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탑정호' 레이크힐 불법 증축 고발

꼼수로 얼룩진 논산 관광단지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방 도시에 관광명소가 생기자 오래된 호텔도 새 단장에 나섰다”는 소식에 그 누가 얼굴을 찌푸리랴.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할 투숙객들도, 지역주민들도 모두 환히 웃을 일이다. 그런데 ‘희소식’이 얼굴 찌푸릴 소식으로 잔뜩 얼룩지게 됐다. 새 단장한 호텔의 ‘뒷자락’을 들춰봤더니, 불법과 꼼수라는 새까만 민낯이 불쑥 튀어나온 탓이다. 

레이크힐 호텔은 충청남도 논산시의 탑정호 옆에 자리했다. 2000년에 처음 문을 연 레이크힐 호텔은 그동안 본관 1동으로 운영되다가 2020년 들어 신관 건축, 본관 리모델링을 통해 규모를 2배 가까이 키웠다.

새 단장 이면
새까만 민낯

탑정호가 논산시의 적극적인 투자 아래 지역 관광자원으로 급부상한 게 계기가 됐다. 논산시는 탑정호를 중심으로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예산만 해도 2800억원(국비 포함)이 넘는다.

백미는 158억원이 투입된 출렁다리다. 다리 길이가 570m에 달해 동양 최장 기록을 다시 썼다. 논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공식 개통한 이래로 지난달 중순까지 21만여명이 출렁다리를 찾았다.

방문객이 늘어나자 호텔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새 단장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탑정호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만큼 “‘인생샷’을 잘 건질 수 있도록 각종 구조물을 설치한 게 인상적이었다”는 숙박 후기가 이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방 관광단지 개발의 적절한 표본’ 그 자체다. 하지만 그 이면의 그림자 역시 짙었다. 대대적인 개발에 발맞춰 각종 편법과 불법이 판쳤다는 후일담이 나온다.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탑정호 일대는 개발 도중 불법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일부 건축주들이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환경훼손을 일삼은 게 발단이 됐다.

탑정호 주변은 예전부터 개발이 어려운 지역으로 꼽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었다. 이후 이를 해제하는 등 논산시가 각종 빗장을 풀면서 개발 여건이 그나마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까다로운 건 사실이다.

여전히 임야 곳곳이 그린벨트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생업에 필요한 창고 하나 건축하려 해도 각종 제재를 가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일반 땅에 벌였어도 지탄받았을 주먹구구식 개발이 이런 곳에서 이루어졌다. 강한 비판이 쏟아진 건 당연한 처사였다.

공사 과정서 ‘그린벨트’ 훼손 덜미
주동자 바꿔치기…원상복구 시늉만

레이크힐 호텔도 불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호텔 증축 과정에서 그린벨트를 침범·훼손했다가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동자 바꿔치기·원상복구 명령 불이행 의혹 등은 덤이다. 

산은 깎이고 나무는 베어져 나갔다. 주차장과 변압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호텔 신관은 본관 바로 옆에 지어졌다. 앞서 주차장으로 활용되던 부지였다. 새로운 주차장 자리를 물색했지만 마땅치 않았다. 결국 2020년 5월부터 9월까지 수개월 동안 그린벨트를 깎아낸 뒤에야 공간이 확보됐다.

주차장 조성 작업이 막바지로 향하던 중 꼬리를 밟혔다.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은 훼손 경위를 조사한 끝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또 논산지청은 호텔 B 고문이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그린벨트 훼손의 주범이 따로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B 고문은 호텔 회장인 A씨가 미리 준비해둔 ‘꼬리’에 불과했고, A 회장이 진짜 ‘몸통’이라는 의혹이다. 이를 뒷받침할 각종 증거·증언이 줄을 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계좌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0년 12월 당시 논산지청 집행과에 벌금을 이체한 계좌는 A 회장 명의였다. A 회장이 B 고문 대신 벌금을 납부했기 때문이다. 이체 내역에는 ‘OOO(B 고문 이름) 벌금’이라는 5글자가 적혔다. 벌금을 부과받은 사람과 낸 사람이 다른, 미심쩍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호텔에서 근무했다는 김모씨는 ‘벌금 대납’의 배경을 “B 고문이 책임을 뒤집어쓰는 대신 A 회장이 벌금을 내주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림 훼손은 A 회장 주도로 이뤄졌지만, A 회장이 직원들에게 ‘B 고문이 주도한 것으로 말을 맞춰라’라고 신신당부하는 바람에 조사가 꼬리 자르기로 끝났다”고 증언했다.

고문이 총대?
벌금 대납 의혹

검찰이 지시한 ‘원상복구’는 시늉만 하다 끝났다. ‘인증샷’만 남긴 채 공사는 계속됐다. 호텔 측은 묘목 몇 그루를 심은 것을 ‘원상복구 과정’이라고 명명했다. 깎인 산기슭과 공사 중 박은 정원석은 그대로 방치했다. 이 묘목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뿌리 뽑혔다. 우여곡절 끝에 절차를 통과한 호텔이 다시 주차장 조성을 강행하면서다.

김씨는 모든 게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에 주차장 자리에 새로 건물을 지었다”며 “남는 땅 없는 것 뻔히 아는데, 어디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그리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처음부터 그린벨트를 밀어버릴 계획으로 증축 시작한 것이다. 원상복구는 하는 시늉만 하고 주차장 조성 강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텔의 이 같은 행위는 가중처벌 대상이다.

한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그린벨트 훼손은 초범일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며 “그런데 영리 목적·상습범·각종 부정한 방법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위반 사실이 다시 확인되는 대로 지자체에서 이행강제금을 계속 부과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레이크힐 호텔의 ‘눈속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호텔이 비용을 아끼고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수차례 ‘눈속임’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우선 레이크힐 호텔은 증축 과정에서 건설면허를 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건설회사에 건설을 맡긴 게 아니라, 이름만 빌리고 몰래 ‘셀프공사’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행 건축법에 어긋나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김씨는 “증축 중 건설사는 전달책 이외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바지사장을 세운 격”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건설사는 호텔의 꼭두각시였다”며 “호텔이 시공사와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건설사에 자금을 건네면, 건설사가 시공사와 표면적인 계약 체결·대금 지급 이력을 남기는 수법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호텔은 사실상 ‘무면허’ 건축을 한 셈이다. 시공사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지휘·감독 전문성이 미비했던 만큼, 완공된 건물의 안전성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형
조사 나선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면허 대여의 가장 큰 동기는 바로 ‘비용’이다. 한 건설업자는 “백이면 백 다 돈 때문”이라며 “당연히 이름만 빌리는 게 일을 시키는 것보다 수수료가 저렴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김씨 역시 “호텔이 이 방식으로 건설 비용을 상당히 아꼈다”고 진술했다.

또 호텔이 2층 건물 일부 용도를 허위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호텔 측은 커피숍·베이커리 영업신고 당시 건물 도면과 현장을 조작한 채로 인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규제 비용을 비껴갔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호텔의 2020년 12월 내부 보고 문건에는 영업신고 시 문제 상황이 자세히 설명돼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호텔 본관 1~2층 면적은 총 734.04㎡이고, 논산시청 환경과에 신고한 정화조 규모는 70톤 규모였다. 70톤짜리 정화조는 영업장 면적 700㎡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이대로 영업신고 절차를 밟으면 34.04㎡가 초과된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직면한다”고 경고했다. 5톤짜리 정화조를 추가 설치해야 하고, 오수원 자부담금도 2700만원가량 납부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해결책으로는 “실제 영업 사용 면적을 구분해 수정 기재할 것”이 제시됐다. 

이에 호텔은 단순히 엘리베이터·계단 등의 면적을 제하는 것을 넘어 화장실을 창고로 둔갑시켰다. 규정상 화장실은 영업 사용 면적에 들어가고, 창고는 들어가지 않는다.

시청에는 화장실을 창고로 변경한 가짜 도면이 전달됐다. 점검 당시에는 화장실을 막아둔 채로 “창고로 바꿔 사용할 예정”이라고 허위 보고했다. 결국 실제 영업 사용 면적은 700㎡ 아래로 내려갔고, 호텔은 영업신고 이후에도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창고’인 화장실은 지금도 화장실로 사용 중이다.

철퇴 피하려 각종 눈속임 총동원
호텔 측 “몰라…답변할 수 없다”

논산시청에 호텔이 제출한 건물 도면 확인을 요청했다. 시청 관계자는 “시에 최종적으로 전달된 도면에는 해당 공간이 창고로 명시돼있다”며 “이전 도면과 비교해볼 때 화장실에서 창고로 변경 기재된 것이 맞다”고 답했다.

애초에 허가나 점검 자체를 빼먹은 위반 사례도 드러났다. 제보에 따르면 호텔은 2층 베란다 공간에 조립식 건물을 설치했다. 이 건물은 ‘무허가’인데다 필수적인 소방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아울러 “옥상에 있는 하늘계단, 전망대 등 각종 구조물도 설치 당시 안전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물탱크 윗부분에 구조물을 얹어 전망대로 조성한 것은 애초에 위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청 관계자는 “조립식 건물 건은 지난번에 소방점검 나갔을 때 적발한 사안”이라며 “담당 부서에서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같이 갔던 소방서도 내용을 파악했고 조치는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적에 대해서는 “확인해보겠다. 즉답은 어렵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호텔에 연락했다. 레이크힐 호텔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을 듣고 “그 내용들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에 ‘내막을 알만한 경영진에게 질문을 전달해달라’고 재차 요청하자 “상부에 보고해도 어차피 답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질문 자체가 좋은 내용이 아니라서…(답변이 어렵겠지만)일단 전달은 하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후 <일요시사>는 호텔 경영진에게 질문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 차원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끝내 어떤 공식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

관련 기관들은 레이크힐 호텔 조사에 착수했다. <일요시사>는 논산시청에 관련 의혹들을 정리해 제시했다. 논산시청 측은 “제기된 문제들이 대부분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사안별로 조사팀을 꾸려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표하겠다”고 전했다.

“의혹 조사
결과 공표”

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논산시청은 최소 4개 이상의 부서에서 조사 인력을 차출해 현장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부 및 산림청에도 그린벨트 훼손 관련 민원이 제기된 상태. 이들은 민원인에게 “다른 건들이 많아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지만, 최대한 빨리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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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