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불법주차 건물’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27 15:23:59
  • 호수 12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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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샀는데 손님 못 받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사업 시작 전부터 제동이 걸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주차장 사업을 위해 거금을 들인 A씨. 그런데 A씨가 사들인 주차장에는 외부 차량들이 무단 주차할 뿐만 아니라 실외기, 냉장고 부품 등이 비치됐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소유권 분쟁으로 인한 주차전용 건축물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사라질 전망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3일 ‘2020년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소극행정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늘리는 반면 적극행정 공무원에게는 포상을 늘린다는 게 골자다.

소극행정

화성의 한 주차전용 건축물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부설주차장으로 사용됐다. 이와 관련해 건축물을 매입한 A씨가 노외주차장으로 운영을 못한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 노외주차장이란 도로의 노면 및 교통관장 외의 장소에 설치된 주차장으로, 일반인에게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부설주차장은 도시 계획 구역서 주차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에 부수적으로 설치된 주차장으로 해당 건축물이나 시설의 이용자와 일반인에게 제공되는 주차장이다.

경기도 화성시 ***동 주차장은 2006년 7월 건축 허가를 받은 뒤 2007년 2월7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서 A씨는 잘못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 설계도와 다르게 실별 분양 면적표상 1층 공용주차장이 실제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1층’이라고 표기됐다. 적정한 검토 없이 승인한 후 건축물대장을 생성한 것이 이후 직권정정처리돼 민원이 제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12월5일 A씨는 주차전용 건축물 경매에 나온 감정가 6억5000만원의 해당 건물을 2차 유찰이 되고 3차 때 20~30% 떨어진 금액인 4억1611만원에 매입했다. 해당 건물을 노외주차장으로 운영하려 한 A씨에게 2층 주차장에 비치된 1층 점주들이 사용하고 있는 에어컨 실외기, 컨테이너, 냉장고부품 등은 눈엣가시였다.

결국 A씨는 2012년 4월2일 1층 상가 점주들에게 ‘주차장 환경 개선을 위해 에어컨 실외기, 광고현수막, 굴뚝 등으로 주차장 사업 개시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소유권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2층과 3층 램프의 사용을 전면 허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하루 뒤인 4월3일 D타워 점포주 일동은 ‘40개 점포주가 주차할 수 있는 공유 지분이 정확히 구분돼있지 않다. 점포주들과 합의 없이 차단막을 설치할 경우 불법 설치로 간주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같은 달 30일 A씨는 1층 점주 대표 B씨에게 ‘현재까지 사유재산권이 훼손되고 있으니 설치물을 퇴거 이전해달라. 귀하의 설치물로 인해 주차장 사업에 지장을 초래한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 또 법원 명령집행 등을 통한 철거 등을 조치하겠다. 또 재산권 행사 방해에 따른 손해배생과 강제집행 등의 비용을 청구하겠다. 같은 달 9일 B씨 관계자의 폭력 난동 관련해 사과하는 바이며,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으면 형사 고소 등의 법적 조처를 할 예정’이라는 내용증명서를 전달했다.

실외기·냉장고 부품 등 비치
전용면적 70% 노외주차장 사용 

<일요시사>가 입수한 분양사실확인서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동 D 타워 O호를 2007년 1월25일 상가주인에게 5억4790만원에 전용면적과 2층 주차장을 포함한 공유면적을 분양한 사실이 있으며, 2층에 위치 지정은 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명시됐다.


이후에도 상황이 진척되지 않자 2016년 10월17일 A씨는 국민감사 청구서를 작성했다. 화성시 동부출장소를 대상으로 ’건축물대장직권정정행위의 위법‘ 관련 건이다.

이에 대해 A씨는 화성시로부터 ‘당시 동부출장소 건축행정과(현재 건축산업과)에서 당시 건축물소유자가 기재 내용의 오류가 있다는 사항을 제기해, 기초자료인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 등을 확인했다. 2010년 4월14일 해당 건물의 집합건축물 전유부 공용부분의 주차장을 1층서 2층까지 직권정정을 한 사항’이라며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21조 제2항에 따라 소유자에게 직권 정정한 사항을 미통지한 사항이 확인됨에 따라 당시 관계자는 문책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지난달 20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2007년 2월7일 사용승인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자동차 교통을 원활하게 해 공중의 편의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건축된 노외주차장인 주차전용 건축물이 입법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것을 방기하고, 불법 부설주차장으로 사용되도록 방치한 화성시청 관련 부서 직무유기 전 공무원을 고발한다’고 청원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엔 162명이 동참한 상태다. 
 

지난 3일에는 불편신고 앱을 통해 ‘주차전용 건축물의 연면적 70% 이상은 노외주차장으로 사용돼야 하며 노외주차장 외 면적은 30% 이하다. 1층 근생시설 등의 공용면적인 주차면적을 포함할 시에는 건축연면적의 39.66%가 된다. 그동안 주차장법, 건축물 분양법, 집합건물법 및 집합건물에 관한 대장규칙 등 불법 여부에 대해 검토해달라. 해당 근린생활시설 등의 건축 연면적이 30% 초과해 주차면적을 가질 수 있는지 답변해달라’고 신고했다. 

이어 ‘불법 부설주차장 사용에 대한 증인과 CCTV 증거 등이 있다. 주차전용건축물의 노외주차장이 부설주차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70/30이라는 입법취지에 맞게 현장 검토에 대한 추가회신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통건설과는 “귀하께서 제기하신 주차전용건축물은 주차장법 제2조 제11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조의2에 따라 근린생활시설 등이 있는 주차전용 건축물의 경우 주차장으로만 사용되는 부분이 연면적 중 70% 이상이어야 하므로, 근린생활시설 등 주차장으로 사용되지 않는 부분은 연면적 중 30%를 넘지 못하며, D 타워 주차장을 방문해 부설주차장으로 사용 영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A씨는 “10년 동안 2층 주차장은 정리가 되지 않아 사업을 하지 못했다. 1층 상가 손님들도 무료로 사용했다. 2층에는 중형차가 67대 주차가 가능한데 대략 100대 정도가 있었다. 차가 나가려면 지옥 그 자체였다. 아마 1층 점주들도 2층이 부설주차장인 줄 알고 구매한 것 같다”며 “공무원들이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아 무척 속상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먹구구

이에 대해 화성시는 “이 건물은 애초에 노외주차장이다. 부설주차장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또 소유주와 상가 점주 간의 소유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면적이 구분돼있지 않아 양측 간의 분쟁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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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