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사유화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18 16:54:45
  • 호수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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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 아니면 나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모든 일은 손발이 맞아야 한다. 근래 들어 한국영화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협회 이사진들의 횡령, 셀프 추천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더니 사유화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면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남미와 유럽 등에서 한국 영화 콘텐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K콘텐츠 관심↑
협회는 뒷걸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이하 협회)는 1945년 ‘대한영화협의회’로 시작돼 지금의 문화관광체육부 소관 사단법인으로 발전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단체다. 영화인의 친목 도모는 물론 1977년부터 매년 감독, 배우, 촬영감독 등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황금촬영상을 집행하며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영화인들이 뭉친 협회 내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이사진이 사익을 위해 협회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발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2년 당시 조모 이사장은 임기를 시작해 2018년 이사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협회 정관 제3장 16조에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 이사장과 임원진은 임기 만료 후에도 자리를 계속 지켰고 이에 반발한 회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임기와 관련해 총회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원 A씨는 “사단법인 단체인데 돈벌이 목적으로(이사장직을) 누리다 보니 욕심을 부렸다. 조 이사장은 임기가 끝났는데도 잿밥에 정신이 팔려서 임기를 내려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 및 이사진은 2019년 6월 임기 문제 등의 정리를 위해 총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한 회원 9명을 강제 제명했다. 제명당한 회원들은 법원에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9월 이사회의 제명 결정에 대한 무효 처분을 받았다. 

원로감독 포함…등급 구분
선거권 없는 평회원 강등

재판부는 제명 결정이 이뤄진 이사회에 참석한 조 이사장 등 이사진이 정관에 따라 임기가 이미 끝난 상태였으며, 불분명한 제명 사유 등으로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제명당한 대표 성종무 감독은 “이들은 마음에 안 드는 회원을 마음대로 내보내려고 했다. 나를 포함해 협회를 지킨 원로 감독들도 있었다.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다 보니 정회원과 평회원 등으로 회원을 구분했다”며 “평회원은 선거권이 없는 회원 등급”이라고 말했다.

성 감독은 “협회 이사진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정회원이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평회원으로 내리는 행위를 일삼았다”며 “최근에도 협회 50~60명이 똘똘 뭉쳐서 회원들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협회에는 사무실 보증금 1억원이 있었는데 월세가 밀리는 바람에 이마저 차감되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국고보조금 3940만원에 대한 보조금 부정적 회수 및 유용·횡령 혐의로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수회에 걸쳐 ‘견적 부풀리기’ 등을 통해 업체로부터 일부 금액을 돌려받았고 용처를 밝히지도 않았다. 또 실제 거래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의 세금 계산을 허위로 증빙해 적발되기도 했다. 

이사장 자녀
장학금 추천

모 예술재단에서 가정환경이 어렵고 성적이 우수한 협회 자녀에게 수여하는 장학금을 조 이사장 두 자녀가 협회 추천으로 받았다. 2013년 상반기(딸)와 2015년 상반기(아들)에 각각 500만원의 장학금을 수령했다. 당시 이사회는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학금의 취지는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이었는데 조 이사장의 자녀는 해당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7년에는 심사위원 작품이 최우수상인 촬영상 금상을 수상하며 이사진의 ‘셀프 추천’ 논란도 일었다. 심사위원은 이사진이 선정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셀프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자격이 맞지 않는 이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한다거나, 조 이사장 스스로 다른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본인을 추천하는 등 논란 사례가 일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1977년 제정된 황금촬영상은 협회 등 영화인이 주최하는 유일한 순수영화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심사위원은 협회 회원으로서 전체 회원을 추천을 받은 자로 선임한다. 심사 기준은 창의성, 기술성, 예능성으로 구분한다. 

수여 중인 상에는 ▲금·은·동 촬영상 ▲신인 촬영상 ▲대상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신인 감독상 ▲신인 배우상 ▲인기 배우상 등이 있다. 촬영감독이 뽑은 영화상인 만큼 촬영기술의 새로움과 기술적 발전에 끼친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 없어
출품한 것”

성 감독은 “황금촬영상은 영화인들에게는 명예로운 상이다. 하지만 협회 이사진은 이것을 이용해 끼리끼리 같은 편을 만들었다. 반발하는 회원들을 일방적으로 제명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사와 전통이 있는 협회가 다 죽어가는 상황이라 가슴이 아프다”며 “협회 정상화를 위해 협회 개편이 필요하다. 최근 새로운 이사장으로 바뀌었지만 조 이사장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계가 발전하려면 협회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위상이 점점 낮아지다 보니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조합)이 출범했다. 필름 세대 때부터 영화 제작자들이 주로 있는 협회에는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젊은 영화인들은 협회보다는 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한 젊은 영화감독은 “협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름만 들어보면 오래된 영화인들이 모여있는 곳 같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사 임기 만료 건은 해결이 된 상황이다. 조 이사장의 임기가 끝났고 지난 2월에 새로운 이사장으로 바뀌었다. 횡령 관련해서는 법원 결정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심사위원 작품 최우수상 
의도적 셀프 추천 의혹

김 신임 이사장은 “협회 내 횡령 사건이 있었다. 횡령은 어떻게 보면 이사진들의 운영 미숙이다. 돈이 들어왔다고 해서 자기 주머니에 마음대로 쓴 게 아니다”라며 “황금촬영상을 진행하려면 이에 따른 세부 비용 목록이 있다. 예를 들면 배우 섭외료, 장소비 섭외료 등 다양한 세부 비용 목록이 있는데 상세하게 기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업무를 하다 보니 횡령으로 비춰진 것”이라며 “그런 오류에서 횡령이니 사기니 이런 얘기가 흘러 나왔다”고 해명했다. 

셀프 수상에 대해 김 이사장은 “셀프 수상 논란은 내 이야기다. 황금촬영상 심사 과정에서 막판에 심사 위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내 작품을 출품하다 보니 심사 때 관여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감독이 (내)출품작을 심사했다. 공정한 심사로 상을 받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회원 작품으로 채워야 하는데 작품이 많이 없었다. ‘출품할 작품이 있으면 출품하라’고 해서 출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협회는 정회원, 평회원, 명예회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정회원은 회의가 있을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회비 미납 등으로 활동에 차질이 생긴 회원인 평회원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조 이사장은 “제명과 관련해선 협회가 영화진흥위 사건 소송서 져서 제명 처리가 안 됐다. 지금 다시 카카오톡 방에 제명되려 했던 사람들을 초대했다”고 설명했다. 

할 사람
없어서…

이어 “당시 협회는 수익이 없어 빚잔치 상황이라 이사장 할 사람이 없었다. 총회를 열어도 당사자가 없다 보니 다음 사람이 있을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며 “지난 2월 들어 새로운 집행부가 채무를 점차 줄이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횡령 건과 관련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해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회가 정상화돼가는 과정이다. 과거 부침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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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