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탑정호' 레이크힐 불법 증축 고발

꼼수로 얼룩진 논산 관광단지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방 도시에 관광명소가 생기자 오래된 호텔도 새 단장에 나섰다”는 소식에 그 누가 얼굴을 찌푸리랴.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할 투숙객들도, 지역주민들도 모두 환히 웃을 일이다. 그런데 ‘희소식’이 얼굴 찌푸릴 소식으로 잔뜩 얼룩지게 됐다. 새 단장한 호텔의 ‘뒷자락’을 들춰봤더니, 불법과 꼼수라는 새까만 민낯이 불쑥 튀어나온 탓이다. 

레이크힐 호텔은 충청남도 논산시의 탑정호 옆에 자리했다. 2000년에 처음 문을 연 레이크힐 호텔은 그동안 본관 1동으로 운영되다가 2020년 들어 신관 건축, 본관 리모델링을 통해 규모를 2배 가까이 키웠다.

새 단장 이면
새까만 민낯

탑정호가 논산시의 적극적인 투자 아래 지역 관광자원으로 급부상한 게 계기가 됐다. 논산시는 탑정호를 중심으로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예산만 해도 2800억원(국비 포함)이 넘는다.

백미는 158억원이 투입된 출렁다리다. 다리 길이가 570m에 달해 동양 최장 기록을 다시 썼다. 논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공식 개통한 이래로 지난달 중순까지 21만여명이 출렁다리를 찾았다.

방문객이 늘어나자 호텔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새 단장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탑정호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만큼 “‘인생샷’을 잘 건질 수 있도록 각종 구조물을 설치한 게 인상적이었다”는 숙박 후기가 이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방 관광단지 개발의 적절한 표본’ 그 자체다. 하지만 그 이면의 그림자 역시 짙었다. 대대적인 개발에 발맞춰 각종 편법과 불법이 판쳤다는 후일담이 나온다.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탑정호 일대는 개발 도중 불법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일부 건축주들이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환경훼손을 일삼은 게 발단이 됐다.

탑정호 주변은 예전부터 개발이 어려운 지역으로 꼽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었다. 이후 이를 해제하는 등 논산시가 각종 빗장을 풀면서 개발 여건이 그나마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까다로운 건 사실이다.

여전히 임야 곳곳이 그린벨트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생업에 필요한 창고 하나 건축하려 해도 각종 제재를 가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일반 땅에 벌였어도 지탄받았을 주먹구구식 개발이 이런 곳에서 이루어졌다. 강한 비판이 쏟아진 건 당연한 처사였다.

공사 과정서 ‘그린벨트’ 훼손 덜미
주동자 바꿔치기…원상복구 시늉만

레이크힐 호텔도 불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호텔 증축 과정에서 그린벨트를 침범·훼손했다가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동자 바꿔치기·원상복구 명령 불이행 의혹 등은 덤이다. 

산은 깎이고 나무는 베어져 나갔다. 주차장과 변압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호텔 신관은 본관 바로 옆에 지어졌다. 앞서 주차장으로 활용되던 부지였다. 새로운 주차장 자리를 물색했지만 마땅치 않았다. 결국 2020년 5월부터 9월까지 수개월 동안 그린벨트를 깎아낸 뒤에야 공간이 확보됐다.

주차장 조성 작업이 막바지로 향하던 중 꼬리를 밟혔다.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은 훼손 경위를 조사한 끝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또 논산지청은 호텔 B 고문이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그린벨트 훼손의 주범이 따로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B 고문은 호텔 회장인 A씨가 미리 준비해둔 ‘꼬리’에 불과했고, A 회장이 진짜 ‘몸통’이라는 의혹이다. 이를 뒷받침할 각종 증거·증언이 줄을 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계좌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0년 12월 당시 논산지청 집행과에 벌금을 이체한 계좌는 A 회장 명의였다. A 회장이 B 고문 대신 벌금을 납부했기 때문이다. 이체 내역에는 ‘OOO(B 고문 이름) 벌금’이라는 5글자가 적혔다. 벌금을 부과받은 사람과 낸 사람이 다른, 미심쩍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호텔에서 근무했다는 김모씨는 ‘벌금 대납’의 배경을 “B 고문이 책임을 뒤집어쓰는 대신 A 회장이 벌금을 내주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림 훼손은 A 회장 주도로 이뤄졌지만, A 회장이 직원들에게 ‘B 고문이 주도한 것으로 말을 맞춰라’라고 신신당부하는 바람에 조사가 꼬리 자르기로 끝났다”고 증언했다.

고문이 총대?
벌금 대납 의혹

검찰이 지시한 ‘원상복구’는 시늉만 하다 끝났다. ‘인증샷’만 남긴 채 공사는 계속됐다. 호텔 측은 묘목 몇 그루를 심은 것을 ‘원상복구 과정’이라고 명명했다. 깎인 산기슭과 공사 중 박은 정원석은 그대로 방치했다. 이 묘목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뿌리 뽑혔다. 우여곡절 끝에 절차를 통과한 호텔이 다시 주차장 조성을 강행하면서다.

김씨는 모든 게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에 주차장 자리에 새로 건물을 지었다”며 “남는 땅 없는 것 뻔히 아는데, 어디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그리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처음부터 그린벨트를 밀어버릴 계획으로 증축 시작한 것이다. 원상복구는 하는 시늉만 하고 주차장 조성 강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텔의 이 같은 행위는 가중처벌 대상이다.

한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그린벨트 훼손은 초범일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며 “그런데 영리 목적·상습범·각종 부정한 방법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위반 사실이 다시 확인되는 대로 지자체에서 이행강제금을 계속 부과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레이크힐 호텔의 ‘눈속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호텔이 비용을 아끼고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수차례 ‘눈속임’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우선 레이크힐 호텔은 증축 과정에서 건설면허를 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건설회사에 건설을 맡긴 게 아니라, 이름만 빌리고 몰래 ‘셀프공사’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행 건축법에 어긋나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김씨는 “증축 중 건설사는 전달책 이외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바지사장을 세운 격”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건설사는 호텔의 꼭두각시였다”며 “호텔이 시공사와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건설사에 자금을 건네면, 건설사가 시공사와 표면적인 계약 체결·대금 지급 이력을 남기는 수법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호텔은 사실상 ‘무면허’ 건축을 한 셈이다. 시공사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지휘·감독 전문성이 미비했던 만큼, 완공된 건물의 안전성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형
조사 나선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면허 대여의 가장 큰 동기는 바로 ‘비용’이다. 한 건설업자는 “백이면 백 다 돈 때문”이라며 “당연히 이름만 빌리는 게 일을 시키는 것보다 수수료가 저렴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김씨 역시 “호텔이 이 방식으로 건설 비용을 상당히 아꼈다”고 진술했다.

또 호텔이 2층 건물 일부 용도를 허위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호텔 측은 커피숍·베이커리 영업신고 당시 건물 도면과 현장을 조작한 채로 인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규제 비용을 비껴갔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호텔의 2020년 12월 내부 보고 문건에는 영업신고 시 문제 상황이 자세히 설명돼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호텔 본관 1~2층 면적은 총 734.04㎡이고, 논산시청 환경과에 신고한 정화조 규모는 70톤 규모였다. 70톤짜리 정화조는 영업장 면적 700㎡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이대로 영업신고 절차를 밟으면 34.04㎡가 초과된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직면한다”고 경고했다. 5톤짜리 정화조를 추가 설치해야 하고, 오수원 자부담금도 2700만원가량 납부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해결책으로는 “실제 영업 사용 면적을 구분해 수정 기재할 것”이 제시됐다. 

이에 호텔은 단순히 엘리베이터·계단 등의 면적을 제하는 것을 넘어 화장실을 창고로 둔갑시켰다. 규정상 화장실은 영업 사용 면적에 들어가고, 창고는 들어가지 않는다.

시청에는 화장실을 창고로 변경한 가짜 도면이 전달됐다. 점검 당시에는 화장실을 막아둔 채로 “창고로 바꿔 사용할 예정”이라고 허위 보고했다. 결국 실제 영업 사용 면적은 700㎡ 아래로 내려갔고, 호텔은 영업신고 이후에도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창고’인 화장실은 지금도 화장실로 사용 중이다.

철퇴 피하려 각종 눈속임 총동원
호텔 측 “몰라…답변할 수 없다”

논산시청에 호텔이 제출한 건물 도면 확인을 요청했다. 시청 관계자는 “시에 최종적으로 전달된 도면에는 해당 공간이 창고로 명시돼있다”며 “이전 도면과 비교해볼 때 화장실에서 창고로 변경 기재된 것이 맞다”고 답했다.

애초에 허가나 점검 자체를 빼먹은 위반 사례도 드러났다. 제보에 따르면 호텔은 2층 베란다 공간에 조립식 건물을 설치했다. 이 건물은 ‘무허가’인데다 필수적인 소방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아울러 “옥상에 있는 하늘계단, 전망대 등 각종 구조물도 설치 당시 안전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물탱크 윗부분에 구조물을 얹어 전망대로 조성한 것은 애초에 위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청 관계자는 “조립식 건물 건은 지난번에 소방점검 나갔을 때 적발한 사안”이라며 “담당 부서에서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같이 갔던 소방서도 내용을 파악했고 조치는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적에 대해서는 “확인해보겠다. 즉답은 어렵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호텔에 연락했다. 레이크힐 호텔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을 듣고 “그 내용들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에 ‘내막을 알만한 경영진에게 질문을 전달해달라’고 재차 요청하자 “상부에 보고해도 어차피 답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질문 자체가 좋은 내용이 아니라서…(답변이 어렵겠지만)일단 전달은 하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후 <일요시사>는 호텔 경영진에게 질문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 차원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끝내 어떤 공식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

관련 기관들은 레이크힐 호텔 조사에 착수했다. <일요시사>는 논산시청에 관련 의혹들을 정리해 제시했다. 논산시청 측은 “제기된 문제들이 대부분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사안별로 조사팀을 꾸려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표하겠다”고 전했다.

“의혹 조사
결과 공표”

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논산시청은 최소 4개 이상의 부서에서 조사 인력을 차출해 현장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부 및 산림청에도 그린벨트 훼손 관련 민원이 제기된 상태. 이들은 민원인에게 “다른 건들이 많아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지만, 최대한 빨리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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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