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급 830원' 군무원 주말 당직 잔혹사

민간인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결국 군무원에게 군인 역할까지 시켜 인건비를 아끼려는 것이다.” 군대 내 공무원인 ‘군무원’들이 자신들의 처우를 높여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무원들은 ‘부대마다 처우가 다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당직’ 시스템은 정말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그 목소리는 힘이 없다.

군무원은 군대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복무하는 특정직 국가공무원으로 국군 조직에서 대한민국 행정 업무 및 기술 업무를 하며 군법을 적용받는다. 육군, 해군과 해병대, 공군 및 국직 부대에 배치돼있다. 국방 업무를 하는 데 기존의 장교, 부사관, 병의 체제에서 군인들만으로 효율적 수행을 할 수 없었다. 

명분 없는
국방 개혁

이에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군무원을 선발하게 됐고, 이들은 군대에서 전문성을 양성할 필요 없이 이미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로 발탁됐다.

이들의 임무는 병사들이 군 복무 중 그들의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비전투 임무를 소화하는 것이다. 군무원은 ▲행정직 ▲전산직 ▲환경직 ▲건축직 ▲수사직 ▲군수직 ▲토목직으로 나누며, 각 직렬에 따라 시험과목이 다르다.

문재인정부는 ‘국방개혁 2.0’을 정책을 통해 군무원의 채용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렸다. 2020년 2월12일 국방부는 청·장년에게 지속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군무원 52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후 이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군무원 채용 확대를 위해 중증장애인이나 군 복무 중 신체 장애인이 된 군인, 전문자격 및 유경력자 등을 대상으로 경력 경쟁 채용 시 필기시험을 면제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무원 경쟁률은 2020년까지 상승하다가 하락하는 실정이다. 2019년에는 34.8%, 2020년에는 43.5%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7.56%로 약 15% 가량 경쟁률이 하락했다.

공무원 중 면직률이 가장 높은 것도 군무원이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임용 후 3년 이내 퇴직한 근무원 수는 339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28.4%를 차지했다. 지난 2018년 10.5%인 98명, 2019년 18.1%인 224명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군무원 정원 대비 현원 비율(운영률)도 매년 감소 추세다. 2018년 95.6%에서 2019년 92%, 2020년에는 91.8%로 매년 하락세를 보인다.

군별로는 국방부가 88.8%, 육군이 89.6%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직급별로는 7급 이하가 84.7%, 전문경력관이 77.7%로 운영률이 저조했다.

24시간 풀 근무…식비·차비 빼면 땡
문정부 인원만 늘리고 처우는 나몰라

이런 상황에 신규 채용 미달 인원도 2018년 180명, 2019년 446명, 2020년 67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채용률은 하락세다. 


코로나19로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 특정직 국가공무원인 군무원을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현직 군무원들은 군무원들의 처우 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인원만 늘린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 중에서도 당직 시스템은 모든 군무원이 입을 모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무원 당직 근무가 의무화된 시점은 2020년 7월7일부터다.

기존 군무원 당직 근무는 ‘소속한 부대의 장이 정하는 바’에 따랐다면, 이날 이후 군무원은 “휴일 또는 근무시간 외의 화재·도난 또는 그 밖의 사고의 경계와 문서 처리 및 업무 연락을 하기 위해” “군무원은 모든 사고를 방지해야 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위해” 당직 근무 의무화가 시행됐다. 

군대마다 1~2시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군무원들의 당직 근무 시스템은 아래와 같다. 평일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일반 근무를 소화한 뒤,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가 당직 근무 시간이다.

주말은 오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로 총 24시간을 근무한다. 근무 시스템대로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근무시간이 길다고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군무원 당직은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봐야 하며,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소파나 간이침대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 군대가 격오지에 있는 경우에는 멧돼지를 피해가며 순찰을 돌아야 해서 위험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근무 환경의 어려움보다 군무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낮은 당직비다. 군무원들의 당직 근무비는 평일 1만원, 주말 2만원이다.

휴식도 없고
보상도 없어

정확하게 ‘시급’이 아닌 주말에 24시간 근무 때 2만원을 받는다. 여기에서 식사비 3500원이 공제되기 때문에 평일에 당직을 했을 때는 3000원이 남고, 주말에 3끼를 빼면 9500원이 남는다.

주말에 당직 근무한다고 평일에 대체 휴무를 주는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각 군대의 상황마다 실질적으론 ‘25시간’ 근무를 하는 곳도 있다.

당직 빈도는 군대의 규모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보통 소규모 군대는 당직을 월평균 5~6회 서게 된다. 규모가 있는 군대는 군무원의 수가 많아서 2달에 1회 정도로 당직이 찾아오지만, 일반적으로는 월평균 2~3회 정도다. 


여기서 다시 의아한 것은 군무원은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연봉을 정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상황마다 다르지만 공무원의 당직 근무비는 평균 평일 3만원이고, 휴일은 6만원이다.

경찰은 기본 당직 근무비에 초과근무수당과 별도로 추가 수당도 주어진다. 또 출동 시 건당 3000원의 출동 수당도 발생하고, 하루 최대 10건으로 한정해 야간수당 이외 최대 3만원까지 더 수령한다. 여기에 더해 주말에 당직 근무를 했을 시 평일에 대체 휴무를 준다. 

그렇다면 군무원의 당직 근무비는 왜 이렇게 낮게 측정된 것일까. 우선 군인의 당직 근무비는 군무원과 같다.

그러나 군인은 군무원과 비교해 받는 수당이 훨씬 많고, 군무원은 공무원 임금체계에 따라도 매우 낮은 임금인데 당직 근무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다. 

임금을 떠나서도 당직 근무에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이다. 우선 군무원이 당직을 설 때 군대 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사실상 병력 지휘권이 없는 군무원이 병사들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군무원은 민간인 신분인데,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 책임까지 함께 져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된 것이다. 


5년씩 이사
관사 미지급

군무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군대와 국민청원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무원 A씨는 “민원을 넣을 때마다 군무원이 아닌 ‘군인’의 보수가 다른 공무원보다 높게 책정됐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들과 같은 당직 근무비를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며 “공무원과 동일 임금을 받는 군무원인데 군인과 비교해서 공무원들과 같은 당직 근무비를 줄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군인과 하는 업무가 같으면 군인과 같은 동일보수를 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군무원 B씨는 “군대는 합당한 보상 하나 없이 군무원들의 인력을 착취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군무원 전체에 대한 사기를 깎아 먹고, 이로 인해 면직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게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냐”며 “누가 봐도 군무원들의 인력을 착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무원들에게 관사 지급이 안 되는 것은 면직률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입사 시험에 합격하면, 합격생들을 모두 불러 불러놓고 1순위부터 10순위까지 원하는 근무지역을 작성하게 한 후 성적순으로 배치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근무지가 배정될 거란 보장이 없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배정돼도 군무원은 기본적으로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최대 5년 동안 근무하면 무조건 다른 근무지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5년에 한 번씩 이사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군인 관사는 ‘상시 대기, 도서벽지 근무 및 빈번한 이사 등 군 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군인복지 기본법’에 따라 군인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목적이 정해져 있는 만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무원들이 관사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년마다 전국 순환근무하는 국가직 공무원들은 지방의 경우 관사가 제공되는 편이다. 물론 시설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관사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서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어 자취를 선택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국내 인력 착취 논란
면직 인원 계속 늘어

그러나 국가직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이 있어 주거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

공무원 임대주택은 전국 49개 단지에 1만6251세대를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있고, 입주자 선정은 분기별 퇴거 예상 세대에 맞춰 공개모집한다. 공무원 임대주택은 기본 2년 거주할 수 있고, 재계약할 시 2년을 더 살 수 있다.

결국, 순환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자력으로 거주지를 구해야 하는 직업은 군무원이 유일하다. 여기에 초임 군무원 월급은 100만원 중 후반대인 군무원들이 월·전세를 구해서 사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군무원들이 모두 관사 지급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니다. 군무원들이 가장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은 ‘군인’과 ‘군무원’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미 당직 근무가 실행되면서 근무원들은 군인과 업무가 겹친다.

군무원 B씨는 “우리는 군인이 아닌 군무원이다. 연금법에서도 군무원은 공무원연금법을 적용받고, 군인은 군인연금을 적용받고 있는데 현재 국방부에서는 군무원을 부족한 부사관 인력을 대체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다”며 “현재 국방부에서는 군무원에게 전투복, 총기, 장구류 등의 지급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군무원은 “이렇게 되면 군인과 군무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군무원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안 줘도 되니까, 인건비를 아끼면서 군인 역할까지 시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이것이 문재인정부가 시행한 국방개혁의 현 실태”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무원 당직에 관련해서는 현재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군무원들에게 전투복, 총기, 장구류 등을 지급하는 정책 역시 과정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방 분야 대표 공약으로 건 ‘병사 월급 200만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보고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가성비 좋은
꿀보직 취급

이런 상황에 군무원들은 “병장 월급이 7급 군무원 월급보다 많아지는 게 정상이냐” “군무원 7급 1호봉 실수령액이 190만원 조금 넘는데 병장 월급이 200만원이라니” “사병 대우를 올려준다는 정치인들은 현직 군무원과 수혐생들이 보이콧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인·군무원 야간근무 제외 대상은?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군인·군무원은 앞으로 야간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국방부는 “모성 보호를 위한 야간근무 제한과 함께 보육여건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이 시행에 들어갔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개정 훈령엔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군인·군무원에겐 지휘관이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야간근무를 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 임산부 본인이 신청한 경우엔 야간근무가 가능하다.

임신 기간이 14주 미만인 경우 유·사산한 날로부터 3개월, 14주 이상 28주 미만은 6개월, 28주 이상은 1년이다.

그러나 인공 임신중절 수술에 따른 유산은 야간근무 제한 대상이 아니다.

또 난임 치료 시술을 받을 때마다 최대 4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 훈령에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여성 군인·군무원이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 시술을 받을 땐 4일, 동결 보존된 배아를 이식하는 체외수정 시술을 받는 경우엔 3일, 인공수정 시술을 받을 땐 2일의 휴가를 부여하도록 했다.

남성은 정자채취일 당일 휴가를 쓸 수 있다.

국방부는 또 비상근무, 상황 발생 등으로 부대 일과 시간에 출퇴근해 양육에 공백이 생길 경우엔 지휘관이 부부 군인·군무원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 훈령에 담았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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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