. 당시 이사회는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학금의 취지는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이었는데 조 이사장의 자녀는 해당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7년에는 심사위원 작품이 최우수상인 촬영상 금상을 수상하며 이사진의 ‘셀프 추천’ 논란도 일었다. 심사위원은 이사진이 선정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셀프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자격이 맞지 않는 이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한다거나, 조 이사장 스스로 다른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본인을 추천하는 등 논란 사례가 일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1977년 제정된 황금촬영상은 협회 등 영화인이 주최하는 유일한 순수영화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심사위원은 협회 회원으로서 전체 회원을 추천을 받은 자로 선임한다. 심사 기준은 창의성, 기술성, 예능성으로 구분한다. 

수여 중인 상에는 ▲금·은·동 촬영상 ▲신인 촬영상 ▲대상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신인 감독상 ▲신인 배우상 ▲인기 배우상 등이 있다. 촬영감독이 뽑은 영화상인 만큼 촬영기술의 새로움과 기술적 발전에 끼친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 없어
출품한 것”

성 감독은 “황금촬영상은 영화인들에게는 명예로운 상이다. 하지만 협회 이사진은 이것을 이용해 끼리끼리 같은 편을 만들었다. 반발하는 회원들을 일방적으로 제명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사와 전통이 있는 협회가 다 죽어가는 상황이라 가슴이 아프다”며 “협회 정상화를 위해 협회 개편이 필요하다. 최근 새로운 이사장으로 바뀌었지만 조 이사장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계가 발전하려면 협회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위상이 점점 낮아지다 보니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조합)이 출범했다. 필름 세대 때부터 영화 제작자들이 주로 있는 협회에는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젊은 영화인들은 협회보다는 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한 젊은 영화감독은 “협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름만 들어보면 오래된 영화인들이 모여있는 곳 같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사 임기 만료 건은 해결이 된 상황이다. 조 이사장의 임기가 끝났고 지난 2월에 새로운 이사장으로 바뀌었다. 횡령 관련해서는 법원 결정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심사위원 작품 최우수상 
의도적 셀프 추천 의혹

김 신임 이사장은 “협회 내 횡령 사건이 있었다. 횡령은 어떻게 보면 이사진들의 운영 미숙이다. 돈이 들어왔다고 해서 자기 주머니에 마음대로 쓴 게 아니다”라며 “황금촬영상을 진행하려면 이에 따른 세부 비용 목록이 있다. 예를 들면 배우 섭외료, 장소비 섭외료 등 다양한 세부 비용 목록이 있는데 상세하게 기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업무를 하다 보니 횡령으로 비춰진 것”이라며 “그런 오류에서 횡령이니 사기니 이런 얘기가 흘러 나왔다”고 해명했다. 

셀프 수상에 대해 김 이사장은 “셀프 수상 논란은 내 이야기다. 황금촬영상 심사 과정에서 막판에 심사 위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내 작품을 출품하다 보니 심사 때 관여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감독이 (내)출품작을 심사했다. 공정한 심사로 상을 받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회원 작품으로 채워야 하는데 작품이 많이 없었다. ‘출품할 작품이 있으면 출품하라’고 해서 출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협회는 정회원, 평회원, 명예회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정회원은 회의가 있을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회비 미납 등으로 활동에 차질이 생긴 회원인 평회원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조 이사장은 “제명과 관련해선 협회가 영화진흥위 사건 소송서 져서 제명 처리가 안 됐다. 지금 다시 카카오톡 방에 제명되려 했던 사람들을 초대했다”고 설명했다. 

할 사람
없어서…

이어 “당시 협회는 수익이 없어 빚잔치 상황이라 이사장 할 사람이 없었다. 총회를 열어도 당사자가 없다 보니 다음 사람이 있을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며 “지난 2월 들어 새로운 집행부가 채무를 점차 줄이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횡령 건과 관련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해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회가 정상화돼가는 과정이다. 과거 부침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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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